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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통신

[기로에 선 국립공원]<상>실태와 문제점

[기로에 선 국립공원]<상> 실태와 문제점

"사유권 침해" "문화재 훼손" 갈등 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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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40여일째 지리산 칠선계곡 개방을 요구

하며 장기농성 중인 추성마을 주민들이 모닥불을 피

운채 국립공원 공단 직원 출입을 감시하고 있다.

 

'이 땅에 사는 모든 생명체들의 마지막 피난처', '생태 환경의 보루이자 미래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할 소중한 자산'으로 평가되며 국민의 사랑을 받아야 할 국립공원(표 참조)이 시대여건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면서 도처에서 갈등을 초래하고 있다.

 

여기에다 동·서·남해안특별법이 본격 시행되면 무분별한 개발로 해상국립공원들도 '만신창이'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보전과 이용'이라는 모순을 극복할 방안은 없는지, 갈등과

마찰을 빚고 있는 곳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 "9년을 기다렸는데 또 20년을 참으라고!"=지리산에 올 겨울들어 가장 많은 30㎝ 이상의 폭설이

내려 천왕봉 등 주요 봉우리와 능선이 온통 눈꽃으로 뒤덮히고 한낮 기온도 영하 5도 이하에 머물

러 인적조차 뜸했던 지난 24일 오전 경남 함양군 마천면 추성마을 앞 공터. 뼛속까지 냉기가 파고

드는 매서운 추위에도 불구하고 주민 30여명이 모닥불을 피운채 농성을 벌이고 있었다.

 

'우리나라 3대 계곡' 지리산 칠선계곡 초입인 추성마을 100여 주민들은 칠선계곡 완전개방 요구를

국립공원측이 받아들이지 않자 지난해 12월부터 생업을 중단한채 반달가슴곰 관리복원팀원 등 공

단 직원들의 마을 출입을 저지하며 40여일째 농성을 벌이고 있다.

 

주민들은 1999년 이후 9년간 칠선계곡을 자연휴식년제로 묶는 바람에 생업에 막대한 타격을 입고

있다며 지난해 '칠선계곡 개방을 위한 국민연대'를 조직하고 개방을 촉구해 왔다.

 

하지만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최근 오히려 칠선계곡 일대 12만4천여㎡를 오는 2027년까지 특별보

호구(계곡)으로 지정해 20년간 출입을 통제키로 결정, 주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다.

 

10대째 이 마을에 살고 있다는 허상옥(49)씨는 "조상들이 다니던 길을 막으면서 사전에 충분한 협

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시행하는 것은 일종의 독재행위가 아니냐"며 "사람보다 곰을 더 소중히 여

기는 국립공원 직원들은 우리 마을에 한발도 들어서게 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들은 마천면 일대에서만 23개마을, 2천300여명이 지리산에 의지해 사는데 칠선계곡 장기통

제로 생계가 크게 피폐해졌다고 주장한다.

 

'칠선계곡 개방 국민연대' 문호성 위원장은 "지난 9년간도 모자라 20년을 더 통제하겠다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 이번에는 끝장을 본다는 각오로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원이 아닌 곳을 왜 공원으로 지정해!'=지난해부터 전체 국립공원 입장료 폐지이후 갈등의

골이 깊어진 가야산 국립공원과 합천 해인사간 마찰도 심상찮다. 합천 해인사(주지 현응스님)는

지난 17일 "정부가 국가지정문화재인 가야산 해인사 일대를 국립공원으로 지정해 문화적 가치가

아닌 체육레저, 생태환경적 측면에서 관리해 혼선을 빚고 있다"며 "가야산 해인사 일원을 국립공

원에서 해제해 줄 것"을 정부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요구하고 나섰다.

 

해인사 관계자는 "수많은 등산객의 유입으로 인한 환경 파괴는 물론 문화재 관련법의 절차도 밟지

않고 철제계단 등 시설을 설치해 가야산을 황폐화시키고 있다"며 국립공원공단 측을 강하게 비판

했다.

 

이에 국립공원 가야산사무소는 탐방로 훼손정도가 심한 가야산 청량사∼남산 제일봉간 1.9㎞를

내년말까지 2년간 출입금지했다.

 

개방을 요구 중인 지리산 칠선계곡 주민들과는 정반대 상황인 것이다.

국립공원 측과 사찰간 갈등은 전체 공원면적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사찰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지난해 국립공원 입장료를 전격 폐지하면서 노골화됐다. 공단 측이 국립공원내 문화재관람료를

받고 있는 23개 전통 사찰 측과 완전한 합의 없이 국립공원 입장료만 폐지, 국립공원을 찾은 환경

단체와 산악인들이 사찰의 문화재관람료 징수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사찰 측에 비난이 집중됐기

때문이다.

 

당시 해인사도 큰 곤욕을 치렀고 이후 가야산 국립공원 전체 면적(77.074㎢)의 39%(30.058㎢)를

차지하는 사찰부지를 국립공원에서 제외해 줄 것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국내 국립공원 전체면적 6천579.85㎢ 가운데 국공유지 면적은 76.9% 이고 사유지 18.1%, 사찰보

유지가 5.2%를 차지한다. 지리산 칠선계곡처럼 주민 생계문제와 연관된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선

공원내 사유지를 국가가 매입하는 방안이 있지만 공원내 일반 사유지(1천182.8㎢)를 사들이려면

24조∼27조원 이상이 소요된다. 하지만 지난 2006년 국립공원공단이 사유지 매입에 투입한 사업

비는 고작 17억여원에 불과했다.

 

전국 국립공원 내에는 공원지정 이전부터 440여개의 자연마을과 밀집마을 167개 등 모두 607개

마을에 주민들이 살아가고 있다.

 

따라서 당국이 일방적으로 지정하고 규제하는 과거의 국립공원 관리정책에서 탈피해 주민과 상

생하는 대안이 나와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이선규 기자 sunq17@busanilbo.com

 

 ◇ 국립공원 지정현황 (단위:㎢)

지정
순위

공원명

공원구역

지정년월

면적

1

지리산

1967.12

471

2

경주

1968.12

138

3

계룡산

1968.12

64

4

한려해상

1968.12

545

5

설악산

1970. 3

398

6

속리산

1970. 3

274

7

한라산

1970. 3

153

8

내장산

1971.11

81

9

가야산

1972.10

77

10

덕유산

1975. 2

231

11

오대산

1975. 2

303

12

주왕산

1976. 3

107

13

태안해안

1978.10

326

14

다도해해상

1981.12

2,321

15

북한산

1983. 4

79

16

치악산

1984.12

181

17

월악산

1984.12

287

18

소백산

1987.12

322

19

변산반도

1988. 6

154

20

월출산

1988. 6

56

 육지 : 3,898.948(3.9%), 해면 : 2,680.902(2.7%)

 

[부산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