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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길따라/지리산♧[산길]

지리산 광덕사지-법계사-법릉길

[2004년 9월 지리산 광덕사지-법계사-법릉길]

 

모처럼 지리산의 숨은 계곡, 천왕봉골(편의상 이렇게 부르기로 한다)로 이어지는 길 아닌 길로 들어섰다. 하지만 그곳엔 엄연히 길이 있었다. 다만 내가 모르고 있었을 뿐. 주등산로와 가까운 곳에 은밀하게 역사가 숨쉬고 있는 곳이 있음에 놀랐고, 답사의 기쁨보다는 지리산이라는 대자연을 대하기에 걸음과 생각이 턱없이 작고 모자라는 존재인 나를 발견함이 더 큰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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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첫째 주, 지리산의 사라진 폐사지 중의 하나인 광덕사지를 찾아 나섰다.

 

중산리 매표소→우천 허만수 선생 추모비를 지나 포장도로를 따라 계속 오르면 경남학생수련원 입구를 만나고 로타리대피소(법계사)-천왕봉으로 오르는 순두류길로 들어선다. 이 길을 한참 오르면 법계사를 700m 앞둔 지점에서 다리를 만나는데, 이 다리 이름이 다름아닌 ‘광덕사교’이다. 이 다리를 지난 곳에서 정규 등산로를 버리고 오른쪽 계곡으로 들어서는 곳이 답사 들머리이다.

 

 

 

 

길이 전혀 없는 듯하다가 계곡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오른쪽으로 희미한 길이 열리고 이내 비교적 뚜렷한 길이 드러난다. 이 길을 따라 잘 살펴가다 보면 큰 바위 아래 기도처가 두 군데 정도 나오며, 더 나아가면 맑은 석간수가 나오는 샘을 품고있는 거대한 바위 앞의 광덕사지를 만나게 된다.

 

[광덕사지]

 

 


하지만 더 놀라 운 것은 예로부터 불교와 마음공부하는 이들만의 성소인 줄 알았던 이 곳이, 근세에 들어서는 기독교인들에게도 도피처 혹은 신앙생활의 은거지로 이용되었다는 것이고 그 흔적들이 지리산의 고스락에서부터 산자락 아래까지 널려있음이다. 

 

[광덕사지 옆 기독교 신앙 유적지 안내푯말]



광덕사지에서는 진행방향의 왼쪽 계곡을 건넌다. 희미한 길을 따라 계곡을 다시 하나 더 건너고, 지능선에 올라 남남서 방향으로 조금만 더 진행하면 조밀한 산죽 숲 사이를 지나 법계사 바로 위로 나아가게 된다.

[광덕사지 옆 계곡을 건너 올라서며 만난 법계사 모습]

 

산자락 깊은 곳에서 아름다운 탑을 만남, 옛사람의 치열했을 숨결만큼 찬찬히 들여다보는 내 마음의 울림도 크다.

 

[법계사 3층석탑]


참고로 광덕사지에서 진행방향 오른쪽, 즉 천왕봉 동릉(편의상 그렇게 부른다)과 이어지는 능선으로 추정되는 곳으로는 가끔 희미한 길이 드러나긴 하나, 사람이 다니지않은 지 오래된 탓인지 예상과는 달리 길을 잇기가 쉽지 않았다.

하산코스는 법계사 아래, 로타리대피소 정면으로 이어지는 능선, 즉 법릉길로 잡았다. 물론 능선 초입, 진행방향 오른쪽으로 내려서는 잘 정비된 칼바위길이 있으나, 정면 능선으로 계속 이어지는 길도 비교적 잘 나있다.

 

[법릉능선의 기암]

 

[법릉에서 바라본 써레봉 능선]

 

 

[법릉에서 바라본 일출봉 능선]

 

 

이 능선의 가장 높은 봉우리를 세존봉이라고 해서 세존봉능선으로 고쳐 부르자는 의견도 있다. 이 능선으로는 아직 사람들의 발길이 그리 많이 닿지않았고,  이 길은 칼바위길 중산리 매표소 700미터를 남긴 곳으로 빠지거나, 중산리 야영장 위, 순두류 들어가는 포장도로 입구 쪽으로 내려서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