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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歷史.文化 이야기

문화재 이야기<15>부석사의 절묘한 건축미

[서동철 전문기자의 비뚜로 보는 문화재] (15) 부석사의 절묘한 건축미

오랜만에 부석사에 올랐습니다. 이번에는 쓸모가 있을 듯하여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나침반도 하나 준비했지요.

경북 영주의 부석사는 특히 건축가들이 깊은 애정을 갖는 절집입니다. 서양건축사를 배우며 주눅들었던 건축학도 시절, 부석사를 알게 되면서 잃었던 자존심을 되찾았던 기억 때문이겠지요.

불교 교리의 상징체계를 건축적으로 완벽하게 구현한 절이 부석사입니다.

극락정토에 왕생하고자 하는 중생을 선행의 정도에 따라 아홉 단계로 나누는 아미타신앙의 3품3배관(三品三輩觀)을 반영하고 있음은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도 잘 소개되어 있지요.

아미타신앙은 보살급 공력을 쌓은 상품상생(上品上生)은 물론 일자무식의 하품하생(下品下生)이라도 한결같은 정성으로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하고 간절히 부르면 극락에서 다시 태어날 수 있다고 가르칩니다.

부석사를 지은 사람들은 천왕문에서부터 크게 세단씩 나눠진 모두 아홉 단의 돌계단을 만들어 놓아, 절에 들어선 뒤 극락정토 세계를 상징하는 무량수전에 이를 때까지 자연스럽게 스스로를 정화시켜 가도록 배려했습니다. 무량수전의 부처가 남쪽 정면을 향하지 않고 서쪽에 앉아 있는 것은 조금 생소합니다. 이 또한 아미타부처가 동쪽을 바라보게 함으로써 서방정토에 상주하고 있음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건축가들이 부석사에서 가장 의문스럽게 생각하는 대목은 굴절된 축인 듯합니다. 천왕문에서 중품단(中品壇)이 끝나는 여섯째 계단의 범종각까지 일자로 곧게 뻗은 축이, 상품단(上品壇)이 시작되는 일곱째 계단부터는 왼쪽으로 방향을 달리하고 있습니다.

지형에 순응한 결과라는 해석에서부터 안양루와 무량수전이 중첩되면서 이루는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서라는 해석, 여기에 정면으로 바라보이는 산맥과 형국의 생김새가 건물 배치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풍수지리적 해석까지 갖가지 상상이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축의 굴절이라는 건축계획 과정의 중대한 결정이 아미타신앙의 교리적 상징과 무관하게 이뤄졌다면 부석사는 위대한 절일 수 없습니다.

나침반은 천왕문에서 범종루에 이르는 직선축이 240도 방향의 서쪽을 향하고 있음을 알려줍니다. 지형을 거스르지 않는 자연스러운 배치입니다. 하지만 직선축을 연장해 무량수전을 짓는다면 아미타불은 330도 방향의 ‘북방동토’에 앉게 되니 고민스러웠겠지요.

그래서 일곱번째 계단인 상품하단에서 무량수전에 이르는 두번째 축의 방향을 타원형에 가깝게 크게 틀었을 것입니다. 자세히 보면 무량수전도 최대한 남쪽을 향하도록 안양루와도 각을 조금 두어 마당은 사다리꼴을 이룹니다. 이렇게 해서 무량수전은 195도 방향의 남향집이 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처럼 부석사의 굴절된 축 또한 무량수전의 아미타불이 서방정토에 머물고 있다는 교리적 상징을 살리고자 고안한 건축적 장치입니다. 그럼에도 일관성을 훼손시키기는커녕 신비감을 오히려 배가시키는 효과를 거두었으니 부석사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dcsuh@seoul.co.kr

기사일자 : 2007-04-19    26 면
[서울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