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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歷史.文化 이야기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세계자연유산 등재(詳報)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일출봉
(제주=연합뉴스) 홍동수 기자 =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는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의 성산일출봉]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이 27일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됐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orld Heritage Committee)는 이날 오후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31차 총회에서 우리나라가 신청한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을 전문가 그룹인 국제자연보호연합(IUCN)의 권고를 받아들여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했다.

국내 자연유산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명부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 대표단장인 유홍준 문화재청장은 세계자연유산 등재 수락 연설에서 한국의 자연유산 등재를 전폭적으로 지지해 준 세계유산위원국에 감사를 표시하고 2010년 제34차 세계유산위원회 총회 제주도 개최를 공식 제안했다.

제주 세계자연유산은 한라산 천연보호구역, 성산일출봉 응회환, 거문오름 용암동굴계 등 크게 3개 자연유산으로 이뤄졌고, 거문오름 용암동굴계는 다시 거문오름, 벵뒤굴, 만장굴, 김녕굴, 용천동굴, 당처물동굴 등 기생화산(오름) 1개와 용암동굴 5개를 포함하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부문 자문기구인 국제자연보호연합(IUCN)은 지난 5월 세계유산위원회에 보낸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보고서에서 "경관적 아름다움과 지질학적 가치가 세계유산으로 손색이 없다"고 밝혔다.

IUCN은 "한라산과 거문오름 용암동굴계에서 화산활동의 특징과 중요한 역사가 뚜렷이 나타나며, 성산일출봉 응회환은 수중분출 화산의 이해를 돕는 세계적으로 중요한 곳"이라고 평가했다.

유 청장은 기자회견에서 "우리도 세계자연유산을 갖게 돼 삼천리 금수강산의 자존심을 세우게 됐으며, 제주를 중심으로 한국의 자연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세계에 널리 알려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남해안 공룡발자국과 조선시대 왕릉에 대한 세계유산 등재추진과 문화재청내 세계유산관리과 신설 방침을 밝혔다.

제주도를 대표한 김태환 지사는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1주년을 맞아 세계 자연유산 등재라는 최고의 선물을 받게 됐다"며 "세계적으로도 유일하고 빼어난 화산섬의 경관을 보존하는데 온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이어 "아무리 훌륭한 자연유산을 갖고 있을 지라도 제주 도민의 노력이 없었다면 세계유산 등재는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등재 준비기간을 포함해 5년이 넘도록 한 마음이 돼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지원해준 도민들에게 감사 드린다"고 덧붙였다.

언론보도를 통해 이 소식을 접한 제주도 관광업계와 학계, 시민들도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혔다.

제주도관광협회 문종환 사무국장은 "그동안 중화권이나 일본에서 많이들 제주를 방문했지만 유럽이나 미주권에서 제주를 찾는 관광객은 상대적으로 적었다"며 "이번 쾌거로 전 세계적으로 제주도가 알려져서 유럽이나 미주지역의 관광객도 많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제주화산연구소 윤성효 운영위원장은 "제주도 전체는 아니지만 한라산, 성산일출봉, 검은오름, 용암동굴계가 국내 처음으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것은 제주도민 뿐만 아니라 온 국민과 함께 축하할 일"이라며 "세계자연유산을 가진 나라의 국민으로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제주시에서 수산업체를 운영하는 이호성(45)씨는 "세계자연유산을 가진 제주도민이라는데 대단한 자부심과 긍지를 느낀다"며 "앞으로 더 많은 관광객이 제주를 찾아 침체된 제주 경기가 되살아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제주 세계자연유산 지구는 제주도 전체 면적의 10.1%인 187.2㎢와 공유수면 1.2㎢ 등 모두 188.4㎢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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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세계유산] `화산섬에 세계가 놀랐다` [연합]
독특한 아름다움.지질학적 가치 인정받아
세계적 관광지로 `우뚝`..성급한 자원화는 `금물`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이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것은 한반도 '남녘의 섬' 제주도의 아름다움과 지질학적 가치를 국제사회가 폭넓게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360여개의 기생화산(오름)을 거느린 거대한 순상화산체와 다양한 생물들, 수십만년전 용암이 흘러내리며 만들어 놓은 수 많은 동굴과 그 안을 수놓은 다양한 석회장식, 수중화산 폭발로 생성된 거대한 응회환의 위용에 세계가 놀란 것이다.

