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산으로 가는 길/우리풀.꽃♧나무

소나무 에이즈 '재선충병' 확산 1년[연합]

<소나무 재선충 확산 1년> ①안전지대 없다
소나무 재선충 확산 1년후
(남양주=연합뉴스) 김도윤 기자 = '소나무 에이즈'로 불리는 재선충병이 지난해 초 중부지방에서 발생해 경기도 광주시와 남양주시의 산림 일부를 벌거숭이로 만들었다.<<전국부 기사 참조>>
kyoon@yna.co.kr

치료법 없어 감염목 주변 나무까지 벌채..극약처방

<※편집자주 = 소나무 에이즈로 불리는 재선충병이 중부지방까지 확산된 지 1년을 맞았다. 소나무 재선충병은 남부지방에서 주로 발생해 경기북부와 강원도 지역은 비교적 안전지대로 알려졌으나 이를 비웃듯 중부지방까지 확산됐다. 산림 당국은 이에 따라 소나무류 이동제한 조치를 내리고 긴급 방제에 나섰다. 재선충병 중부권 확산 1년을 맞아 소나무 재선충병 감염실태와 당국의 방제활동, 대책 등을 2회로 나눠 점검해 본다.>

(의정부=연합뉴스) 강병철 기자 = 소나무 에이즈 재선충병이 지난해 2월 산림자원의 보고(寶庫)인 광릉수목원의 시험림까지 감염시킨 것으로 확인돼 산림 당국을 초긴장시켰다.

   매개충의 활동영역인 남부지방에서 주로 발생하던 소나무 재선충병이 비교적 안전지대로 알려져 있던 경기북부와 강원도까지 속속 발견되면서 가해(加害) 지역과 대상에 제한이 없음이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재선충병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져 소나무류 이동이 제한되고 집중방제가 실시되면서 지난해에는 새롭게 발생한 피해 면적이 감소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 소나무 재선충병은 = 치료법이 없어 감염된 나무가 전부 말라 죽어 '소나무 에이즈'라 불린다.

   0.6-1㎜ 크기의 재선충(材線蟲)은 소나무 내 곰팡이 등을 먹이로 하는 선충으로 감염된 소나무는 수분 이동 통로가 막혀 1개월-3개월 내에 말라 죽는다.

   소나무에 침투한 재선충 암수 한쌍은 20일에 20만마리로 증식하는 번식력을 갖고 있지만 자체 이동능력이 없어 공생 관계에 있는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를 통해 다른 나무로 전파된다.

   매년 5-7월 우화(羽化.날개가 달려 성충이 되는 것)하는 솔수염하늘소는 한마리당 1만5천여마리의 재선충을 지니고 이동한 뒤 나뭇가지를 먹어 생긴 부위를 통해 재선충을 침투시킨다.

   재선충으로 고사(枯死)한 나무를 산란 장소로 활용하는 솔수염하늘소는 주로 따뜻한 남부 지방에 서식하며 이 때문에 소나무 재선충병은 주로 부산, 울산 등 남부지역 위주로 확산됐다.

   그러나 재선충병 안전지대로 여겨졌던 경기도의 잣나무림에서 발병 사실이 확인되면서 잣나무도 재선충병에 걸릴 수 있고 재선충에는 안전지대가 없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잣나무 재선충병은 중부지방에 서식하며 잣나무를 좋아하는 북방수염하늘소가 매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선충병은 전파속도가 빠른데 비해 뾰족한 치료 방법이 없어 감염된 나무와 그 주변을 모두 벌채해야 해야 하기 때문에 산림에 치명적이다.

   ◇ 발견과 확산 = 소나무 재선충으로 인한 피해는 1905년 일본에서 처음 발생했지만 1972년에 이르러서야 소나무 재선충병이란 사실이 확인됐다.

