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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길따라/지리산♧[종주]

태극능선, 발길닿는 대로 걷다.-제 4일차(마지막)

지리산 태극종주 제 4일차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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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사자 : 두류/조용섭, 만강/김정구
♧답사코스 : 세석대피소-벽소령-토끼봉-삼도봉-노고단-성삼재(지리 주능선)

♧운행시간
*8.17일
02:40 기상
04:50 산행시작
06:24 칠선봉/휴식
07:30 선비샘/휴식
07:46 출발
08:11 동벽소령/휴식
08:40 출발
08:59 벽소령대피소/조식/휴식
11:10 출발
11:55 형제봉
12:39 삼각고지/휴식
13:07 연하천대피소/휴식
13:32 출발
14:07 총각샘/휴식
14:30 출발
15:10 토끼봉/휴식
15:35 출발
16:05 화개재/휴식
16:14 출발
17:00 삼도봉/휴식
17:10 출발
17:32 노루목/휴식
17:51 출발
18:10 임걸령 샘/휴식
18:23 출발
19:45 노고단대피소
20:30 성삼재/산행종료

*차량으로 남원 산내 부운리 뱀사골 이동(일출식당)

♧답사후기

새벽 2시 30분, 아니 신새벽이 오기에도 아직 한참이나 남은 시각, 머리맡에서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 눈을 뜬 시각이다. 취사장 안에서 약 7~8명의 인원이 취사를 하
느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도대체 이 시각에 왜 이러시냐"는 말이 튀어나오려
다가는 쏙 들어 가버린다. 지금 내가 누워자고있던 곳이 어디든가. 취사장 안, 그것
도 밥먹는 테이블(평상)이다. 오히려 침낭개고 일어나 자리를 비켜줘야 할 형편이다.

어제 밤 대피소에서 일찍 잠 을 자고 일어난 사람들인데, 도대체 어디를 가려고 그러
는지를 모르겠다. 기상상태 로보아 일출은 어림없는 일이겠고, 또 주능종주를 하더
라도 아직 움직일 시간은 아 닌데...

잠든 지 꼭 2시간이 지났다... 참말로... 하는 수 없이 일어나 만강이를 깨웠다. 그 시
각, 취사장안에 벌어진 뜻 밖의 풍경에 아우도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멍한 머리상태
와 반쯤 풀린 눈을 억지로 뜨고 가만있 으니 점입가경으로 부부팀,학생팀,혼자 오신
나이든 분 등이 속속 취사장으로 들어 선다. 아직 새벽도 아닌 03:00시에 말이다. 역
시, 참으로 전설적인 범생이들 답구나...

'덤&더머'처럼 이들을 멍청하게 쳐다보고있던 형과 아우의 대화내용이다.

두류: "만강아...아무래도 일어나야겠제..."
만강: "예. 형님..... (묵묵)
두류: "짐싸자"
만강: "행님, 그라믄 우리도 밥묵고 출발할까예?"
두류: "!!???. 그래! 그라까. 좋다. 우리도 마 가뿌자."

그래서 참으로 어이없게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시각에 야밤도주하듯 우리는 길을
나서게 되어버린다. 그 때 먹은 밥은 아침이 아니라 '밤참'이었다고 09:00쯤 도착한
벽소령에서 결론을 내며 결국 우리는 다시 아침식사를 다시 하게된다.

아뭏든 그 전설적인 범생이 집단 이 수용(?)되어 있는 세석대피소를 벗어 난 시각은
05:00시가 거의 다 되어서이다. 다행히 비는 내리지않는다. 하지만 아직도 개스가
숨막히듯 차있는 숲은 랜턴을 켜 도 겨우 발자욱 앞만 시야가 트일 정도다.


영신봉 옆을 지나 내려서는 길도 무척 낯 설게 느껴진다. 산길이 조금이라도 방향을
트는 곳은 랜턴으로 이리저리 비추며 길 확인 후 조심스럽게 나아간다.

 


[철계단]

영신봉 아래 철계단을 내려 와 왼쪽으로 트이는 공간에 구상나무 한그루가 물을 듬
뿍 머금은 채 서있다. 키가 그리 크지는 않았지만 너무나 건강하고 아름다운 모습이
다. 비록 개스에 싸여있긴 해도 여명이 밝아오자 숲은 활기를 띠는데 참으로 깨끗하
고 시원한 모습이다.