이는 국제자연보호연합(IUCN)이 제주유산 실사 결과를 세계유산위원회에 보고하면서 세계자연유산 등재기준의 하나인 '경관적 아름다움'에 대해 한라산, 용암동굴, 성산일출봉 모두 뛰어나다고 평가하는데 주저함이 없었다는 점에서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IUCN은 또 '지질학적 가치'와 관련해 "제주도가 화산활동에 관한 중요한 역사를 보여 준다"며 "다양한 탄산염 2차생성물을 포함하고 있는 거문오름 용암동굴계에서 이런 특징이 뚜렷이 나타나며, 성산일출봉 응회환은 수중분출 화산의 이해를 돕는 세계적으로 중요한 곳"이라고 놀라워 했다.

이번 등재로 문화재 당국은 11년 전 설악산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하려다 실패한 악몽에서 깨어나 전국 곳곳의 훌륭한 가치를 지닌 우리 자연유산들을 세계유산 명부에 올리는 작업에 자신감을 되찾았다.

이런 성과는 중앙정부의 치밀한 계획에다 지방정부와 주민들의 자연유산을 보호하려는 의지, 관련 학계 및 국민들의 적극적인 지원과 지지 등 국민이 하나로 결집된 결과물로 평가되고 있다.

제주도 차원에서는 불과 100여년 전 조선시대까지 돌, 바람이 많아 유배지로나 여겨왔던 화산섬의 이미지를 환경보전 선진지로 국제사회에 널리 알려 제주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게 됐다.

또 유네스코를 통한 간접 홍보는 제주특별자치도의 인지도를 높이고 관광산업을 증진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베트남 하롱베이가 1996년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될 당시 방문객이 23만6천명이었지만 10년만인 2005년 방문객이 150만명으로 6.4배나 증가했고, 중국 장자제(張家界)는 13년만에 120만명으로 8배, 일본 야쿠시마(屋久島)는 12년만에 34만명으로 3배가 증가한 것으로 볼 때 이와 같은 전망은 무리가 없어 보인다.

제주산 농축수산물에 대한 청정성 부각으로 상품가치가 상승해 자유무역협정(FTA)에 의한 농산물 시장개방을 극복하는 데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감귤시장 개방화, 해군기지 갈등으로 좀처럼 도민 모두가 함께 웃을 수 있는 기회가 없었던 제주사회에 오랜만에 건강한 웃음을 선물한 것도 '뉴질랜드발 낭보'의 효과중 하나다.

그러나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제주도 전체 면적의 10% 정도가 포함된 세계유산지구를 세계인들이 주목하는 가운데 어떻게 철저히 보존하고 관리해 나가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특히 핵심지역에 1.46㎢(1.5%), 핵심지역으로부터 500m 이내의 완충지역에 29.13㎢(32.1%)의 사유지가 포함돼 행위제한에 따른 갈등은 언제든지 불거져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보존과 개발이라는 좀처럼 양립하기 힘든 '뜨거운 감자'를 놓고 제주도민들은 과거 20∼30년간 논의를 거치고 중지를 모아 이를 해결해 왔으며, 개발할 곳과 보존할 곳을 구분하고 지키려 노력했던 성숙된 도민의식이 지속된다면 이는 기우에 불과할 것이다.

세계유산지구의 상당 면적이 천연보호구역으로 오래 전에 지정됐고, 그 밖의 지역도 대부분 GIS(지리정보시스템)에 의한 생태계보전지역으로 지정돼 엄격히 관리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그다지 문제가 되지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사소한 부분이라도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하는 관리당국의 자세와 나만의 재산이 아닌 세계인의 유산이라는 성숙한 도민 의식이 필요하다.

또 세계자연유산 등재 효과를 단시일내 거두기 위해 성급하게 관광자원화는 것은 반드시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조급증은 수십만년동안 이어져 온 제주 화산섬의 특징을 순간적으로 사라지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세계자연유산의 자원화 계획은 정부는 물론 국내외 전문가 집단이 폭넓게 참여하는 가운데 부작용이 없는 부문에서 장기적으로 차근차근 추진해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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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세계자연유산 등재 일지 [연합]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이 27일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됐다.

다음은 제주의 자연유산을 세계유산으로 등재시키기 위해 정부 관련부처와 제주도, 학계, 국민들이 1999년부터 올해까지 8년여에 걸쳐 펼쳐온 땀의 일지.

