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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山 情 無 限

'여벌'은 필수다.

 

[세석설경. 김기훈 사진] 

 

 

 

나는 아직도 배낭을 꾸리는데 거의 한 시간 이상을 소요한다.

그리고 여전히 산행장비 점검표라고 나름대로 만든 체크리스트를 보며 장비

하나하나를 대조하며 패킹을 하는데, 특히 요즈음 같은 겨울철 산행을 앞두고

배낭을 꾸릴 때면 더욱 신중해진다. 평소에 잘 쓰지않던 방한용 장비,스패츠,

아이젠 등 동계산행 장비를 빠트려 낭패를 당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그 점검표에는 여벌이라는 말이 들어가는 장비가 몇가지 있다.

 

우리는 흔히 산행 준비물에 여벌이라는 접두어를 달고 있는 것들이 많음을

볼 수 있다. 왜 별로 사용할 일도 없을 것 같은 것들을 빠트리지 말라고 하는

것일까.

 

겨울산에서의 여벌은 말 자체나 어감에서 느끼는 것과는 달리 스페어가

아닌 필수. 왜냐하면 여벌로 가져 다니는 건전지,옷,양말,장갑 등이야말로

예상할 수 없는 겨울산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중요한 장비가 되기

때문이다.

 

(雪)은 우리의 체온을 만나면 집요하게 파고 들어 온다.

휴식을 취하며 아무렇게나 놓아둔 스틱의 손잡이,장갑,모자로부터,

혹은 언제부터인가 스패츠와 바지사이의 틈을 비집고 들어오면서 말이다.

 

물론 장비를 놓을 때 신중을 기해야겠지만, 어쩔 수 없이 젖었을 때에는 지체

없이 마른 것으로 갈아 신거나 입어주어야 한다. 영하 10도 이하의 겨울산에서

젖은 장갑을 끼거나 젖은 양말을 신은 채 운행을 한다고 가정해보라. 정말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여벌'의 것이 없다면 어찌 하겠는가...

특히 손은 외부와의 접촉이 가장 많은 곳이므로 장갑의 경우, 주로 쓰는 오버글러브와
내피장갑 외에도 가볍고 싼 기능성의 것 몇 개 정도 더 준비하면 생각보다 훨씬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물론 양말의 경우도 그러하다. 아울러 늘 강조하지만 습기만

있으면 너 죽고 나 살자는 식으로 사람에게 달라붙어 체온을 앗아가는 綿 제품의

사용은 피해야 하겠다.

 

멋진 겨울산, 순백의 풍경과 알싸한 느낌,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성취감을 느끼게 해

주는 겨울산을 만나기 위해서는 우리도 만만의 준비를 하여야겠다. 극한 상황으로부터

우리의 몸을 보호해주는 좋은 장비를 갖추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겠지만, 좋은

산행을 하도록 해주는 것은, 이렇듯 세심하게 준비한 여벌에 있음도 잊지 말도록 하자.

 

그래서 나는 이렇게 이야기 한다 

여벌은 필수다.

다음은 나의 산행준비 점검표 옆에 적혀있는 동계산행 주의사항이다.

물론 이것보다 훨씬 더 치밀함을 요구하지만, 당시 내가 느끼고 메모한 내용들이라

마음을 새롭게 다지자는 의미에서 다시 한번 옮겨 본다.

 

[동계산행시 주의 할 점]

1.       예비건전지는 주머니에 넣고 다닌다.(건전지 기능 보호)

2.       취침 시는 모자를 쓰고 잔다.(야영.비박시 체온 유지)

3.       면류 속옷을 입지않는다.(체온 손실)

4.       수통은 거꾸로 해서 양말,옷 등으로 둘러싼다.

5.       장갑은 눈 위에 놓지않고 쟈켓 주머니에 넣는다.

6.       축축하면 지체 없이 갈아입거나 신는다.

7.       땀이 많이 나지않게 운행한다.

8.       의류,배낭 등의 지퍼에는 슬링을 달아준다.(장갑을 끼고도 작동)

9.       등산화에는 왁스를 자주 발라준다.(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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