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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先人들의 智異山

두류산을 유람하고 기행시를 쓰다[遊頭流紀行]-김종직

 

■점필재집 시집 제8권

 

두류산을 유람하고 기행시를 쓰다[遊頭流紀行]

 

-선열암(先涅庵)

문은 등라에 가리고 문의 반쯤은 구름인데 / 門掩藤蘿雲半扃
우뚝한 바위 틈에선 찬물이 콸콸 나오네 / 雲根矗矗水冷冷
고승은 결하끝내고 다시 돌아다니는지라 / 高僧結夏還飛錫
다만 숲속에 원숭이 학이 있어 놀라누나 / 只有林間猿鶴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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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론대(議論臺)

승복을 어깨에 걸친 두 명의 호승이 / 兩箇胡僧衲半肩
바위 사이서 소림의 선을 가리켜 말하네 / 巖間指點小林禪
저녁 볕 아래 홀로 삼반석에 서 있노라니 / 斜陽獨立三盤石
소매 가득 하늘바람에 신선이 되는 듯하구나 / 滿袖天風我欲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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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열암에서 자다[宿古涅庵]

병든 몸을 지탱하고자 하여 / 病骨欲支撐
잠시 포단을 빌려 깔고 자는데 / 暫借蒲團宿
소나무 파도가 달빛 아래 들끓으니 / 松濤沸明月
구곡에 노니는 듯 착각케 하네 / 誤擬遊句曲
뜬구름은 또한 무슨 뜻인고 / 浮雲復何意
한밤중엔 바위 골짜기 닫혀 있구나 / 半夜閉巖谷
오직 정직한 마음을 가진다면 / 唯將正直心
혹 산신령의 비록을 얻을는지 / 倘得山靈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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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추절에 천왕봉에서 달을 보지 못하다[中秋天王峯不見月]

직무에서 빠져 나와 높은 산에 올랐는데 / 抽身簿領陟崔嵬
마침 좋은 시절이라 조물의 시기를 받았구려 / 剛被良辰造物猜
안개는 하늘 땅과 사방 바다끝까지 끼었고 / 霧漲寰區八紘海
바람은 바위산의 수많은 천둥을 일으키누나 / 風掀巖嶽萬搥雷
천주의 즐거운 놀이는 잇기 어려울 듯하고 / 勝遊天柱知難繼
경대의 맑은 꿈은 이루지 못하게 되었네 / 淸夢瓊臺未擬回
이따금 구름이 잠깐씩 틈을 보이기는 하나 / 時有頑雲暫成罅
그 누가 가슴에 가득 달을 취해올 수 있으랴 / 誰能取月滿懷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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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적암에는 중이 없은 지 이미 이 년이 되었다[香積庵無僧已二載]

서로 손 잡고 운관을 찾아드니 / 携手扣雲關
속인의 발자국이 혜란을 더럽히네 / 塵蹤汚蕙蘭
계곡의 샘엔 아직도 홈통이 있고 / 澗泉猶在筧
향불의 재는 아직 향반에 쌓였구려 / 香燼尙堆盤
지팡이 기대니 가을빛은 썰렁하고 / 倚杖秋光冷
바위 오르니 온 세상 넓기만 하네 / 捫巖海宇寬
은근히 원숭이와 학에게 알리노니 / 殷勤報猿鶴
내가 다시 오르기를 용납해다오 / 容我再登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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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적암에서 자는데 한밤중에야 활짝 개었다[宿香積夜半開霽]

생학이 표연히 구름 가르는 소리 들리고 / 飄然笙鶴瞥雲聲
천 길 봉우리 꼭대기엔 가을 달이 밝구나 / 千仞岡頭秋月明
응당 도인이 철적을 시끄러이 불어대면서 / 應有道人轟鐵笛
다시 회로를 맞아 봉래 영주를 찾으리라 / 更邀回老訪蓬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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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차 천왕봉에 오르다[再登天王峯]