▲1999년 5월 =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산하 '인간과 생물권계획(MAB)위원회'가 한라산 생물권보전지역 지정과 관련해 제주도를 답사하는 과정에서 한라산을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하는 문제를 처음 거론.

▲2001년 1월 = 문화재청이 한라산 천연보호구역을 포함해 우리나라에서 세계자연유산 가치가 있는 7건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잠정목록에 등재.

▲2002년 3월 = 문화재청이 7건의 잠정목록중 한라산을 최우선 세계자연유산 신청대상으로 결정.

▲2002년 10월 = '제주도 자연유산 심포지엄'에서 국제자연보호연합(IUCN) 한국위원회 조도순 위원이 당처물 동굴군을 포함한 용암동굴군, 한라산 정상부의 한대성 식물군집과 검은 오름 및 물영아리에 형성된 화구 습지식물 군집 등을 구체적인 검토 대상으로 추천.

▲2003년 2월 = 제주도가 제주문화예술재단을 통해 한라산국립공원지역을 포함한 동북사면 기생화산군과 용암동굴지대에 대한 학술조사에 착수.

▲2003년 5∼8월 =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와 문화재청이 세계유산위원회 자연유산국장인 나타라잔 이시와란 박사와 동굴연구 권위자인 호주의 그레고리 제임즈 미틀턴 박사, 뉴질랜드의 세계자연유산 고문인 몰로이 박사와 영국의 지질학자인 크리스 우드박사 등을 잇따라 초청해 제주지역 답사케 함.

▲2004년 3월 = 제주문화예술재단이 한라산, 산굼부리, 만장굴 동굴계(거문오름∼벵뒤굴∼만장굴∼김녕사굴∼당처물동굴) 등 3곳을 세계자연유산 등록 1차 후보지로 제안.

▲2004년 11월 = 제주도가 세계자연유산 등재 후보지로 문화예술재단 제안 3곳 외에 성산일출봉, 대포동 주상절리대 등 2곳 추가해 모두 5곳에 대한 관리계획과 신청서 작성.

▲2005년 5월 =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에서 세계적으로 특이한 유사 석회동굴(Pseudo Limestone Cave)인 '용천동굴' 발견.

▲2005년 8월 = 문화재청과 제주도가 세계자연유산 후보지역을 한라산천연보호구역과 거문오름 용암동굴계(거문오름, 벵뒤굴, 만장굴, 김녕사굴, 용천굴, 당처물동굴), 성산일출봉 응회환 3개지구로 최종 압축.

▲2005년 12월 = 제주도가 3개 지구의 통합 명칭을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로 붙이고 학술조사 결과와 유산지구 관리계획서가 들어 있는 세계자연유산 등록신청서를 문화재청에 제출.

▲2006년 1월 = 문화재청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 등록 신청.

▲2006년 8월 = 문화재청이 예비실사 진행. 제주도가 제주자연유산사랑 출정식 및 범국민 서명운동 착수.

▲2006월 10월 13일 = '한국환경회의'에 참여한 전국 42개 환경단체가 제주세계유산등재를 지지하는 공동성명 발표.

▲2006년 10월 16∼20일 = 세계유산위원회 자문기구인 IUCN 폴 리처드 딩월(Paul Richard Dingwall) 상임 고문겸 자문관이 제주도 등재 신청지구에 대해 비공개 실사. 제주도는 폴 자문관에게 147만5천명(도민 46만5천명, 관광객 등 도외 국민 100만8명, 외국인 2천명) 지지 서명서를 견본으로 전달.

▲2006년 10월 19일 = 전국 시.도의회의장협의회(회장 박주웅)가 제주를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공동선언문 채택.

▲2007년 2월 = 문화재청, 외교통상부, 제주도, 유네스코한국위원회, IUCN한국위원회가 공동으로 세계자연유산 등재 위한 외교협력 총력전 돌입.

▲2007년 5월 = IUCN이 비공계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공식 권고.

▲2007년 6월 27일 = 세계유산위원회가 제31차 총회에서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키로 확정.




(크라이스트처치<뉴질랜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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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세계유산] `정부·지자체 한마음 `쾌거`` [연합]
`때는 기다리면 온다`..철저한 준비
국민도 성원..`설악산` 실패 교훈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는 쾌거를 이룬 배경에는 문화재청 등 중앙정부와 제주특별자치도의 차분하고도 철저한 준비와 국민들의 적극적인 성원이 있었다.

