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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歷史.文化 이야기

'불교 깊이 읽기' 서적 잇따라 출간

<'불교 깊이 읽기' 서적 잇따라 출간>
'밀교와 한국의 문화유적'ㆍ'오백나한'

(서울=연합뉴스) 정천기 기자 = 불교는 외래 종교라고는 하나 전파된 지 1천700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 민족의 심성과 생활 속에 깊이 뿌리내려 토속문화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가 됐다.

   그러나 조선시대 숭유억불 정책과 일본 강점기를 거치면서 한국불교의 전통은 상당부분 맥이 끊어졌고 왜곡 현상까지 낳았다.

   그런 점에서 최근 잇따라 출간된 '밀교(密敎)와 한국의 문화유적'(민족사 펴냄), '오백나한'(휴먼앤북스 펴냄)은 생활 주변에서 자주 만나면서도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했던 불교를 좀 더 깊이 있게 이해하도록 도울 뿐 아니라 각종 자료를 통해 끊어진 불교문화의 맥을 이어주는 역할까지 한다.

   이범교 신라문화원 전문위원이 지은 '밀교와 한국의 문화유적'은 신라시대에 도입된 밀교를 277장의 사진, 만다라에 등장하는 불보살을 비롯한 132장의 그림, 그리고 154개의 도표를 사용해 입체적으로 조명해낸 책이다.

   밀교는 대승불교 중에서 가장 늦게 전개된 것이다. 관념적인 학문 중심의 대승불교를 구체적이고 실천적 의례로 재구성한 것이 밀교이다. 대승불교의 심오하고 난해한 교리를 재가신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문자가 아니라 그림, 설법이 아니라 진언과 의례 등으로 새롭게 구성했다.

   저자는 "이 땅에 밀교가 도입된 것은 7세기 경이며, 8세기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확산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밀교와 관련한 유물.유적은 경주를 중심으로 전국에 산재해 있으며, 경주 굴불사지(掘佛寺址) 돌에 새겨진 사방불은 밀교 만다라를 형상화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진전사지삼층석탑, 증흥산성삼층석탑 등도 밀교의 핵심교리를 나타낸 것"이라면서 "불교 사찰의 상징물은 대부분 밀교의 상징체계를 이용했기 때문에 이를 이해하려면 밀교를 아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오늘날 한국의 밀교는 1947년 재가종단인 진각종이 창종된 이후 60여 년의 짧은 역사를 갖고 있다. 이후 진각종에서 분리돼 나온 진언종과 총지종 등 종파가 활동하고 있다.

   밀교에 관한 종합개론서 성격인 이 책은 밀교의 발생과 전개, 밀교의 법통 상속, 인식론인 만다라의 상징해석 등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624쪽. 2만5천원.

   강화도 정수사 주지 진효스님이 엮어낸 '오백나한'은 부처와 중생을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하는 '나한(羅漢) 신앙'을 소개하고 있다.

   나한은 아라한(阿羅漢)의 약칭으로 범어 아르한(arhan)을 음역한 것이다. 오백비구(五百比丘)나 오백상수(五百上首)라고도 하며, 불제자들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계위(階位)에 있는 이들이다. 생사윤회의 흐름에서 벗어났다는 점에서 최고의 깨달음을 얻은 이들이라고도 할 수 있다.

   '오백나한'은 석가모니 부처가 열반한 뒤 그의 제자 500명이 마가다국의 왕사성 외곽 칠엽굴에서 부처가 생전에 남긴 경(經)과 율(律)을 암송하며 결집한 데서 유래한다. 이것이 중국과 한국 등으로 전해져 '나한 신앙'으로 발전했다.

   나한 신앙은 고려 태조가 양나라에 보낸 사신 윤실이 500나한상을 가지고 귀국, 해주 숭산사에 봉안한 이후 본격적으로 퍼졌다.

   이후 고려 문종이 1053년 신광사에서 나한재(羅漢齋)를 베풀기 시작하면서 나한 신앙은 외적을 물리치거나 국왕의 장수와 백성의 안녕을 비는 기우제 성격으로 자리 잡았다. 조선시대에는 주로 구복(求福) 중심의 신앙으로 전개됐다.

   이번 책은 정수사에 오백나한 불사를 조성하고 있는 진효스님이 오백나한도의 등장인물을 한 명씩 소개하면서 그에 따른 게송을 하나씩 정리하는 방식으로 꾸몄다. 책에 실린 전통 나한상은 경기도 일산 장안사 주지 병진스님이 그린 것이다. 534쪽. 1만8천원.

   ckch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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