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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통신

신이 빚은 환상의 세계, 제주 용천동굴,당처미동굴

등록일 : 2007-10-17 09:26:39
세계자연유산 제주 용천동굴 등 맛보기 공개 [중앙일보]
140m `두루마리 용암` 장관


당처물 동굴에서 자라고 있는 종유관·종유석·석주 등의 화려한 모습(上). 천연기념물 466호인 제주시 구좌읍 용천동굴 최고의 볼거리인 ‘천년의 호수’. 앞으로도 이 두 동굴은 일반에 공개하지 않을 예정이다. [제주=변선구 기자]
6월 세계 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제주도의 동굴 세계가 16일 그 모습을 드러냈다.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의 '용천동굴'과 '당처물동굴'. 두 동굴은 발견 당시 연구.탐사팀에 의해 사진이 공개된 이후 이날 처음으로 언론에 그동안 숨겨뒀던 신비의 장면을 보여 줬다.

용천동굴은 2005년 전신주를 세우려다 지반이 꺼지면서 발견된 굴이다. 취재진은 그렇게 뚫린 구멍으로 사다리를 이용해 동굴 속을 찾았다.

동굴 입구에서 바다 쪽으로 약 2㎞ 구간에 갖가지 용암 생성물과 석회 생성물이 신비스러운 모습으로 펼쳐져 있었다. 속이 빈 검은색 롤케이크 같은 140m의 용암 두루마리와 화산 폭발 당시 용암의 흐름을 짐작하게 하는 3단 용암폭포, 평평하게 잘 다듬어진 용암 선반 같은 다양한 용암 생성물이 이어지고 있었다. 동굴 천장의 하얀 빨대 같은 종유관, 바닥의 황금빛 석순, 석주, 동굴산호, 동굴진주 같은 탄산염 생성물도 곳곳에서 자라고 있었다.

제주도청 문화재과 최돈원 박사는 "용천동굴은 지금으로부터 약 40만 년 전 주변 기생화산인 '거문오름'이 폭발하면서 분출된 용암이 흘러내리면서 생성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동굴의 끝 부분에 다다르자 에메랄드빛 맑은 물이 가득 찬 널따란 호수가 나타났다. '천년의 호수'라고 명명된 이 호수는 폭 7~15m, 길이 200m, 수심 6~15m 규모로 영국과 호주 등 외국의 동굴 전문가들이 극찬을 아끼지 않은 용천동굴의 백미다.

용천동굴과 1㎞ 거리에 있는 당처물동굴 역시 환상의 세계다. 길이 110m, 폭 5.5~18.4m, 높이 0.3~2.7m 규모의 작은 동굴이다. 하지만 이 동굴엔 땅 위를 덮고 있는 패사(貝沙)층의 탄산염 성분이 빗물에 의해 유입, 석회동굴에서만 볼 수 있는 종유관.석순.석주.종유석.동굴산호가 화려하게 등장한다. 마치 공상과학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용천동굴과 당처물동굴은 2005년과 1995년 각각 천연기념물 466호와 384호로 지정됐다.

제주=양성철 기자 , 제주=변선구 기자

2007.10.17 04:18 입력 / 2007.10.17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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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신이 빚은 환상의 세계..제주 '용천동굴'
(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의 '용천동굴'과 '당처물동굴'은 과연 신이 빚은 환상의 나라였다.

   15일 플래시가 달린 안전모를 쓴 10여명의 기자들은 2005년 전신주를 세우기 위해 암반을 굴착하다 우연히 발견한 깜깜한 지하세계인 용천동굴로 사다리를 타고 내려갔다.

   제주도청 문화재과의 최돈원 박사는 "용천동굴은 지금으로부터 약 40만년 전 검은오름이 폭발하면서 분출된 용암이 흘러내리면서 생성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지금으로부터 약 1천년 전 탐라국시대에 사람들이 드나들었던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는 짤막한 설명을 한 뒤 앞서 걸아가기 시작했다.

   이어 동굴 입구에서 바다쪽으로 약 2㎞ 구간에 펼쳐진 갖가지 용암생성물과 석회생성물은 이방인들의 입을 다물지 못하게 했다.