2001년 한라산 천연보호구역을 포함해 7건의 세계자연유산 잠정목록을 확정한 문화재청은 1년뒤 한라산을 최우선 신청대상으로 결정한데 이어 제주도와 긴밀히 협의하면서 국내외 저명 학자들을 초청해 세계적 독특성을 찾아나가는 학술 조사 및 연구에 착수했다.

자연경관은 뛰어나지만 생태계 보존이 미흡하고, 일부 주민과 자치단체의 반발이 걸림돌로 작용했던 1996년 '설악산 교훈'을 심포지엄을 통해 되새기며 제주 자연환경에 대한 원형보존과 도민들의 지원을 이끌어내는 데 신경을 집중했다.

2003년 5∼8월 유네스코한국위원회와 문화재청은 유네스코 자연유산국장인 나타라얀 이쉬와란, 동굴연구 권위자인 호주의 그레고리 미들턴, 뉴질랜드의 세계자연유산 고문인 레스 몰 로이, 영국의 지질학자인 크리스 우드 박사 등을 잇따라 초청해 조언을 들었다.

제주도 당국도 학술조사용역 등을 통해 세계자연유산 등재 신청대상 지역을 점차 압축해 갔다.

그러나 2003년 말 자연유산등재를 기획.총괄하는 강원대 우경식 교수가 제주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당초에 세웠던 '2004년 초 세계유산등재 신청계획'에 대해 '여건 미비'를 이유로 "서둘지 말자"고 제안하면서 등재 작업은 속도조절에 들어갔다.

우 교수는 당시 "외국 학자들이 '제주의 화산지형과 용암동굴 등이 우수해 세계자연유산으로 신청할만한 충분한 자격이 있지만 독특함과 뛰어남을 입증하는 연구자료가 부족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며 차분한 준비를 주문했다.

제주도는 그로부터 1년뒤 학술조사용역을 토대로 세계자연유산 후보지를 한라산 천연보호구역, 산굼부리, 만장굴 동굴계, 성산일출봉, 주상절리대 등 5곳으로 정하고 이듬해인 2005년 5월 유산의 명칭을 '제주도 자연유산지구-용암동굴과 화산지형'으로 결정했다.

이 무렵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에서 거대한 용암동굴인데도 석회동굴 특성을 지니고 신비의 호수까지 있는 세계적으로 특이한 '용천동굴'이 전봇대를 세우다 우연히 발견되는 하늘의 도움(?)을 얻어 세계유산 등재작업은 탄력을 받게 된다.

같은 해 8∼12월 문화재청과 제주도는 그동안 학술조사와 자문을 토대로 세계자연유산 후보지역을 한라산 천연보호구역, 성산일출봉 응회환, 거문오름 용암동굴계로 줄여 확정했다. 이를 함축한 명칭은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문화재청은 해가 바뀐 2006년 1월 외교통상부를 경유해 대한민국 이름으로 유네스코에 세계자연유산 지정을 공식 신청했다.

이 때부터 문화재청, 국제자연보존연합(IUCN)한국위원회와 유네스코한국위원회 등 국제단체, 제주도 등의 움직임은 가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문화재청과 국제기구 관계자들은 제주 자연유산을 예비실사해 미비점을 보완하고 세계유산위원회의 자연유산등재 자문그룹인 IUCN의 실사에 버금가는 강도높은 검증을 헬기까지 동원하며 입체적으로 진행했다.

제주도는 세계유산 신청지구인 구좌와 조천, 성산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모두 12차례에 걸쳐 설명회를 여는 등 지역공감대 형성에 주력했다.

광복절에는 한라산과 만장굴, 성산일출봉에서 세계자연유산등재추진위원장으로 추대된 이수성(李壽成) 전 국무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제주 자연유산사랑 출정식'을 대대적으로 열고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염원하는 국민적 운동에 돌입했다.

이 운동에는 휴양차 제주에 왔던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과 부인 이희호(李姬鎬) 여사를 비롯해 한명숙(韓明淑) 당시 총리 등 국가 지도자들이 서명에 동참하면서 동참 열기가 전국적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에 제주도와 등재추진위는 보름만에 30만명이던 서명 목표를 100만명으로 늘려 잡았고, 새마을운동중앙회와 한국노총, 농협중앙회, 상공인단체 등이 전국 조직망을 가동해 세를 보탰다.