오악이 중원 천하를 진압하되 / 五嶽鎭中原
동쪽 태산이 뭇 산의 종주인데 / 東岱衆所宗
어찌 알았으리요 발해의 밖에 / 豈知渤海外
이렇게 웅장한 두류산이 있을 줄을 / 乃有頭流雄
곤륜산은 아주 오랜 옛적부터 / 崑崙萬萬古
지축이 되어 동서로 통하여서 / 地軸東西通
천지의 머리와 끝을 연결했으니 / 幹維掣首尾
조화의 공을 상상할 만하도다 / 想像造化功
아, 나는 선풍 도골이 못 되어 / 繄我乏仙骨
속세에 오래 떠돌아 다니다가 / 塵埃久飄蓬
속함고을에 원이 되어오매 / 牽絲古速含
이 산은 뇌봉안에 들어있는데 / 玆山在雷封
마천 구석에서 가을걷이 살피니 / 省斂馬川曲
절서는 가을의 한 중간이었네 / 時序秋正中
시험삼아 두서너 학도를 데리고 / 試携二三子
천왕봉에서 달 구경을 하기 위해 / 翫月天王峯
등라를 붙잡고 힘차게 오르면서 / 捫蘿恣登頓
발의 힘을 지팡이에 부치었는데 / 足力寄短筇
산신령이 꼭 희극이나 하는 듯이 / 山靈似戲劇
안개비에 거센 바람까지 불어대기에 / 霧雨兼顚風
마음 재계하고 또 속으로 기도하여 / 齊心且默禱
가슴 속에 끼인 것을 씻어버렸네 / 庶盪芥滯胸
그런데 오늘은 갑자기 맑게 개이니 / 今朝忽淸霽
신령이 내 마음을 살펴준 것이로다 / 神其諒吾衷
마침내 재차 오르는 노고를 잊고서 / 遂忘再陟勞
절정에 올라 천지 자연을 엿보고 / 絶頂窺鴻濛
광대하게 겹겹이 쌓인 경관을 보니 / 浩浩俯積蘇
천지의 울안을 벗어난 것 같구나 / 如脫天地籠
뭇 산들은 만 리 밖에서 조회하는 듯 / 群山萬里朝
눈 밑에는 높은 것이 하나도 없어라 / 眼底失窮崇
북쪽으로 백옥경을 바라보니 / 北望白玉京
남쪽으로 날으던 기러기 사라지고 / 滅沒南飛鴻
큰 바다는 바로 지척에 있어 / 溟海卽咫尺
하늘과 맞닿아 청동을 가는 듯하네 / 際天磨靑銅
멀리 떨어져 있는 오랑캐 섬들은 / 乖蠻與隔夷
구름 물과 섞이어 시야가 흐릿하니 / 雲水和朦朧
먼 데를 보면 방향이 헷갈린 듯하나 / 遠瞻若迷方
가까이 보면 좋은 만남이 기쁘구나 / 近挹忻奇逢
푸른 소나무는 절벽에서 춤을 추고 / 蒼虯舞素壁
붉은 태양은 나직이 창공에 말끔한데 / 赤羽低晴空
수많은 골짝 물은 세차게 흘러서 / 萬壑水奔流
구불구불 옥 무지개를 끄는 듯하네 / 逶迤拕玉虹
십주는 쌓인 자락 속에 숨어 있어 / 十洲隱積皺
돌아보면 저마다 모두 같은데 / 指顧面面同
여러 봉우리는 모두 온순하여 / 諸峯悉醞藉
마치 자손이 부조를 따르는 듯하고 / 有似兒孫從
반야봉은 높이를 겨루려고 하여 / 般若欲爭長
자개가 축융에 대해서와 같구려/ 紫蓋於祝融
그립기도 하여라 청학동에는 / 懷哉靑鶴洞
천 년토록 신선의 자취 숨겨졌기에 / 千載祕仙蹤
길이 읊으며 높은 비탈 내려가니 / 長嘯下危磴
마치 청동을 만날 것만 같구나 / 如將値靑童
바람부는 잔도에 가벼운 안개 일고 / 飇梯起輕霧
석양빛은 단풍을 환하게 비추니 / 返照明丹楓
비록 단정한 달은 구경 못했지만 / 雖負端正月
진원은 이제 이미 다 탐색하였네 / 眞源今已窮
언뜻 흐리다가 언뜻 개곤 하니 / 倏陰而倏晴
하늘의 후의에 전문 올려 보답하리 / 厚意牋天公
발 부르튼 건 걱정할 것도 없이 / 累繭不足恤
청련궁에서 이틀 밤을 묵노니 / 信宿靑蓮宮
내일 아침에는 연하를 하직하고서 / 明朝謝煙霞
다시 직무에 허둥지둥 바쁘리라 / 繩墨還悤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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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봉에서 바다 가운데 여러 섬들을 바라보다[中峯望海中諸島]

