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지리산 산길따라/지리산♧[탐방]

지리산 칠선계곡, 생명의 기운 되찾은 '자연'

원시비경 생명의 기운 되찾은 '自然'
10년 통제 칠선계곡 보고서
식물 68종·조류 7종 등 증가
1급수 왕종개 쉬리 등 관찰돼 예약탐방제 운영 후 개방 결정

 
  지난 13일 지리산 칠선계곡을 찾은 등산객들이 대륙폭포에서 경치를 감상하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지리산사무소 제공
지난 10년간 자연휴식년제가 실시된 지리산 칠선계곡이 원시의 비경을 되찾았다.

숲이 하늘과 햇빛을 차단할 정도로 다시 우거지고 옛 등산로가 돌이끼로 뒤덮여 사라지는가 하면, 멸종위기종 생물이 크게 늘어나 '스스로 이룸'이라는 자연의 의미와 가치를 다시금 일깨우고 있다.

지난 13일 칠선계곡 비선담 통제덱. 이곳을 지나 자연휴식년제 영역으로 들어서자 원시림이 앞을 막아섰다. 곳곳에 형성된 조릿대(산죽) 군락지 때문에 두 손으로 헤쳐내지 않고는 한 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었고, 세찬 폭포수가 쏟아지는 계곡에는 생명의 기운이 요동치고 있었다.

해발 1400∼1900m 지대에는 멸종위기종이자 야생식물 Ⅱ급인 자주솜대가 군락지를 이루고 있었다. 한국 특산종인 자주솜대는 백합과의 다년생초로 지리산과 평안북도 노봉, 함경남도 차일봉 등지에 자생하고 있다. 땃두릅 만병초 산겨릅나무 백작양 등 다른 보호대상 식물과 구상나무 주목 가문비나무 등 아고산대 식물종도 많이 늘어났다. 주목은 대개 흉고둘레(가슴높이둘레)가 1∼3m 이상이었고, 해발 1430m 지점에 있는 수령 500년의 가장 큰 주목은 어른 3명이 두 팔을 벌려 손을 맞잡아야 간신히 껴안을 수 있을 정도였다.

15일 국립공원관리공단은 1999년부터 자연휴식년제 실시로 출입이 통제됐던 칠선계곡에 대한 생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공단에 따르면 2002년 77종이었던 식물은 145종으로 68종이 증가했다. 또 조류는 7종(23종→30종), 파충류는 4종(3종→7종), 고등균류는 13종(64종→77종)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한반도 고유종으로 1급수에서만 서식하는 왕종개 쉬리 꺽지 울룩새코미꾸리도 꾸준히 관찰되고 있다.

추성동∼천왕봉 9.7㎞ 구간에 걸친 칠선계곡은 설악산 천불동 계곡, 한라산 탐라계곡과 함께 국내 3대 계곡으로 불릴 정도로 아름다운 경관을 간직하고 있으며 산세가 험해 '죽음의 계곡'으로도 불린다.

칠선계곡에는 칠선폭포 대륙폭포 삼층폭포 마폭포 등 7개 폭포와 비선담 선녀탕 옥녀탕 등 크고 작은 33개의 담과 소가 있어 지리산에서도 최고의 비경으로 꼽힌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올해부터 매년 5∼6월, 9∼10월에 한해 1주일에 4차례 탐방예약 가이드제를 통해 칠선계곡을 제한적으로 개방하고 있다. 공단 관계자는 "예전 모습을 많이 되찾았지만 5월부터 출입이 부분 허용되면서 돌이끼가 조금씩 줄어드는 등 벌써부터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다"며 "2009년까지 예약탐방제를 시범 운영한 뒤 결과를 분석해 개방 여부와 폭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방종근 기자 jgbang@kookje.co.kr

[국제신문]  입력: 2008.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