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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山 情 無 限

지리산과의 인연을 회고하며



지리산과의 인연을 회고하며

 

오래 전(2003~2005), 서울신문에 '조용섭의 산으'라는 기사 연재를 맡아, 1년 반 동안 매주 기고를 하였던 적이 있다. 직장생활을 하며 매주 써야하는 원고가 부담 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전국의 산을 찾아다니며 우리 산하와 산자락이 지니고 있는 이야기에 흠뻑 빠져들던 기억이 새롭다. 어쩌면 이때 나는 인문학으로 걷는 우리 산이라는 명제로 화두를 틀었던 듯하고, 비록 용맹정진은 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인문학으로 걷는 지리산을 이야기하며 길을 걷고 있는 중이다.

 

전국의 산에 대해 쓰면서도 계절이 바뀔 때면 지리산이야기를 이어나갔는데, 지금으로부터 13년 전 이맘때쯤 지리산 바래봉에 대한 기사를 쓴 적이 있다. 당시 소개한 산길은 정령치-바래봉 서북능선을 달려 운봉읍 용산리, 지금의 허브밸리로 하산하는 코스였다. 지리산 서북능선길은 당시만 해도 지리산꾼들에게는 지리산태극종주코스의 일부로 잘 알려져 있었지만, 대중적으로는 잘 찾지 않던 길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런데 이제 이 길은 철쭉 개화 시즌이면 교행이 힘들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 인기코스가 되었고, 소개 당시 비지정로이던 팔랑마을’, ‘부운리’, ‘학생수련원을 기점으로 하는 산길이 개방되기도 하였다.

 

약관의 나이인 761, 선배들을 따라 천왕봉 동계산행을 나서며 맺어진 지리산과의 인연은 오랜 기간 동안 어느 곳, 어디에서든지 알게 모르게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20135, 당시 하산지점이던 남원시 운봉읍 용산리의 철쭉제 행사장에서, 나는 내가 만드는 제품의 전시홍보 부스를 배정받아 철쭉산행으로 그 산길을 오고가는 사람들을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귀농귀촌을 꿈에도 생각지도 않고 있었을 때 쓴 산길 이야기의 그곳에, 지리산 사람으로 살아가는 내가 생활인으로 서있다는 사실에 놀라며 감회에 젖던 기억이 새롭다. 그날 나는 전시장을 비우고 무작정 능선으로 올라, 기어이 팔랑치 철쭉풍경을 담아왔다.

 

5년 전 당시에도 이 내용을 소개한 바 있지만, 오늘 다시 정리하면서 그 인연을 되새겨본다.

 

2018. 5. 7

지리산 남원에서

두류/조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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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기사 2005. 5. 19]

http://v.media.daum.net/v/20050519085454822?f=o


[꽃길로 ] 봄철 쭉~

 

저절로 걸어 온 봄은 없다.’고 한 시인은 잘라 말했다. 그리고 그이는,‘바람조차도 키를 세워 안개를 날랐다.’며 산자락의 고단함을 위무하더니, 어느새 꽃불이 탄다! 꽃불이 탄다.’고 아우성이다.

 

눈부신 연둣빛 산자락이 농밀한 요즘, 키낮은 나무만으로 안쓰럽고 황량하게 느껴지던 능선이 별안간 분주해지는 곳이 있다. 지리산 바래봉(1165m)이다.

 

바래봉 아래에서 팔랑치에 이르는 능선에 만개한 철쭉은 누군가의 손으로 가꾼 정원의 모습이라 할 만큼 아름답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천상의 화원’,‘하늘정원으로 일컫는다. 마치 늦봄의 이 짧은 한 철을 보내기 위해 서러움과 인고의 세월을 참아왔기 때문일까, 그 붉은 빛은 처연하리만큼 짙다.

 

산길은 지리산 산간 포장도로가 지나가는 정령치에서 시작하여 고리봉세걸산세동치부운치팔랑치를 거쳐 바래봉에 오른 뒤, 다시 바래봉 아래 안부로 되돌아와 운봉 용산마을로 하산하는 코스로 잡았다.

 

 

 

 

지리산 바래봉의 철쭉, 산불이 난듯 온 산에 만개한 철쭉이 가히 압권이다.

(신문기사 사진이 나오지 않아, 2013년 촬영한 사진으로 대체하였음)

 

지리산 노고단에서 만복대정령치고리봉바래봉덕두산으로 이어지는 산길은 지리산 서북부능선이다. 능선의 동쪽으로는 그리움의 산, 지리산 연봉들이 굽어보고 있고, 서쪽 저 멀리로는 천왕봉에서 달려와 고리봉에서 북쪽으로 길을 달리하며 이어져간 백두대간 마루금이 아득하다.

 

그래서 5월에 걷는 이 길은 백두대간 마루금을 좌우로 두고 그 한가운데에서 조망과 철쭉 산행을 겸할 수 있는 멋진 코스다.

