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유를 바라보며
지난 가을 나의 열정은 산수유 열매만큼 붉디붉었다.
그런 뜨거움으로 겨울을 보내었다.
새로운 봄,
터질 듯 부푼 산수유의 노랑꽃을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맞이했다.
산수유 꽃이 질 즈음에는
발을 내디뎠던 길이 마음 같지 않음을 느끼며,
가끔씩 가지 않았던 길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다.
괜한 자신감에 들떠있던 스스로를 자주 나무라기도 하였다.
‘희망을 지우는 일’을 생각하면서 일상은 늘 게을렀고 허우적거렸다.
여름이 얼쩡거리기 시작하던 어느 날,
노랑꽃이 진 꽃자리에 희망의 흔적이 남아있음을 보았다.
알알이 영글고 있는 푸른 산수유 열매를 바라보며
나는 지난 가을의 열정을 추억한다.
그리고 다가올 삶에 대한 희망의 증거로 삼는다.
두류/조용섭(09/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