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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이야기/조용섭의 지리산이야기

조용섭의 지리산이야기[02]-여원치 가는 길

 

['여원치 옛길'에 있는 유정부과(劉綎復過) 각자바위. 임진왜란 때에 명나라장수 유정이 이 곳을 두 번 지나갔다는 의미이다.] 


지난 주, '지리산이야기' 원고를 마무리하기 위해 남원시 운봉읍과 이백면의 경계를 이루는 백두대간 고개 여원치와 '여원치 옛길'을 다녀왔다.

 

여원치 고갯마루에서 '여원치마애불'을 지나 내려서면 길은 사라져버린다. 지난 가을 답사 차 이곳을 들렀다가 발길을 되돌린 아쉬움이 컸던 터, 이번에는 산행복장에 마음을 단단히 먹고 숲을 헤쳐나가기 시작했다.

 

쓰러진 나무와 갈대, 잡목들이 어지럽게 뒤엉킨 숲은 발디딜 곳을 찾기가 쉽지 않다. 집요하게 따라다니는 찔레나무 가지를 조심스럽게 피하고 헤치며 나아가던 그때, "크르르!!"하며 침입자에게 경고를 보내는 멧돼지 소리가 들린다. 진퇴양난이다. 하지만 여기서 물러설 수는 없는 일, 나도 큰 소리로 외치고 스틱을 두드리며 아래로 경고를 보냈다.

 

한참을 지나 숲이 다시 고요해지자, 조심스럽게 걸음을 내디뎠다. 작고 예쁜 계곡까지 지닌 묵은 숲 속이지만, 이곳은 조선시대 간선도로인 '통영별로' 구간이고, 임진왜란의 영웅 이순신장군이 백의종군을 하기 위해 지나갔던 역사성이 있는 공간이다. 마애불을 출발해서 약 한 시간 조금 못미친 시각 우여곡절 끝에 계곡에 이르니 오른쪽으로 큰 바위가 보인다.

 

마애불에서 약 500미터 아래에 있는 이곳에 임진왜란 때 명나라장수 유정이 두 번 지나갔다는 글을 새겨놓았다. 이른 바 '유정부과(劉綎復過)'이다. 이곳에서 24번국도 쪽으로 올라가는 길이 희미하게 나있다. 황산로 690번 표시판이 있는 도로변 공터에 이른다. 남원시 이백면 양가리에서 여원치에 이르는 '여원체 옛길'의 거리는 약 2.5km 정도 된다.

 

권율 도원수가 있는 합천(초계)으로 백의종군하기 위해 이곳을 거쳐 운봉에 도착한 이순신장군은 도원수가 전남 순천에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발길을 돌려 구례로 향하게 된다. 바로 이순신장군의 '지리산권 백의종군로'가 이루어지는 역사의 현장이자 순간이다. 하루 빨리 '여원치 옛길'의 복원이 이루어지길 기대해 본다.

 

170524 두류 조용섭

 

[한국농어민신문 기사보기]

http://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29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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