결국 서명운동은 10월까지 총 147만5천명(도민 46만5천명, 관광객 등 도외 100만8천명, 외국인 2천명)이라는 기록적인 동참을 이끌어냈다.

서명서는 IUCN 실사단인 폴 리처드 딩월 상임고문 겸 자문관에게 견본품으로 전달돼 그를 놀라게 했다.

이를 전후해 한일해협 8개시도현 지사교류회의가 제주 자연유산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는 것을 바라는 공동선언문과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 전국 42개 환경단체의 공동 지지성명 등이 이어졌다.

세계자연유산 등재 여부가 결정되는 올해로 접어들어서는 외교적 노력이 한층 강화됐다.

지난 2월 문화재청과 외교부, 제주도, 세계자연유산추진위는 IUCN의 패널회의 및 유네스코 집행이사회에 대비, 외교협력회의를 잇따라 열고 해외동향을 파악하고 전략을 수립하는 등 긴장의 끈을 풀지 않았다.

IUCN은 지난달 전문가 회의를 통해 제주 자연유산에 대해서는 권고, 보완, 보류, 불가 등 4가지 의견 중 최고 수준인 '등재 권고'를 결정, 세계유산위원회에 보고했다.

IUCN은 보고서에서 "세계유산 등재기준인 '경관적 아름다움'과 '지질학적 가치'에 있어서 세계유산으로 손색이 없다"며 그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유산지구 관리, 화산과 관련된 다른 유산과의 비교 연구가 탁월하다"고 밝혔다.

또 "제주도민들의 세계유산에 대한 인식, 국민 대다수의 적극적인 지지, 시민사회의 참여도 돋보였다"는 의견도 달아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이 국내 첫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는데 결정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크라이스트처치<뉴질랜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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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세계자연유산] `긍지와 자부심 갖게 됐다` [연합]
제주도민 `환호`..세계적 관광지 발돋움 기대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이 27일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제주 도민들은 "세계자연유산을 가진 도민으로서, 국민으로서 자부심을 느낀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성산리 잠수회장을 맡고 있는 해녀 강치선(여.61)씨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성산일출봉 인근 주민으로서 너무 자랑스럽다"며 "이 곳을 찾는 관광객에게 밝은 표정과 친절한 태도로 좋은 인상을 남기고 자연환경을 깨끗이 관리하는데 더 신경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화산연구소 윤성효 운영위원장은 "제주도 전체는 아니지만 한라산, 성산일출봉, 검은오름, 용암동굴계가 국내 처음으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것은 제주도민 뿐만 아니라 온 국민과 함께 축하할 일"이라며 "세계자연유산을 가진 나라의 국민으로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이어 "화산을 전공하는 학자로서 세계자연유산의 유지.보존에 대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제주도 뿐만 아니라 정부가 나서서 세계자연유산을 잘 보존하고 관리하기 위한 노력과 지원에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제주환경운동연합 이영웅 사무국장도 "세계자연유산은 제주 도민만의 유산이 아니라 전 세계인의 유산으로 미래세대에 물려줘야 하는 것"이라며 "이번 쾌거를 계기로 제주도, 더 나아가 우리나라의 환경정책이 개발보다는 보전 중심의 정책으로 전환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계기로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 증가하길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제주도관광협회 문종환 사무국장은 "그동안 중화권이나 일본에서 많이들 제주를 방문했지만 유럽이나 미주권에서 제주를 찾는 관광객은 상대적으로 적었다"며 "이번 쾌거로 전 세계적으로 제주도가 알려져서 유럽이나 미주지역의 관광객도 많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사)제주도동굴연구소 손인석 소장은 "세계자연유산 등재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올림픽 경기를 개최하는 것보다 더 큰 홍보효과가 있다"며 "용암동굴 등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을 전 세계에서 제주를 찾는 관광객에게 효율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 소장은 이어 "제주의 화산섬과 용암동굴은 이제 제주도민이나 한국 국민만의 유산이 아니라 지구상 세계인의 유산이라는 것을 의미한다"며 "제주도민은 세계인의 유산을 관리하고 있다는 사실에 보람과 긍지를 느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제주=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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