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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歷史.文化 이야기

석가탄신일 특집(1)템플스테이

석가탄신일 특집 21세기 종교와 행복-템플스테이>
[1]고즈넉한 山寺서 트레킹-다도-영어까지
사찰체험 프로그램 ‘다양한 진화’
박경일기자 parking@munhwa.com

템플스테이는 사찰생활의 체험뿐만 아니라 차를 따고, 덖으며 다도예절을 배우고 차 맛을 느껴보는 과정까지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갖춰가고 있다.

사찰체험에 트레킹을 접목한 전북 부안의 내소사 ‘트레킹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이 내변산 숲길을 오르고 있다.
절집을 들어서는 첫 관문인 일주문.

일주문을 지나 절집까지 이르는 길에서는 차분히 마음이 낮아지고, 비움의 지혜를 얻게 된다. 여행 삼아 들른 절을 잠깐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이럴진대, 절에서 스님들의 일상을 좇아 하룻밤을 보내는 사찰체험은 스스로에게 얼마나 더 많은 것을 선사할까.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 번민을 내려놓는 일. 생활 속에서는 좀처럼 불가능한 일도 사찰체험을 일컫는 ‘템플스테이’에서는 가능하다.

지난 2002년 월드컵대회를 계기로 시작된 템플스테이는 이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진화하고 있다. 아직은 단순한 절 체험이 대부분이지만, 트레킹, 다도, 명상, 영어 등으로 주제를 확장한 템플스테이가 속속 선보이고 있다. 꼭 부처님을 믿지 않더라도, 숲길을 걷고, 찻잎을 따면서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것은 일상에서 굳어진 감성과 점점 커져가는 욕심을 부드럽게 다스리게 해줄 것이다.


부산 근교의 1만5000여평 농장에 자리잡은 홍법사. 이곳에서는 매월 둘째, 넷째 토요일이면 파란 눈의 외국인들이 아이들과 어울려 절안 이곳저곳을 누빈다. 템플스테이에 참여한 외국인이려니 했지만, 고개를 가로젓는다. 이들은 초등생들의 템플스테이를 지도하는 외국인들이다. 이른바 ‘영어 템플스테이’. 아이들과 음식 만들기와 시장놀이 등을 함께하며 영어로 대화를 나누는 외국인들은 불교신자는 아니지만, 새로운 경험을 위해 기꺼이 나섰다.

영어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이 ‘마구잡이식 영어’를 늘어놓아 폭소가 터지기도 하지만, 공양시간에는 공양을 뜻을 되새기는 게송(偈頌)을 영어로 점잖게 읊는다. 고학년들은 프린트된 종이를 흘낏거리기는 하지만 반야심경을 영어로 낭랑하게 외운다. 그렇다고 템플스테이 내내 영어만 하는 것은 아니다. 오전 4시에 일어나 예불과 참선은 물론, 108배와 발우공양도 한다.

홍법사 종무소 측은 “지난해 연말 4박5일 동안 영어템플스테이를 처음 진행했는데, 학부모는 물론 학생들로부터도 폭발적인 반응을 얻어서 아예 정례화했다”며 “아이들이 ‘우리말로 하면 지루한 것도 영어로 하니 재미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절집과 영어. 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조합이지만, 홍법사 측은 ‘딱딱하게 느끼던 절 도량에서 아이들이 재미를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소박한 듯하면서도 웅장한 느낌을 주는 전북 부안의 내소사. 아름다운 풍광의 내변산에 안겨 있는 내소사는 기존에 운영하던 템플스테이에다가 산속을 걷는 ‘트레킹’을 접목한 새로운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발우공양, 참선, 다도 등 정적인 사찰 체험프로그램에 트레킹이라는 동적인 프로그램을 조화시켜 넣은 이른바 ‘트레킹 템플스테이’를 운영하고 있는 것.

