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서북능선 만복대-구례 고리봉 능선 131128]
눈앞에 두고 그립다고 노래 부르는 것은 분명 삼가야 할 일이다.
그래도 저렇게 두툼한 흰 옷차림으로 내려다보고 있으니,
마법에 걸린 듯 꼼짝 못하며,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던 묘봉치에서의 기억이
어찌 떠오르지 않으며,
반야봉 심마니 능선, 그 지독한 러셀조의 중심에서 하얀 김을 내뿜으며,
지칠 대로 지쳤음에도 환하게 웃음 짓던 그 때가 그립지 않으랴.
이제 내게 그리움이란,
지나간 젊음의 추억을 떠올리는 그 서러움의 되새김이러니...
무거운 눈을 이고 묵상에 든 반야중봉 구상나무의 의연함을 삶의 향도로 삼으며,
나의 그림자가 ‘이제 되었다’라고 할 때 주저 없이 산에 들 그날을 기다려 볼 일이다.
하지만, 이런 추억과 다짐이 무슨 소용이랴.
그. 립. 다.
지. 리. 산.
남원 주생 들녘, 요천 뚝방길에서
지리산 서북능선을 바라보며.
2013. 11. 28
두류/조용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