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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으로 가는 길/우리풀.꽃♧나무

은방울꽃과의 만남, 백두대간에서

 

 

 

 

지난 주말(2008.5.24일), 경북 상주의 갈령(상주 화북면과 화남면의 경계를 이루는 49번 지방도

상의 고개)에서 속리산 남쪽 줄기인 형제봉 쪽 갈령 3거리에 올라, '백두대간 내려잇기 23구간

(갈령 3거리~신의터재)'을 운행할 때였다.

나무에 누군가가 걸어놓은 못제 갈림길 이정표를 지나 완만한 오름길을 올라서자 마루금의
오른쪽 산자락으로 매우 평평하고 너른 공간이 나온다. 예전에 집터로 이용하기에도 충분할

만한 공간이라 운행을 중지하고 그 곳을 둘러보았다. 만약 그 곳이 집터였다면 물을 구할 수

있는 곳이 가까이 있을 거란 나름대로의 생각때문이었다. 마루금 상의 식수 확보는 백두대간

운행에 큰 도움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너른 공간 한 켠, 마치 누군가가 밭을 가꾸어 놓은 듯한 빽빽한 초록의 무리가 있어 무심코

다가가 들여다 보았다.

그런데 눈에 익숙한 건강한 잎의 모습을 보자 반갑기도 하고 마음도 설렌다. 
빽빽하게 어깨를 맞대고 있는 이파리를 들추어 보았다.

세상에...
마치 "이제 왔어요?"하며 생글거리며 맞이하는 듯한 녀석들이 있었다.
나는 주저하지 않고 곧장 엎드려 녀석들과 눈높이를 맞추었다.
멀고도 힘든 산길을 잠시 잊고 녀석들과 한참을 놀았다.  

렌즈로 담은 모습들이 마땅치가 않다. 하지만 억지로 포즈를 취하게 하여 모습을 담고 싶지도

않았다. 

은방울꽃, 우리 산자락에 비교적 흔한 풀꽃이긴하지만, 산을 찾는 우리에게 환희심을 주는데

모자람이 없는 아름다운 꽃이다. 

앙증스럽고 예쁜 그 모습이 눈에 선하다. 
지금 내 얼굴에 피어오르는 미소는 은방울꽃을 닮아 있을까?

두류/조용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