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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山 情 無 限

남원에서 왔어요, 귀농인 6명 공동마케팅 법인 결성

 

                                               [귀농자 영농조합법인‘남원에서 왔어요’를 창립한 조용섭(대표)·허은선·현은숙·고광자·정정은·공상훈씨

                                               (왼쪽부터)가 전북 남원시 도통동의 사무실에서 자신들이 생산한 농산물 한두 가지씩을 들어보이고

                                                있다. /남원시 제공

 

'남원에서 왔어요' 공동마케팅… 귀농자 6인 첫 영농조합 설립
"귀농자 여섯이 힘을 모으니 밥상 하나를 거뜬히 차려냅니다."
[조선일보][2012/2/7]

 

전북 남원시 보절면에 '시골농장'을 일궈 유기쌀을 재배하는 현은숙(47)씨. 노환의 시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인근 산동면에 내려왔다가 된장·고추장과 산야초 효소를 만들며 눌러앉은 고광자(48)씨. 그리고 교사 출신으로 이백면에 귀농해 들기름과 허브제품을 만드는 정정은(34)씨.

지리산 둘레 남원에 귀농한 지 길게는 20년, 짧게는 4년에 이르는 이들 농부들이 처음 만난 것은 작년 봄이었다. 남원시 농업기술센터에서 '블로그 등을 활용한 마케팅교육'을 함께 받으면서다.

 

이들 세 사람은 블로그와 홈페이지, 페이스북을 통한 식재료 홍보를 배우며 공동 마케팅으로 시너지를 내자고 뜻을 모았다. 남원에 귀농해 '강소농(强小農)'으로 자리잡은 세 사람을 더 불러모았다. '지리산 두류실'을 상호로 주생면에서 청국장을 만드는 조용섭(57)씨, 주천면에서 강황·약초차 등 제품을 만드는 '지리산약초'의 허은선(52)씨, 4대째의 터전인 산내면 와운마을에 돌아와 '천년송바라기'를 브랜드로 산나물·고로쇠·꿀 등을 직거래하는 공상훈(32)씨가 그들이었다. 마침내 소박한 밥상 하나를 차릴 수 있게 된 것이다.

 

"혼자 관리해오던 대도시 거래처를 6명이 공유하면서 당장 그만큼 모두의 판로가 넓어진거지요."

 

이들은 '꿈꾸는 지리산 농부들'이란 브랜드로 유기 쌀과 잡곡·된장·청국장·들기름·들깻가루·산나물 등을 공동 판매하고 나섰다.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지리산의 기업연수단지에서 전주발효엑스포 등 도시 축제행사장으로 판로를 넓혔다. 여섯 농가가 생산한 농산물을 한 꾸러미로 만들어 함께 판촉했다. 11월엔 와운마을에 서울 손님 100명을 초대해 산골의 자연 밥상을 대접하기도 했다.

 

지난 12월 이들은 남원시의 알선으로 서울 지하철 청담역까지 진출했다. 이곳 역사 구내에서 매월 둘째·넷째 주 화~목요일 열리는 '팔도장터'에 공동 판매 부스를 마련한 것이다. 농산물 및 생산자 목록을 시집처럼 정갈히 꾸미고 공동으로 산뜻한 포장용기까지 마련해 '남원에서 왔어요'라 외치며 식재료를 함께 홍보하고 주문을 받았다.

'지리산의 착한 농부들이 만든 착한 농산물'을 기치로 내세우며 서울 강남의 단골을 늘리던 이들은 연장자인 조용섭씨를 대표로 '남원에서 왔어요'를 상호로 작년 말 농업회사를 차렸다. 귀농자들이 함께 세운 국내 첫 영농조합법인으로 최근 남원시내 도통동에 사무실까지 마련했다.

 

'남원에서 왔어요'는 올해 설을 맞아 한 상자에 3만5000원과 6만원인 두 가지 농산물 꾸러미를 마련했다. 4인 가족이 두 끼 또는 네 끼 동안 시식할 수 있는 지리산 자락의 식재료 10여가지씩을 포장했다. 애초 400세트씩을 준비했으나, 주문이 넘쳐 이달 초 포장박스를 추가 주문했다.

 

'남원에서 왔어요'는 즉석 시래기된장국, 분말 된장, 청국장 선식, 유기쌀 누룽지, 간편 차, 저마다의 효능이 다른 약초세트 등으로 상품들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서울의 아파트단지, 인사동 거리 등도 새 타깃이다.

 

"올해 공동 매출 목표를 1억원으로 잡고 단골 고객 3000명을 확보하려 합니다. 한때 도시민였던 산골 농부들로 도시 소비자들의 선호를 누구보다 잘 압니다. 프로 비즈니스는 당장의 수익보다 건강하고 맛있는 밥상을 정성스럽게 올리는 일부터 시작됩니다."

[김창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