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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山 情 無 限

동(洞)이라는 의미는?

지리산 화개동천, 청학동, 두류동, 금강산 만폭동, 설악산 설악동, 정선의 두문동 등, 깊은 산속의 험한 골짜기를 이루는 곳들에 우리 현대 도시의 가장 기초 행정단위 조직인 (洞)이라는 이름이 들어있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해 본 적은 없는가?

 

사전적인 의미로 현재 동(洞)이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은 고을,마을을 뜻함이다. 그런데 한자사전 뜻풀이의 제 1번이 골(골짜기)을 나타내고 있음은 뜻밖이다. 

 

다음은 다산 정약용 선생의 경세유표(經世遺表) 제 8권 지관수제(地官修制)/전제(田制)10/정전의(井田議) 2에 나오는 내용인데, (洞)이라는 명칭의 사용에 대해 선생께서 밝힌 흥미로운 의견이 있어 이를 소개하고자 하며,

 

아울러 큰 산의 깊은 골짜기를 이라고 부르는 이유를 다산 선생의 기록으로 증거를 삼으며 이제 확실히 모르면서 지내온 그 동안의 부끄러움을 잊으려 한다. 

 

이런 방대한 저술을 남겨 나랏일의 이정표를 세우고자 하셨던 다산 선생님께 새삼스럽게 한없는 경의를 표한다.  

 

▣다음은 민족문화추진위에서 번역한 경세유표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살피건대, 우리 나라 군ㆍ현의 명칭은 본디부터 모두 상말이어서 괴이쩍다. 신라 경덕왕(景德王)이 아름다운 이름을 주기 시작했는데 사책(史冊)을 상고하니, 광휘(光輝)가 찬연했다. 그러나 다만 그 방이 이름은 모두 예전대로이고 고치지 않았으니 지금은 각 도 감사에게 조칙(詔勅)해서 한 도의 방ㆍ이를 뽑아 죄다 아름다운 이름을 주는 것이 마땅하다.


파지대면(波之大面)을
파지방(巴池坊)으로 흘이내리(訖伊乃里)를 ‘탁천리(濁川里)로 득독거리촌(得毒巨哩村)을 공석촌(扛石村)으로 각각 고치면 또한 좋지 않겠는가? 이런 것은 잠깐 동안에 3천 년을 내려오는 고루한 풍습을 씻을 수 있는데, 무엇이 어려워서 하지 않는가?

 

또 동()이라는 것은 바위 틈의 명칭이니 금강산(金剛山) 만폭동(萬瀑)과 두류산(頭流山) 청학동(靑鶴)은 오히려 가하지만 지붕과 담장이 연달아 있는 야촌(野村)을 어째서 동()이라 이르는가? 이웃 마을 여러 사람을 부르면서, 동내 첨존(內僉尊)이라 하고, 이임(里任)을 동임(任), 이장(里長)을 ‘동장(長), 이회(里會)를 동회(會), 이의(里議)를 동의(議)라 부르는데 어찌 잘못이 아니겠는가? 지금부터 공사간(公私間)의 문부(文簿)에 동()이라는 글자를 죄다 없앤다면 또한 상말을 버리는 데에 하나의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