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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로운 글방/옛글과의 만남

잘못을 과감히 인정하라

 
[다산어록청상]

잘못을 과감히 인정하라

세상의 문인과 학자가 혹 한 글자 한 구절을 남에게 지적당하면 속으로 그 잘못을 알아도 그럴싸하게 꾸며 굽히려들지 않는다. 심할 경우, 얼굴이 벌개져서 사납게 마음속에 품고 있다가 마침내 해치고 보복하는 자마저 있다. 어찌 이에 있어 살피고 느끼지 않겠는가? 어찌 문자만 그렇겠는가. 무릇 의논하고 베푸는 사이에도 더욱더 이 같은 근심이 있다. 마땅히 거듭 생각하여 지키고 살펴 이 같은 병통을 제거하기에 힘써야 할 것이다. 진실로 잘못을 깨달았다면 마땅히 그 자리에서 생각을 바꿔 바르게 선을 좇아야 한다. 그래야만 형편없는 소인이 되지 않을 수 있다. -〈도산사숙록(陶山私淑錄)〉 9-90

世之文人學子。或於一字一句。遭人指摘。內悟其謬。而文誤飾非。不肯降屈。甚至?然作色。悍然中銜。終或殘害報復者有之。?於是觀感焉。豈唯文字爲然。凡屬言議施措之間。尤有此患。所當念念存察。務去此病。苟其悟之。宜立地幡改。渙然從善。庶乎不爲無狀小人也。



공부는 부족함을 아는데서 새로 시작된다. 하지만 초심자일수록 자꾸 드러내고 자랑하려 든다. 논문을 쓰라고 하면 자기가 읽은 것을 다 늘어놓는다. 잔뜩 썼지만 알맹이도 초점도 없다. 미사여구를 늘어놓는 것을 시로 알고, 달콤한 말을 문장으로 여긴다. 잘못을 지적하면 부끄러워 더 분발하는 것이 아니라, 제까짓 게 하면서 원망을 품는다. 오류를 깨달아 인정하는 것이 공부다. 과오를 바탕으로 거듭 나는 것이 공부다. 오늘이 다르고 내일이 다른 것이 공부다. 그저 고여만 있고, 저 잘난 맛만 있다면 그런 공부는 해서 무엇 하겠는가?

[한양대학교 정민교수의 홈페이지에서 옮겨온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