[구상나무]

06:00시가 되어서야 비로서 완전히 시야가 트인다. 여전히 바람이 숲을 훑고 지나가
면 나무들은 우리에게 일제히 물을 뿌려댄다. 어제는 비록 천천히 걷고, 많이 쉬는
산행이긴하였지만 약 15시간여동안 걸었었는데, 잠을 잔 시간은 고작 2시간밖에 되
지않는다.

능선길을 오르내리는 발걸음이 무겁다. 칠선봉 이정표에서 2년전, 겨울 큰새골로
하산하던 기억을 회상하며 잠시 선 채로 휴식을 취한다.


[칠선봉-만강]

 

 

짧은 거리이긴하나 비교적 오르내림길이 많은 길이다보니 운행이 힘이 들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 홀로 산행하는 이가 뒤에서 나타나더니 휙하고 우리를 앞질러간다. 야
간운행과 오늘같이 날씨가 좋지않은 새벽녘 운행은 그저 땅만보며 묵묵히 걸을 뿐이
다.

힘겹게 오르막을 올라 평탄한 길을 걷자 선비샘이 나온다. 그런데, 언제 선비샘에도
목책을 드리웠고, 컨테이너박스를 설치해놓았는가? 그 너르던 선비샘 주변은 모두
목책을 쳐서 출입을 막아놓았고 덕평봉쪽 사면의 중앙에는 컨테이너박스가 놓여져
있다. 언듯 임걸령 샘터가 머리를 스친다. 이름하여 '생태계 복원사업'이라는 것인데,
임걸령 샘터의 경우에는 바위지대까지 출입을 못하도록 막 아놓았다. 바위지대가 생
태계복원와 무슨 상관이 있을까? 이곳 선비샘 주변도 덕평 봉쪽 상단부는 대부분 바
위지대이지 않은가?


[선비샘]

 

주능선상에 샘이 있고, 그 주변에 휴식하기 좋은 공간이 있는 곳은 모두 '생태계복원
사업'이란 명분으로 쉼터를 없애버리고있다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않는다. 이는 산
을 찾는 말없는 다수를 기만하는 '음모'가 아닐까하는 생각으로 마음이 무겁다. 훼손
되는 등산로를 보호하기위해 나무계단 등 시설물을 설치하는 것에는 우리도 공 감하
고 따르지않을 수 없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소중한 휴식공간을 생태계복원 운운하며
인위적인 공간으로 바꾸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선비샘의 물은 예전부터 수
량이 풍부한데, 이제는 가는 물줄기와 굵은 물줄기가 간헐적으 로 바뀌면서 흘러내

린다.

 

약 15분여에 걸친 휴식을 취하고 벽소령으로 걸음을 내딛 는다. 완만하면서도 오름길
이 거의 없는 걷기에 아주 편한 길이다. 하지만 반대방 향에서 진행한다면 은근히 힘
이드는 산길이다. 모처럼 보폭을 크게하며 속보로 걸 어 30여분 채 안걸려 동벽소령
너른 공터로 내려선다. 바위 있는 곳에서는 터지지않던 휴대전화가 이정표 옆에서는
잘 터진다. 집과 혹시나 우리의 진행에 궁금해 할 사람들을 위하여 안부전화를 하고,
거의 30여분쯤 오랫동안 여유를 부리며 휴식을 취한다. 하긴 우리가 휴식을 취할 때
여유부리지 않았던 적이 있었 던가?...

09:00시가 거의 다 되어서 벽소령대피소로 앞 마당으로 들어섰다. 비교적 많은 사람
들이 벤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어젯밤을 연하천에서 보낸
사람들이 많다. 그 비좁은 연하천대피소에서 처음에는 앉아서 자다가, 나중에는 모로
누워 서로의 발을 쳐다보며 잤다고들한다.

무척 배가 고팠다. 그런데 우리의 아침은???

주저없이 점심 때에 먹으려고 가져 온 밥에 라면을 말아 새로운 아침을 먹으며, 세석
에서 먹은 밥은 '밤참'이라고 결론을 내린다. 그러고는 배낭정리를 다시 하기로했다.
만강이가 마지막 날(5일차) 걸어야 할 때 필요한 장비, 주.부식, 그리고 비상식량 등
을 정리하고 모자란 일부 행동식은 대피 소에서 구입했다. 한팀을 이룬 아우가 마지
막 산길을 완주한다는 것은, 사정상 산 에서 내려갈 수밖에 없는 나로서도 보람과 기
쁨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일이기 때문 이다.

