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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山 情 無 限

아침의 어떤 전화

 

 

 

아침의 어떤 전화

 

아침 8시를 갓 넘긴 시각, 근엄하고 힘있는 목소리의 전화를 받았다. 얼마 전, 어떤 인연으로 알게 되었다며 꽤 많은 분량의 청국장가루를 보내라고 하신 분이다. 얼굴은 모르지만 내가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연세 지긋한 목소리의 이 분은 강원도 횡성의 어느 병원에서 요양 중이시다.

 

"나 가루 이리저리 다 뺏겨버렸어. 조금 더 보내줘야겠는데, 나중에 서울에서 오는 사람들 중에도 필요하다는 사람 있으니 오면 같이 모아서 연락할께."

 

"나는 이 청국장가루를 타서 마시지 않고, 씹어서 먹어. 수시로 과자 먹듯이. 이건 냄새가 많이 안나니 그렇게도 먹을 만해. 그리고 음식 만들 때 조미료로 넣어도 되잖아."

 

대화를 나누다보니 이 어른은 발효식품에 대한 공부도 많이 하신 듯하다.

며칠 전보다 음성이 무척 밝아지셨다고 말씀을 드리니, 오늘 아침 조깅도 하고 오셨단다.

 

저가 만든 음식이 좋은 인연을 만난 듯해, 오히려 저가 고맙다는 말로 인사를 드리며 한참 동안 이어지던 전화를 끊었다.

우리의 전통식품이 그냥 맛있는 추억의 음식이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자신 있게 내놓을 수 있는 최고의 건강식품이라는 것을 많은 분들이 알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좋은 재료와 위생적 공정에 바탕한, 제품의 균질화, 풍미 개선 등에 끊임없이 고민을 하여야 할 것이다.

 

아침에 걸려온 밝고 힘찬 목소리에 덩달아 기분이 한껏 고무되며 하루를 맞이한다.

횡성 박선생님의 쾌유를 빈다.

 

안개 속에 의젓하게 서있는 대추나무에게서 희망의 메세지를 듣는다.

 

141030

#행복한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