   속이 빈 검은색의 롤케익 같은 140m의 용암두루마리와 화산폭발 당시 용암의 흐름을 짐작케하는 3단 용암폭포, 평평하게 잘 다듬어진 용암선반 등 다양한 용암생성물이 이어지고 동굴 천정의 하얀 빨대 같은 종유관, 바닥의 황금빛 석순, 석주, 동굴산호, 동굴진주 등 탄산염생성물이 곳곳에서 자라고 있었다.
이어 동굴의 끝 부분에 다다르자 작은 호수가 보였다. 폭 3m, 길이 12m, 수심 12m의 이 호수에 걸쳐진 사다리를 네발로 기어 넘어가자 에메랄드빛 맑은 물이 가득찬 널따란 호수가 나타났다.

   '천년의 호수'라고 명명된 이 호수는 폭 7∼15m, 길이 200m, 수심 6∼15m 규모로 영국과 호주 등 외국의 동굴전문가들이 극찬을 아끼지 않은 용천동굴의 백미다. 이 호수의 물은 선녀들이 목욕을 했다는 지상의 그 어떤 선녀탕의 물 보다 맑았다.

   이 호수는 지표상 해발고도가 약 10m 정도이고 고여 있는 물의 염분농도가 해수 보다 낮은 것으로 확인돼 호수의 북쪽으로 동굴이 계속되어 끝 부분이 바다와 연결돼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전신주 구멍 이외의 입구가 모두 막혀 있던 총 길이 2천470m, 너비 7∼15m, 높이 1.5∼20m의 용천동굴 곳곳에서 인화문토기편, 회색도기편, 숯, 동물의 뼈, 철기류 등이 발견되면서 고고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상지대학교 상지대학교 이광춘 교수가 1곳에서 채취한 숯을 대상으로 탄소동위원소연대측정을 한 결과 지금으로부터 1천50년 전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시기는 고려 광종 때로 제주의 탐라국시대에 해당하는데 동굴의 입구가 노출되어 있던 당시 제주인들은 이 시대의 사람들 보다 먼저 수십만년에 걸쳐 형성된 자연의 신비를 맛보았을 것이다.

   용천동굴을 둘러본 기자들은 이어 1996년 경작지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인근의 당처물동굴을 둘러봤다.

   당처물동굴은 이 지역의 4단계 화산활동 가운데 약 60만∼42만년 사이 현 해수면상에서 분출한 제2단계 용암류에 의해 형성된 길이 110m, 폭 5.5∼18.4m, 높이 0.3∼2.7m 규모의 작은 동굴이다.

   이 작은 동굴에는 동굴 표면을 덮고 있는 패사(貝沙)층이 빗물에 의해 분해되면서 탄산염성분이 동굴 내로 유입되면서 석회동굴에서 볼 수 있는 황금빛 종유관, 석순, 석주, 석화, 동굴진주, 동굴산호 등이 대규모로 발달해 있어 마치 SF영화속 환상나라를 연상케 했다.

   동굴 내부까지 내려온 지상의 나무뿌리에 수십만년간 탄산염성분의 물이 흘러내리면서 생성된 기기묘묘한 석주와 바닥에 떨어진 물이 튕기면서 피어난 석화, 동굴산호, 동굴진주 등으로 가득찬 당처물동굴은 위대한 건축가가 세운 황금제국의 축소판 같았다.

   2003년 제주를 찾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의 자연유산국장인 나타라잔 이시와란 박사도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이 같은 당처물동굴을 보고 감탄사를 연발했다고 한다.

   태고의 신비와 아름다움을 간직한 당처물동굴은 발견되는 그 해에 천연기념물 제384호로, 용천동굴은 지난해 천연기념물 제466호로 각각 지정됐다.

   이어 제주 화산섬의 핵심인 이들 동굴은 결국 세계인들을 감동시키며 지난 6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됐다.

   그러나 당처물동굴의 종유석이 도난당한 적이 있는데다 현재 용천동굴 내부의 석순 등이 산성비나 농사용 비료 등으로 생성되는 산성을 띤 물에 의해 녹아 내리고 있는 실정이어서 정확한 원인분석과 그 대책을 마련해 세계의 유산으로 길이길이 보존해야 할 것이다.

   kh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