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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로운 글방/숲속의 글마당

함석헌 선생의 노자와 장자

▣함석헌 선생의 노자.장자 해석과 고전 읽기 원칙

 

 

우리는 한국의 현대사에서 『노자』, 『장자』와 관련하여 가장 중요한 흐름을 형성한 함석헌을 기억해야 한다. 아마도 오늘날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노장 사상'의 토대를 만든 것이 함석헌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에 관해서는 설명보다 그의 글을 따라 읽는 것이 더 손쉬울 것이다. 이는 노자.장자는 물론 모든 동양 고전에 대해서도 타당한 이야기이다. 우리의 귀에 친숙한 그의 노자와 장자를 해석하는 글에 이어, 고전 읽기에 대한 자신의 원칙을 소개한다.


 

-김교빈 교수의 [동양철학산책] '노장편'에서 발췌

 

 

『물질주의, 지식주의, 권력주의, 적극주의의 서구문명이 차차 사양길에 접어들었고, 사람들은 그 산업 방법, 그 학문, 그 종교를 근본에서 고쳐 생각하지 않으면 아니되는 때를 당했다.라는 현실 인식에서 노자의 세가지 보배, 즉 사랑(慈), 수수함(儉), 감히 천하에 앞장 못 섬(不敢爲天下先)의 커다란 가치를 이야기하며, 하늘이 건져 주려 할 때는 사랑으로 둘러 준다.(天將救之, 以慈衛之).

 

사실 이날까지의 옛 글에 대한 모든 해석은 권위주의, 절대주의, 귀족주의, 고정주의에 사로잡혀 있다. 마지막으로 옛 글을 고쳐 씹는데 하나 더 생각할 것은 지금 있는 종교로부터의 올 반대이다. 그럴 때 제일 문제되는 것은 권위 문제일 것이다. 그러나 이점에서는 석가나 예수의 태도를 배우는 것이 옳을 것이다. 결코 형식에 거리끼지 않았다. 또 저쪽을 승인시키자는 것이 목적 아니었다. 그들에게 권위는 영(靈)에 있었지 글이나 제도에 있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자유자재로 새 해석을 하고 깨쳤다. 그러고는 옛날의 전통을 한 점 한 획도 무시하지 않노라고 했다. 눈으로 경전을 읽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 전체의 자리에서 읽었다.

 

나는 노자장자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깊은 숲 속에 깃들인 뱁새같이 시냇가에서 물마시는 두더지같이 날마다 그들을 만나고 대화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이다. 나는 일제시대에 [구약성경]의 이사야, '예레미야'를 많이 읽었다. 그 압박 밑에서 낙심이 나려 하다가도 그들의 굳센 믿음과 위대한 사상에 접하면 모든 시름을 다 잊고 다시 하늘을 향해 일어설 수가 있었다. 마찬가지로 이 몇 십년의 더러운 정치 속에서도 내가 살아올 수 있는 것은 날마다 노자.장자와 대화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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