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山 情 無 限

어머니의 화단

 

 

 

어머니의 화단

 

 

 

며칠 전 아침 일어나 보니, 화단을 가득 채우고 있던 풀꽃들이 사라지고 있었다. 3개월 동안 재잘거리며 피어있던 봄까치꽃, 올봄 눈도 제대로 맞추지 못했던 광대나물, 적은 개체수이긴 하지만 화단 담에 드리워져 있던 꽃잔디, 그리고 조금 있으면 하늘거리며 피어오를 꽃양귀비까지...나의 어머니 장분순 여사의 경쾌한 손길에 이 녀석들은 속절없이 뽑혀나가고 있는 중이었다.

 

어머니, 꽃들을 그리 좋아하시면서 어찌 이리 뽑아버립니까?” 하고 여쭈니, 화단이 너무 마음에 안 들어서 전체 모양새를 바꾸시겠단다. 머리에 수건까지 쓰신 모습이 여간 마음을 다잡고 나오시지 않은 듯하다. 어떤 일을 하실 때면 대체적으로 나의 의견을 물어보는 어머니로서는, ‘이번 일은 말리지 마라라는 분명하고 단호한 의지가 담긴 행동이 아니겠는가.

 

 

 

 

 

잠시 수습책을 생각하던 나는 황급히 제안을 했다. “어머니, 꽃양귀비는 뽀삐라고도 하는데, 꽃이 무리지어 피면 정말 예쁩니다. 그러니 놓아두셔도 좋을 듯하고, 저 봄까치꽃은 잡초같지만 그 춥던 2월에 꽃을 피워 아직까지 저리 예쁘게 피어있으니 정말 장하지 않습니까? 요놈들 방을 만들어 일부라도 그곳에서 저절로 질 때까지 두면 좋겠네요. 저 광대나물이라는 녀석도 꽃 피운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조금만 더 두어보고요.”

 

나의 조건부 제안을 받아들인 어머니는 이내 화단 정비작업에 들어가신다. 나도 엉겁결에 봄까치꽃이 가장 예쁘게 무리지어 있는 곳에 자갈을 둘러 방을 만들고, 꽃양귀비도 다른 풀들과 뽑혀나가지 않도록 한 곳으로 모으는 작업을 바로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6년 전 지금의 시골집으로 들어올 때 자연건조공간으로 활용하겠다며 깔아두었던 화단의 자갈돌을 다 들어내느라 오전시간이 훌쩍 지나고 있었다.

 

 

 

풀을 뽑고, 들어낸 자갈돌로 담을 쌓아 모습이 바뀌어가는 화단은, 마치 무슨 의미가 담겨있는 듯 자갈돌들이 공간을 가르며 터를 잡게 되었다. 그런데 얼마 전까지 나물로 묻혀먹었던 돌나물과, 노란얼굴을 들어 어머니를 맞이하였던 수선화는 어머니의 은총을 받았는지 자리를 그대로 지키며 새로운 화단의 향도역할을 하고 있다.

 

어머니와 아내의 남원 이사기념으로 심어 화단의 새식구가 된 꽃복숭아(남경화)와 옥매화는 예쁜 꽃을 피운 뒤, 이제 싱그러운 잎사귀들을 내밀고 있고, 터줏대감 장미가 뿌리를 넓힌 건줄 알았던 작은 가시나무는, 씨가 날아와 오랜 시간 땅속에서 뿌리를 내린 찔레나무가 올라와 새로운 화단의 식구로 된 것임을 알았다. 찔레꽃의 꽃말은 가족에 대한 그리움’, ‘외로움이라고 한다. 도대체 언제부터 나의 마음은 찔레꽃을 불러들였고 그리움을 키워왔을까. 찔레꽃 땅 속 뿌리의 힘이 만만찮다.

 

 

 

추운 봄날의 문턱에서 꽃을 피운 봄까치꽃을 보고 희망을 노래한 지 이제 3개월이 지났다. 온몸을 휘감고 있던 그리움을 따뜻한 사랑으로 맞이하는 봄날, 나는 다시 희망을 노래한다. 그리고 내기 희망이어야 한다.

 

2015. 5. 16

두류 조용섭

 

'▣ 山 情 無 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가 희망이다.  (0) 2015.06.17
승월교, 사랑의 다리  (0) 2015.05.22
건강을 선물하세요!  (0) 2015.02.03
도농교류, 6차산업화의 작은 걸음을 딛다.  (0) 2014.12.08
아침의 어떤 전화  (0) 2014.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