나는 오늘 성삼재에서 하산하여 귀가를 하고, 아우는 만복대까지 운행을 하여 다음
날 산행을 마무리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벽소령대피소]


[벽소령 우체통]

벽소령에 머무는 동안 많은 시간이 흘렀다. 식사 후 배낭 패킹하고, 도착 2시간여만
에 대피소 마당을 벗어난다. 이제부터 나의 걸음이 너무 늦어져서는 안된다. 적어도
해질녘 무렵까지는 성삼재에 도착하여 어둠이 더 깊어지기전에 서북능선에 아우를
들여놓도록하여야한다.

벽소령을 지난 뒤 부터 만나게 되는 풀꽃들의 색깔은 아주 선명하고 화려하다. 바쁜
걸음의 와중에도 디카로 꽃들을 찍어보지만, 디카 꽃촬영(접사)이 생각보다는 쉽지
가 않다. 꽃들이 모습 드러내기를 거부한 것은 나중에서야 알았다.


[마타리]

[물봉선]

[미역취]

[바위취]

안개비가 내리는 능선상에서 그야말로 안개비에 비 젖는 지를 몰랐다. 가쁜 숨을 몰
아쉬며 걷는 우리의 배낭은 커버를 했음에도 다 젖어있었고, 입고있는 옷도 마찬 가
지이다. 그래서 주.부식이 많이 줄어들었음에도 그 배낭무게는 전혀 줄지않는 듯 하
다.

능선의 북쪽, 즉 경남 함양 마천쪽에서보면 마치 상상속의 외계인(귀가 큰 외계인,
아니면 '골룸'이라해고 무방하겠다)의 귀처럼 그로테스크하게 생긴 형제봉, 큰 암봉
앞을 지나 다시 바위지대를 오르는데 반대방향에서 진행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진
다. 세석이나 뱀사골, 아니면 연하천에서 하룻밤을 보낸 종주팀들일 것이다.


[형제봉]

바위 전망대를 잠깐 지나는 사이 하늘이 잠깐 열리며 지리남부자락 아래 시계가 환
히 열린다. 삼각고지 조금 못 미쳐서 만나는 바위지대에는 나무계단이 아닌 나무다
리가 설치되 어있다. 설치한 지 얼마되지않는 것 같은데, 계곡이 아닌 주능선에서는
다리를 설 치 한 것은 처음인 것같다.

삼각고지를 지나 오후 1시를 막 넘긴 시각에 도착한 연하천은 장터목 못지않게 많
은 사람들로 붐빈다. 역시 연하천의 샘은 수량이 풍부하여 쳐다보기만해도 시원하
다. 만강이가 어느새 맥주 2캔을 사왔다. '주능선소주앵벌이작전' 실패 이후 잊고
있었던 알콜을 모처럼 대한다. 가격이 3,500원이라는 말에 다소 놀랐다. 속세의 술
값은 그대로인데 값을 올리는 이유가 뭔지..

 

졸음에 겨운 연하천에서의 휴식을 마치고 출발한다. 예전, 아니 불과 얼마전의 연
하천 모습과도 너무나 달라졌다며 아우도 많이 실망하고 아쉬워한다. 취사장을 그
리 엉망으로 이용하고있는데도 잔소리하는 산장지기들이 하나도 없다고...


[연하천 대피소]

아무리 바쁘다해도 총각샘은 들러야했다. 첫날 산행부터 샘터가 말라있었기때문
에 샘터의 상태를 확인하는게 마치 우리들의 중요한 임무로 여겨졌기때문이다. 역
시 총각샘은 물은 커녕, 아예 물기라고는 없이 말라있었다. 다시 올라와 구상나무
고사목에 걸터앉은 채 간식을 먹으며 25분여를 보내게 되는데, 연하천에서 쉬었던
시간까지 합하면 휴식시간이 무려 50분 가까이 된다.


[말라있는 총각샘]

 

쉬면서 다소 체력은 회복되었지만 갈길 바쁜 그 즈음에도 나나 만강이는 그저 발길
걷는대로, 아니 마음 닿는대로 걷고 있었던 것이다. 늘 그만큼의 시간차이가 산행
을 힘들게하는 요인이 되는지를 잘 알면서도...

토끼봉 바로 앞 봉우리에서 휴식을 취하는데 사진을 찍는다는 분과 제법 오랜동안
이야기를 나누게된다. 휴가를 맞이하여 홀로 주능선을 종주하며 사진을 찍을 예정
이라한다. 사진기 무게가 부담스러울텐데, 역시 아름다운 자연을 대하려함은 우리
처럼 산행을 하는 사람과 다를 바가 없다. 예의바르고 친근감있게 대하는 모습에서
동류의식을 진하게 느낀다.

