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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山 情 無 限

11월의 쥐똥나무에게

 

 

[2013. 11. 14]

 

11월의 쥐똥나무에게


전북 남원 용성중학교(남원고속버스터미널 맞은 편) 북서편 모퉁이 담장을 지키고 있는 이 녀석들의 이름은 쥐똥나무이다.


나는 지난 초여름 담장 옆에 무심코 주차를 하다가 이네들을 만났다. 이 담장 인근에 남원 귀농귀촌인들의 공동마케팅 조직인 영농조합법인 ‘남원에서 왔어요‘의 사무실이 있어 나는 매일 출근을 하는데, 이 키낮은 담장 옆에 주로 차를 대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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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올 초여름 어느 날, 내게 너무도 익숙하고 그리운 꽃향기가 온 대기를 피어오르고 있음을 느꼈다. 나는 반가움에 허둥거리듯 사방을 둘러보며 찾았다.

아! 담장을 이루며 서있는 바로 이 녀석들이 꽃을 피워 나를 불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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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6월 서울 선릉공원]

10여년전 서울 선릉공원의 담장에서 처음 만나 눈을 맞추었고, 그 후로도 부산 도심의 아파트 담장에서 해후하며 마치 연인과의 재회처럼 반겼던 바로 그 쥐똥나무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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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0. 18]

그 후 바쁜 일상 속에서도 녀석들의 아우성이 들리는 듯한 느낌이 들 때면, 나는 가끔씩 눈을 맞추곤 하였다. 수더분한 담장의 나무에게 렌즈를 들이대는 모습은 편의점 유리창 너머의 시선들에게는 어떤 모습으로 비춰졌을까...


그때그때 만났던 풍경들은 엄동설한 인고의 시간을 앞둔 녀석들에게,

찬란했던 올해 한 시절의 삶을 웅변해주는 역사가 되어 감회를 새롭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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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1. 14]

이제 비로소 사람들이 부르는 이름대로 모습을 띠었음인지 많이 의젓해진 듯도 하다.

참 잘 자라주었다.


다가올 봄날을 기다리며, 기나긴 묵상에 들어갈 녀석들에게 격려의 인사보낸다.



2013. 11. 15

두류 조용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