템플스테이의 트레킹은 산 정상을 향해 질주하는 등산과는 달리, 산에 의지하며 산의 품 속으로 걸어들어가 사색과 여유를 즐기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유명한 내소사 전나무숲에서 시작해 원암마을 들판, 제백이 고개, 직소폭포, 관음봉삼거리를 거쳐 내소사로 돌아오는 4시간짜리 코스다. 내소사의 역사와 유래, 자연환경 해설 등이 곁들여진다. 내변산을 걸으며 기이한 바위 봉우리, 맑고 깨끗한 계곡, 유채꽃 만발한 들판과 곰소염전을 안고 도는 푸른 바다 등 자연이 연출하는 웅장함을 만날 수 있다. 내소사 종무소 063-583-7284

해방 이전까지만 해도 불국사를 비롯한 61개의 사찰을 말사로 거느린 대찰이었던 경주의 기림사. 기림사는 들어서는 것만으로도 절로 마음이 차분해지는 절집이다. 불국사처럼 화려하지 않지만,‘오래 묵은 것들’에서 나는 향취를 맡을 수 있다. 꼭 절집에 머물지 않고 잠깐 들르는 것만으로도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게 만드는 절집이다. 기림사의 템플스테이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다.

1박2일로 진행되는 템플스테이의 첫날은 기존의 수행프로그램으로 짜여 있지만, 이튿날에는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먼저 오전에는 녹차밭을 차분한 마음으로 거니는 시간을 갖게 된다. 이어 다도 전문가와 함께 녹차를 따고 덖는 과정을 체험한다. 다도예절 강습과 함께 향긋한 차 향기를 즐기는 시간도 마련돼 있음은 물론이다. 또 불국사 쪽으로 이동해 도자기체험을 하게 되는데, 경주의 여러 유적지를 둘러보는 시간도 갖는다. 3만원. 054-744-2292

경북 김천의 직지사도 불교수행법과 접목된 차와 명상을 주제로 한 템플스테이를 진행한다. 다른 사찰의 생활체험형 템플스테이와는 달리, 대화와 상담 형식의 불교문화와 정신에 대한 강연을 곁들인다. 참가자와 스님들 사이의 쌍방향의 대화를 통해 스스로의 체험을 나누는 방식인 셈이다. 차명상과 자애명상, 걷기명상 등 종류별로 명상을 경험할 때마다 소감 등을 함께 나누고 질문과 대답이 이뤄진다. 지난 4월28, 29일에 진행한 차명상 템플스테이가 인기를 끌어 오는 26, 27일에 2차 행사가 열린다. 가격은 7만원으로 다소 비싼 편이다. 직지사 종무소 054-436-6084

전남 해남의 달마산 미황사는 인도음악과 함께하는 독특한 명상템플스테이를 진행한다. 걷기 명상과 함께 인도음악과 시가 곁들여지는 사찰체험행사다. 미황사와 인도와의 인연은 13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으로부터 1300여년 전 땅끝마을 사자포구에 인도의 배가 찾아오면서 미황사의 역사가 시작됐다. 오는 26, 27일엔 인도의 바울예술단 공연과 함께하는 템플스테이가 열린다. 첫날에는 서정리 입구에서 미황사까지 걷기명상을 한 뒤, 인도음악과 춤을 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또 8명으로 구성된 인도의 바울예술단의 노래와 춤 공연도 곁들여진다. 둘째 날은 새벽 숲 길을 걸은 뒤 달마산 산행을 함께한다. 5만원. 미황사 061-533-3521

국내 유일의 석굴사원인 경주의 골굴사에서는 선무도 수행체험을 진행한다. 템플스테이는 2002년 월드컵을 전후해서 선보였으나, 골굴사에서는 이미 이보다 10년 전인 1992년부터 수행체험 행사를 진행해왔다. 연인원 2만명 이상이 참가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특히 외국인들의 참여율이 전국 사찰 중 으뜸이다.