그를 보며, 내가 늘 마음의 부적으로 삼아 역마살을 정당화 내지 자위하는 老시인
싯귀가 떠 오른다.

'아름다운 풍경을 만나기 위해서는 길을 걸어야 한다.'

토끼봉 내려서는 길의 양쪽 풀섶에는 동자꽃이 참으로 예쁘게 무리지어 피어있는
데, 주황의 색깔이 너무도 깨끗하고 곱다. 또 가끔식 만나는 둥근이질풀(쥐손이풀)
의 분홍색 꽃잎도 참으로 아름답다.


[동자꽃 군락]

화개재로 내려서는 길... 반대방향으로 진행할 때 가장 힘들게 오르는 구간이다. 내
려서는 길도 만만치가 않은데 30여분만에 내려서서 화개재에 닿는다. 화개재도 역
시 생태계복원사업으로 고개 전체에 나무다리를 설치해 두었다. 약간의 휴식 뒤에
삼도봉으로의 무거운 발걸음을 옮긴다. 그 지독한 계단길을 향해...


[화개재]

 

계단수는 확실히 552개다. 내가 세고 만강이가 검산.확인하며 올라섰다. 계단을 내
려서며 인사건네는 사람이 있으면 숫자를 먼저 생각해놓고 인사를 나누었다. 여기
서는 내가 계단을 오르고있다는 것을 잠시 잊게해줄 무언가의 이벤트가 필요하다.
힘든 계단길을 30개 오르며 쉬고 하는 식으로 한참을 걸려 올랐 다.

오후 5시에 삼도봉에 닿았다. 전남,전북,경남, 3개 도가 갈래쳐나가는 봉우리, 옛날
날라리봉(혹은 낫날봉)이라는 재미있는 이름을 가지고 있던 곳이다. 그 곳에서 남
쪽으로 뻗으며 내려서는 불무장등, 그 긴 능선이 문득 가슴에 아련히 와 닿는다. 오
래 전, 그 길을 홀로, 하루종일 비를 맞으며 산행을 했던 적이 있다.


[삼도봉]

삼도봉 내려서며 만나는 무덤이 깨끗하게 손질되어있고, 누군가가 무덤위에 종이
컵을 올려놓았다. 노루목에 도착하여 약 10여분 휴식을 취하는데, 체력이 급격히
떨어짐을 느낀다. 다행히 오르막길이 그리 많지않아 운행하기에 그리 힘든 곳은
없지만, 잠도 거의 자지못하고 새벽에 출발한 지 12시간여가 지나갔고, 벽소령에
서 아침먹은 후, 점심도 먹지않고 행동식으로만 버텨 온 것이다. 발길이 천근만근
무거워져 온다.

노루목에서 휴식을 취하는 사이 하늘이 심상치않게 변하고 있고, 제법 굵은 빗줄
기가 한바탕 스치고 지나간다. 갑작스런 기상변화다. 이번 종주산행 내내 해가 떨
어 질 즈음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비였다. 서둘러야만한다. 하지만 이내 임걸령
샘터에 도착하여서는 다시 퍼질르고앉아 호흡을 고른다.


[임걸령 샘터]

임걸령 3거리를 지나 돼지령으로 가는 길은 그야말로 고속도로같이 평평하고 잘
나있는 길이다. 물론 경사가 낮은 오르막을 만나도 걸음이 다소 힘들기는 하였지
만, 대신 평지를 걸을 때는 보폭을 크게하고 속도를 내어 아우와의 평균 걸음에
맞추었다.

아... 돼지령에서 노고단고개로 이르는 길.....

아우 말마따나 노고단고개에서 내려서다 농담 한마디 나누다보면 나오게 되는 이
산길이 어찌 그리 가도가도 끝이 없던지.... 아이를 앞세운 종주팀이 무척 힘 들어
하길레 거의 다와간다고 격려를 하며 내가 앞장을 서는데, 생각보다 길이 무척 멀
게 느껴진다.

운무 가득한 노고단고개에 들어서자 음산한 풍광과 황량한 바람이 우리를 맞이한
다. 지체없이 노고단대피소로 내려섰다. 돌길로 만들어놓은 이 내리막길도 걷기가
쉽지않다. 도중에 헤드랜턴을 꺼내 착용하고 내려선다. 대피소에 도착하자 오후
8시가 다되어가는 시간이다. 이 곳의 개스도 역시 어제 밤 만난 것과 별반 다를 게
없다.