 

정령치 휴게소에서 식수를 준비하고 능선길로 접어들어 20분여 오르면 고리봉(1304.5m)에 닿는다. 고리봉에서는 주능선 방향으로 반야봉이 지척이다. 고리봉에서 직진하며 내려서는 서북능은 외길로 이어져 길 찾기에 별 어려움이 없다. 또 오르내림 고도차이도 그리 심하지 않아 비교적 수월하게 걸을 수 있다. 하지만 전체 산행거리가 약 12에 이르고 목적지인 하늘정원에서의 느긋함을 즐기려면 걸음을 서두르자.

고리봉에서 능선을 곧장 달려 세걸산에 이르기까지는 1시간10여분 걸린다.

 

세걸산에 오르기 전, 키낮은 나무들로 비좁은 길 오른쪽으로 내려서는 길은 달궁의 오얏마을로 이어진다.

 

세걸산에서 20분여 내리막길을 진행하면 헬기장이 있는 세동치에 닿는다. 뱀사골 입구 반선의 행정구역명은 산내면 부운리(浮雲里)이다.

 

세동치에서 50. 이제 천상의 화원이 기다리고 있는 팔랑치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잰걸음으로 능선길을 50여분 걷다 보면 눈이 휘둥그레지는 낯선 풍경이 열린다.

 

진초록의 산사면과 붉은 철쭉이 어우러진 풍경은 가히 환상적이다. 불타는 꽃, 꽃불을 감상하고, 정상 아래 샘터에서 목을 축이고 바래봉에 오르려면 1시간은 족히 잡아야 한다.

 

바래봉에서는 지리산 천왕봉을 비롯한 지리주능선의 모습에 찬찬히 눈길 두자. 오래도록 잔영이 남으리라.

 

바래봉에서 다시 안부로 내려서는 임도가 나 있는 운봉읍 용산마을로 하산하면 된다. 철쭉능선 동쪽 사면 아래의 팔랑마을로 하산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비지정로다. 임도를 가로지르는 철쭉군락 사이의 내리막길을 1시간여 내려서면 주차장에 이르고 산행을 마치게 된다.

 

[교통]

자가용 : 대전진주간 고속국도 함양JC에서 88고속도를 갈아탄 후, 남원 방향으로 진행, 지리산 나들목에서 빠져나와 인월반선으로 접근한다.

 

대중교통 : 동서울터미널에서 함양 백무동행 버스로 인월에서 하차한 후 반선으로 이동. 경남 함양이나 전북 남원에서 인월편 교통은 비교적 잘 연결된다. 인월에서 뱀사골행 버스를 탄다.

 

[숙식]

뱀사골 입구를 중심으로 숙식을 함께 해결할 수 있는 곳이 많다. 특히 뱀사골 입구의 일출식당(주인 이춘식·063-626-5071,011-651-5077)은 산꾼들에게 편의를 많이 제공하는 곳으로 소문났다.

 

 

늦봄 철쭉축제 어디로 갈까

 

연인산(1068m·경기 가평)

사랑과 소망이라는 테마의 연인산 들꽃축제는 52022일 열리지만 철쭉 개화시기는 5월 하순쯤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정능선은 야생화와 철쭉이 환상적으로 어우러지는 곳이다. 또한 우정고개 주변의 잣나무숲도 뺄 수 없는 볼거리이다.

가평군 문화관광과(031-580-20658).

 

서리산(825m·경기 남양주)

수도권에서 가깝고 산도 그리 험하지않아 가족산행 대상지로 좋은 곳이다. 축령산으로 올라 능선산행으로 서리산철쭉동산으로 이어지는 종주산행을 하더라도 4시간 남짓 걸린다.

축령산자연휴양림(031-592-0681).

 

소백산(1439m·충북 단양경북 영주)

충북 단양과 경북 영주 두 지방자치단체가 공동 주관으로 철쭉제를 개최하는데, 연화봉 인근의 철쭉이 특히 아름답다. 희방사나 죽령에서 연화봉 오르는 산길이 잘 열려있고, 비로사에서 비로봉에 이르는 철쭉길도 잘 알려져 있다. 철쭉제는 5.2829일 열리고, 개화시기도 이때쯤으로 예상하고 있다.

단양군 문화관광과(043-420-3254), 영주시 문화관광과(054-639-6391).

 

덕유산(1614m·전북 무주)

철쭉제가 별도로 열리지는 않지만 중봉에서 송계3거리에 이르는 이른바 덕유평전의 철쭉이 아름답다. 철쭉 개화는 5월 하순부터 6월초로 예상된다. 무주군은 6411일 제9회 반딧불이축제를 개최한다.

덕유산관리사무소(063-322-3174).

 

두위봉(1466m·강원 정선)

두위봉의 철쭉 개화시기는 대략 5월 하순부터 6월 초순으로 예상되며 6월 초순 철쭉제 기념 등반대회가 열린다. 철쭉은 단곡계곡을 따라 오르다 7부 능선에서부터 만나며, 두위봉 정상 인근에 수만평에 이르는 철쭉화원이 있다.

함백청년회의소(033-378-7633), 신동읍사무소(033-378-8001,7004).

 

태백산(1567m·강원 태백)

지방자치단체중 가장 적극적으로 축제홍보를 하는 곳이다.646일까지 제20회 철쭉제가 열린다. 천제단 부근의 부드러운 능선에 연분홍 철쭉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태백시 문화관광과(033-550-2083)./기사일자 : 2005-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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