앞 섬들은 드러누웠고 뒤 섬들은 서 있는데 / 前島庚庚後立立
아득하게 하늘과 물이 서로 연접하였네 / 蒼茫天水相接連
멀리 보이는 구름 돛은 새보다 빠른 듯한데 / 似有雲帆疾於鳥
옛부터 전하는 말이 뗏목 탄 신선이라 하네 / 古來說得乘槎仙
대여와 원교는 다시 어느 곳에 있느뇨 / 岱輿員嶠更何處
큰 자라는 안 움직이니 응당 깊이 잠들었겠지 / 巨鼇不動應酣眠
자봉각에 글 부쳐 옛 동료들에게 묻노니 / 寄書紫鳳問舊侶
지금 나 또한 방장산 꼭대기에 올라왔다오 / 我今亦在方丈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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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신암(靈神菴)

전괄과 거상을 두루 산책하고 돌아오니 / 箭筈車箱散策回
늙은 선승의 방장에 돌 문이 열리었네 / 老禪方丈石門開
내일 아침엔 다시 붉은 먼지를 밟아 가리니 / 明朝更踏紅塵路
원숭이 불러서 술을 사오도록 해야겠구나 / 須喚山都沽酒來
청학 탄 신선은 어느 곳에서 사는고 / 靑鶴仙人何處棲
홀로 청학을 타고 동서로 마음껏 다니겠지 / 獨騎靑鶴恣東西
흰구름 골에 가득하고 솔과 삼나무 어우러지니 / 白雲滿洞松杉合
수많은 노는 이들 들어오면 절로 길을 헤매네 / 多少遊人到自迷
천 년의 세월 속에 일인자인 한 녹사는 / 千載一人韓錄事
붉은 절벽 푸른 고개서 얼마나 노닐었던고 / 丹崖碧嶺幾遨遊
조정 아득한 경상들은 노예 됨을 감수하는데 / 滿朝卿相甘奴虜
처자들을 거느리고 늘그막까지 함께하였네 / 妻子相携共白頭
쌍계사 안에서 최고운을 생각하니 / 雙溪寺裏憶孤雲
분분하던 당시의 일을 들을 수가 없구려 / 時事紛紛不可聞
동해에 돌아와서 도리어 유랑을 했던 것은 / 東海歸來還浪跡
다만 야학이 군계 속에 끼었기 때문이로다 / 秖緣野鶴在鷄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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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내려와서 읊다[下山吟]