뱀사골의 일출식당 춘식아우에게 부탁하여 영업용차를 올려보내달라 고한다. 하
지만 나로서는 그 후, 함양-진주-부산으로 이어져야 할 교통편이 걱정이다. 이 냄
새나는 몸으로 어떻게 차를 탈 수가 있겠는가. 성삼재로 내려오는 길은 우회하는
도로길을 택했다. 그 길도 참으로 멀고 먼 길 이었다. 휴식을 취할 때는 아예 길에
드러누워서 쉬었다. 짙은 개스에 여기도 길 이 잘 보이지 않는다.

이제 성삼재에 닿으면 다시 만복대까지 운행하여야 할 아우가 슬그머니 걱정이 된
다. 8시가 조금 지난 시간에 성삼재 주차장에 도착했다. 나의 종주산행이 마감되는
순간이다. 하지만 종주를 끝냈다는 생각, 혹은 나흘간의 산행을 마감했다는 무슨
특별한 기분이나 의미를 느끼지는 못했다. 늘 그렇듯 산에 들어왔다가 이제 집으
로 가야할 시간이 되었다는 생각밖에는...

나를 뱀사골 입구로 데려다 주기위하여 차를 몰고 온 분이 그랬다.

"내일 비많이 온다고 그럽니다. 호우주의보가 내렸는데 한 분은 계속 산행한다면
서요? 조심하셔야 될 것 같은데요.."



그렇지않아도 짙은 개스가 마음이 걸리던 내가 말을 꺼내었고 만강이의 대답이다.

 

두류 : "만약 내일 많은 비가 내리면 운행을 할끼가 안할끼가?"
만강 : "안해야지요. 형님."
두류 : "그라믄, 오늘 뱀사골 내려갔다가 좀 씻고, 휴식을 취한 후에 내일 새벽, 작은
배낭을 빌려, 김밥 싸가지고 운행하는게 오히려 운행하기가 안쉽겠나? 만약 비가
많이 내리면 아예 산행포기를 하고."
만강 : "행님. 좋습니더. 내일 새벽 4시에 올라 올 계획으로 내려가겠습니다."
두류 : :잘 생각했다. 하중 부담 덜면 오늘 만복대까지 못간거 충분히 커버할 수 있
을끼다."

그 후 아우는 두말없이 나를 따라 뱀사골로 내려섰다. 뱀사골 일출식당에 들어서
자마자 김치 하나놓고 맥주,막걸리로 갈증을 일단 푼다. 그러는 사이 뭔가 '후두둑
'하며 바깥 식탁에 앉아있던 우리를 홀안으로 내쫓는다. 제법 굵은 빗발이다. 오늘
귀가하여야하는 나의 교통편도 모두 끊어졌다. 피치못할 사정으로 내일 조금 늦겠
다는 연락을 취하자 마음이 좀 편해진다. 빗줄기는 쉬이 그칠 것 같지가 않다.

내일 일어 날 상황에 대해서는 다 잊어버리자고했다. 몸을 씻고난 뒤, 춘식아우 까
지 합세한 술자리는 백숙과 소주에다 '山情'을 버물여, 뱀사골의 골짜기의 그 깊고
아름다운 모습만큼이나 기분좋은 밤을 보낸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자정 을 넘기
지 못하고 잠자리에 들어야만했다. 기적같은 동점드라마가 펼쳐진 올림픽축구 우
리나라와 말리戰은 그 몇 시간후에 벌어졌다.

꿀맛과도 같은 단잠을 자고 일어난 아침, 반선에는 굵은 빗방울이 계속 내리고 있
다. 계곡의 자동경보장치가 울리며 계곡출입통제를 알리는 소리를 직접 듣기는 처
음이었다. 아쉬움이 없기야 했을까마는 어제밤의 적절한 선택에 안도했다.

이제 3박4일간의 발길 걷는대로의 행복하고 자유로운 산행을 마친다. 그리고 나로
서는 이번 산길걸음에 또 하나의 의미를 부여할 수는 있겠다. 다음 걸음이 언제 실
행에 옮겨질지는 모르겠으나 단독 백두대간마루금 구간답사의 첫번째 발걸음 을

디뎠다는 것이다.

 

함께 산길을 걸은 만강이에게서 더 없는 동지애와 고마움을 느낀다. 언제 어디서
나 산길을 함께 걷고싶다. 그리고 일출식당의 춘식아우에게도 고마움의 말 전한다.

지루하고 긴 글 읽어주신 모든 님들께 감사의 인사드린다.


[두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