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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길따라/지리산♧[풍경]

지리산 바라보기, 웅석봉에서

 

[웅석봉 하산길에서 바라본 지리산 자락. 맨 왼쪽이 천왕봉이고 그 오른족이 중봉,

그리고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두류능선이다]

 

 

 

[웅석봉에서 지리산을 배경으로]

 

  

 

전남 구례 산동,

지리산 자락 마을에 내리던 비가 갑자기 찾아온 추위에 눈으로 슬슬 바뀌며 내리던 토요일 저녁, 길을 나섰다.


19번 국도 밤재 오름길에서 새하얀 눈으로 옷을 갈아입은 만복대의 모습이 보인다.

정작 그 고스락 산자락 아랫마을에서 만나지 못한 모습이 이렇게 멀리서 바라보니 더욱 크고 아름답게 보인다.


요즘은 지리산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산불방지를 위하여 특정 등산로를 제외한 모든 산길에 대하여 입산을 통제하고 있는 기간이다.(09. 11.15~12.15)


지리산 답사모임인 '지리산 산길따라'(다음 카페)에서는 이즈음이면 늘 ‘지리산을 바라보는 산행’으로 정기산행을 한다. 지'산에서는 이번 12월 정기산행을 지리산 동부자락에서 천왕봉을 가장 잘 조망할 수 있는 경남 산청의 웅석봉을 찾기로 했다. 특히 이번 송년산행은 분기별 한번 실시하는 비박산행으로 갖기로 하였다.


오후 7시 경, 웅석봉 아래 지곡사에서 헤드램프를 켜고 어느새 칠흙같은 어둠의 공간으로 변해버린 산자락으로 들어섰다.

많은 양은 아니지만 계속해서 내리는 눈, 갑자기 뚝 떨어진 기온과 올 겨울 가장 추운날씨를 보일 것이라는 일기예보 등, 여러모로 이번 비박산행이 부담스럽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3시간 남짓 힘겨운 걸음으로 왕재를 올라서자 내심 우려하던 일이 사실로 나타났다. 능선 오름 직전 으르렁거리며 산자락을 흔들던 소리의 실체를 만난 것이다.

범 10시를 지나 왕재에서 만난 몸을 휘청거리게 하던 칼바람은 숨이 턱 막힐 정도로 매서웠다. 파일 장갑을 내피로 하여 2중으로 장갑을 꼈지만 손가락이 얼얼할 정도였다. 황급히 보온방풍복과 안면모로 중무장하였지만 온 몸을 파고드는 한기는 나를 긴장케 하였다.

 

집결지인 웅석봉 헬리포트에서 만난 그 바람도 만만찮았다.

겨울 천왕봉의 그 무서운 바람이나, 소백산 비로봉, 설악산 대청봉의 이름난 그 어떤 바람에도 못지않았다.


먼저 올라와 있던 동료들이 이미 샘터 인근에 비박플라이를 설치해 놓고 식사를 준비해 놓았던 터라. 이내 그 훈훈한 분위기 속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이른 아침에 만난 겨울산의 풍경은 또 다른 감흥으로 다가온다.

옷을 벗은 나목의 군락 위, 청명하게 갠 하늘에 천연덕스럽게 내려다보고 있는 달의 모습이 정겹고, 남녘 저 멀리 아스라이 보이는 남해바다가 눈부시다.

눈으로 하얗게 치장을 한 장대한 산줄기는 늘 그렇듯 가슴을 설레게 한다.

 

 

 

 

 

 

 


식사를 마치고 청소를 한 후, 웅석봉 정상에 올랐다.

누구 할 것 없이 지리산 천왕봉으로 눈길을 모은다.

그 마음을 아는지 먼발치에서 설산의 모습을 한 천왕봉이 손짓을 하고 있다.

천왕봉 바로 옆의 중봉도 두류능선도, 앞으로 이어지는 동부능선의 산줄기도, 중앙의 장터목 오름길도, 그리고 오른편 저 멀리 마치 분리된 산줄기의 봉우리처럼 보이는 삼도봉과 반야봉으로 눈길이 깊어지자 이내 가슴이 쿵쿵거리기 시작한다.

 

 

 


누군가가 그랬고, 나도 그렇게 말한 적이 있지.

“이 죽일 놈의 그리움”이라고...     


하산은 웅석봉 정상을 거쳐 능선을 타고 내려선 후, 진행방향 좌측 능선을 타고 지곡사, 내리저수지로 내려섰다.


두류/조용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