선무도는 ‘위파사나’라고 부르는 전통수행법. 깨달음을 위한 실천적인 방편으로 선요가나 명상, 선기공, 선무술 등을 아우르는 관법수행이다. 템플스테이 외에도 오후 2~3시간 동안 사찰에 머물면서 사찰참배와 공양, 선무도 강의와 시연 등을 할 수 있는 ‘템플라이프’도 있다. 400여명까지 동시에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어 초·중·고교의 수학여행단들이 단체관람을 하기도 한다. 054-744-16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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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가탄신일 특집 21세기 종교와 행복-템플스테이>
[2]사찰체험 알아둬야 할 기본 상식
오전 5시, 오후 6~7시 예불 참석
사찰에서는 기본적으로 지켜야할 예절이 있다. 템플스테이에 참가하면 이 같은 예절을 가르쳐주는 ‘습의’ 순서가 마련돼 있지만, 미리 알고 가는 것이 좋다. 절마다 다르긴 하지만 경건하고 조용한 마음을 갖고, 예불에 참석하며, 공양(식사)시간에 늦지 않고, 늦은 밤에 절 주위를 배회하지 않는 것 등의 주의사항이 있다. 그러나 너무 엄숙한 마음을 가져 주눅들 필요는 없다. 실제로 예불이나 참선할 때 외에는 스님들의 생활은 평상시에는 바깥 세상의 생활과 크게 다르지 않다.

어떤 절이건 보통 오전 5시 안팎과 오후 6~7시에 예불이 있고, 공양시간은 오전 5시, 정오, 오후 5시로 정해져있다. 평소 생활리듬과 전혀 달라 피로를 느끼기 쉽다. 자칫 ‘내 돈 내고 웬 고생’이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산사체험은 몸을 쉬는 휴양이 아니라 마음을 쉬러 가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청소년들은 산사체험 중 휴대전화를 반납하게 되면 ‘통신중독’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템플스테이 동안에는 참된 자신과 소통하겠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성인 흡연자는 담배를 피우지 못하는 것을 불편해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를 금연의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너무 많은 기대를 하는 것도 금물이다. 절에서의 하룻밤이 세상사의 모든 시름을 해결해주거나 철학적인 고민의 답을 얻게 해주는 것도 아니다. 불교문화를 맛보고 자연과 함께하면서 스스로의 마음속에 있는 분노나 욕심을 꺼내서 헹구어내겠다는 정도의 가벼운 마음으로 찾아가면, 생각보다 더 많은 소득을 얻고 돌아올 수 있다.

템플스테이 참가 문의와 예약은 대부분 절의 인터넷사이트를 통해 가능하며, 인터넷 예약 후에 예약일에 프로그램 진행이 가능한지 전화로 확인해야 한다. 참가자가 적을 경우 프로그램이 취소되는 경우도 있다. 대한불교 조계종 불교문화사업단 템플스테이팀(02-732-9925~7·www.templestay.com)을 통해 상담을 받을 수 있다. 템플스테이 이용 요금은 저렴한 편. 대부분 1박2일에 3만원 안팎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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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가탄신일 특집 21세기 종교와 행복-템플스테이>
[3]내게 맞는 프로그램 고르기
‘템플스테이’ 처음이라면…체험형
템플스테이는 프로그램의 성격에 따라 휴식형과 참선형, 체험형, 휴식형, 가족형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절마다 프로그램이 다양하므로 꼼꼼히 비교해보고 동행자나 자신의 목적에 따라 선택하는 게 좋다.

처음 템플스테이를 경험한다면 절에서의 생활을 체험할 수 있는 체험형을 택하는 것이 순서다. 기본적인 스님들의 일상을 경험하는 일정만 포함돼 단순하긴 하지만, 처음 경험하는 경우 새벽 예불 참여만도 힘겨울 수 있다. 번잡스러운 일상에서 벗어나 불교의식을 통해 마음의 평안을 찾기를 원한다면 참선형을 택하는 것이 좋다.

단지 사찰생활을 경험해보고 싶은 게 목적이라면 휴식형을 택하는 것이 좋다. 참선이나 울력 등은 진행하지 않고 그저 편안하게 휴식하면서 지낼 수 있다.

욕심에 일정이 긴 프로그램을 택했다가는 단순한 생활에 금세 지루해지기 쉽다.

기사 게재 일자 2007-05-23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