지팡이 짚고 산을 겨우 내려오니 / 杖藜纔下山
맑은 못이 갑자기 사람을 담그네 / 澄潭忽蘸客
굽은 물가에서 내 갓끈 씻으니 / 彎碕濯我纓
빠른 바람이 겨드랑이서 나오누나 / 瀏瀏風生腋
평생에 산수를 몹시 탐해오다가 / 平生饕山水
오늘은 나막신 한 켤레 다 닳았네 / 今日了緉屐
마음 맞는 사람들에게 말하노니 / 顧語會心人
어찌하여 형역에 붙따른단 말인가 / 胡爲赴形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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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D-001]결하 : 우기(雨期)에 해당하는 음력 4월 15일부터 90일 동안 중이 한 곳에 조용히 있으면서 불도(佛道)를 닦는 일을 말한다.
[주D-002]소림의 선 : 소림은 중국에 있는 소림사(小林寺)를 이르는데, 중국 선종(禪宗)의 초조(初祖)인 달마대사(達磨大師)가 일찍이 여기에서 9년 동안 면벽 좌선(面壁坐禪)을 하였었다.
[주D-003]소나무 파도 : 소나무에 세차게 부는 바람 소리를 비유한 말이다.
[주D-004]구곡 : 강소성(江蘇省)에 있는 산명인데, 양(梁) 나라 때 은사 도홍경(陶弘景)이 일찍이 벼슬을 버리고 이 산에 은거하였었다.
[주D-005]천주 : 하늘을 괴고 있다는 큰 기둥을 이르는데, 여기서는 곧 큰 산봉우리를 비유한 것이다.
[주D-006]경대 : 천태산(天台山)의 서북쪽에 위치한 산봉우리의 이름이다.
[주D-007]생학 : 선학(仙鶴)과 같은 뜻이다.
[주D-008]회로 : 당(唐) 나라 때의 도사(道士)로서 팔선(八仙)의 한 사람으로 일컬어진 여동빈(呂洞賓)을 가리킨 것으로, 소식(蘇軾)의 유효숙회호구시(劉孝叔會虎邱詩)에 나타나 있고, 또 소식의 회선생과호주시(回先生過湖州詩)에 의하면, 소식의 당시에 회도인(回道人)이라 자칭한 은사(隱士)도 있었는데, 여기서는 누구를 가리키는지 자세하지 않다. 《蘇東坡集 卷十一, 十二》
[주D-009]속함 : 함양(咸陽)의 고호이다.
[주D-010]뇌봉 : 현(縣)이 보통 사방 백 리인데, 천둥이 치면 그 소리가 백 리쯤 진동한다 하여 현령(縣令)을 뇌봉이라고 한다.
[주D-011]백옥경 : 임금이 있는 서울을 미화(美化)하여 일컬은 말이다.
[주D-012]십주 : 신선이 산다는 열 개의 섬. 즉 조주(祖洲)·영주(瀛洲)·현주(玄洲)·염주(炎洲)·장주(長洲)·원주(元洲)·유주(流洲)·생주(生洲)·봉린주(鳳麟洲)·취굴주(聚窟洲)이다.
[주D-013]자개가 축융에 대해서와 같구려 : 자개와 축융(祝融)은 모두 산봉우리 이름으로, 형산(衡山)의 72봉(峯) 가운데 축융봉이 가장 높고, 자개봉이 그 다음이라고 한 것을 이른 말인데, 일설에는 자개봉이 가장 높다고 하기도 한다.
[주D-014]청동 : 선인(仙人)의 심부름을 하는 사람으로, 즉 선동(仙童)과 같은 뜻이다.
[주D-015]단정한 달 : 특히 음력 8월 15일 밤의 달을 가리킨 말이다.
[주D-016]진원 : 선도(仙道)의 본원(本源)을 이른 말이다.
[주D-017]청련궁 : 불사(佛寺)의 이칭(異稱)이다.
[주D-018]대여와 원교 : 발해(渤海)의 동쪽에 있다는 다섯 선산(仙山) 가운데 두 산의 이름이다.
[주D-019]큰 자라 : 동해(東海) 가운데 있는 신산(神山)을 머리에 이고 있다는 자라를 이른 말이다.
[주D-020]전괄과 거상 : 전괄은 화살 끝처럼 좁은 산마루를 말하고, 거상은 마치 수레의 짐칸처럼 우묵한 골짜기를 말하는데, 또는 전괄령(箭筈嶺)과 거상곡(車箱谷)의 명칭으로도 쓰는바, 두보(杜甫)의 망악시(望岳詩)에 “거상의 골짝에 들어서니 돌아갈 길이 없고 전괄로 하늘을 통하는 문 하나가 있구려[車箱入谷無歸路 箭筈通天有一門]” 한 데서 온 말이다. 《杜少陵詩集 卷六》
[주D-021]방장 : 옛날 유마거사(維摩居士)의 거실(居室)이 사방 일장(四方一丈)이었던 데서, 즉 국사(國師) 등의 높은 스님이 거처하는 곳을 일컫는 말이다.
[주D-022]한 녹사 : 고려 때의 명사(名士) 한유한(韓惟漢)을 말함. 그는 지리산(智異山)에 은거하면서 조행(操行)이 고상하고 조촐하여 세상 일을 간섭하지 않았는데, 《고려사(高麗史)》에 의하면, 한유한이 처음 서울에 살았으나, 최충헌(崔忠獻)의 정사가 잘못되어 가는 것을 보고는, 장차 난(亂)이 일어날 것이라 여기고, 처자(妻子)를 데리고 지리산에 들어가 세상과의 인연을 끊고 은거하였는데, 뒤에 나라에서 서대비원 녹사(西大悲院錄事)를 제수하여 불렀으나 끝까지 취임하지 않고 깊은 골짜기로 들어가 종신토록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新增東國輿地勝覽 卷三十》
[주D-023]최고운 : 고운은 최치원(崔致遠)의 호이다.
[주D-024]형역 : 마음이 육체적 생활의 노예가 되어 사역(使役) 당하는 것을 말한다.
 
[민족문화추진회 점필재 시집 번역본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