   국내에서는 1988년 부산 동래구에서 처음 발견됐는데, 일본으로부터 원숭이 우리에 사용하기 위한 목재를 반입하는 과정에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후 1990년대말까지 울산, 경남 함안.진주 등으로 서서히 감염지역을 넓혀가던 재선충병은 2000년대 들어 빠르게 전국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남부지방을 휩쓸며 100만 그루 이상의 소나무를 고사시킨 재선충병은 2006년 들어서 신규 피해가 발견되지 않으면서 재선충병 방제에 성공한 것 아니냐는 낙관적인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같은 해 12월 경기도 광주시에서 재선충이 발견된 뒤 2007년 1월 춘천 , 2월 남양주, 3월 원주와 남양주 수목원 시험림, 4월 포천, 서울 노원, 전북 익산, 5월 전북 임실, 10월 경남 산청 등에서 잇따라 감염목이 새롭게 발견됐다.

   1988년 부산 동래구에서 처음 발견된 이래 20년 만에 11개 시.도 62개 시.군.구 3만9천957㏊로 퍼졌다.

   특히 안전지대로 여겨졌던 경기도에서도 감염목이 발견되고 세계 처음으로 잣나무에도 감염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재선충 방제에 대한 위기의식이 팽배했다.

   1468년 세조의 능이 조성되면서 벌목이 금지돼 600년 동안 산림 생태가 그대로 살아있는 광릉숲 코 앞에 위치한 산림청 시험림에서조차 재선충병 감염목이 발견되면서 산림당국에 초비상이 걸렸다.

   ◇ 피해면적 첫 감소..일단은 주춤 = 지난 해 피해면적은 6천855㏊로 2006년 7천871㏊에 비해 13% 가량 줄었다.

   피해면적 감소는 국내 첫 발견 이후 20년만에 처음이다.

   또 2005년 56만여 그루에 달하던 감염목도 이를 정점으로 2006년 40만9천여그루, 지난해 18만4천여 그루로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방제작업 후 2년간 추가 감염이 발생하지 않은 강원도 강릉시 등 5 곳은 올 1월 소나무 재선충병 청정지역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이는 2005년 9월부터 특별방제법 시행에 따라 감염목 주변의 나무들까지 벌채하는 '극약 처방'이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산림당국은 보고 있다.

   또 법 시행에 따라 반출금지 구역 내 소나무류 이동 단속과 감염목 벌채, 항공방제 등에 사용되는 예산도 2006년에는 전년에 비해 배 이상 많은 509억원이 배정돼 감염 지역에 대한 집중 방제가 이루어지고 있는 점도 재선충병 피해 감소 이유로 꼽힌다.

   특히 2005년 하반기에 시범 실시됐던 예방주사 처방이 2006년도부터 본격화되면서 감염 우려 지역에 대한 사전 대비가 가능해진 점도 재선충병 피해 감소에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여기에다 지난해 특별법 시행령이 개정돼 소나무류 이동시 생산확인을 받도록 하는 등 규정이 더 강화된 점도 확산을 막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겨울철에는 감염목 발견이 쉽지 않은 점과 재선충의 잠복기가 길다는 점 등의 이유 때문에 감소세가 지속될 지 여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재선충병이 전국으로 확산된 시기가 특별방제법이 시행된 이후라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산림청 산림병해충 방제팀 윤기택 씨는 "재선충 피해면적이 줄어든 것은 특별법 시행에 따라 종합적인 방제가 가능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면서 "재선충병 감염목 발견은 3월 이후에 주로 이뤄지기 때문에 좀 더 발생 추이를 지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oleco@yna.co.kr
(끝)
* * * * * * * * * * *

<소나무 재선충 확산 1년> ②안심은 일러(끝)
소나무 재선충 확산 1년후
(남양주=연합뉴스) 김도윤 기자 = 지난해 잣나무 재선충병이 발견된 경기도 남양주시의 산림청 시험림은 피해목과 주변목을 모두 벌목하고 백합나무 등을 심었지만 과거 울창했던 모습(왼쪽)은 찾아볼 수 없다.<<전국부 기사 참조>>
kyoon@yna.co.kr

신약 개발 등 효과적인 방제시스템 개발 서둘러야

(의정부=연합뉴스) 김도윤 기자 = 소나무 재선충병이 중부지방의 산림을 초토화 시킨 지 1년이 지났지만 아직 효과적인 방제시스템은 갖춰져 있지 않다.

   남부지방에서만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졌던 재선충병이 2007년 2월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발견된 이후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고 국내 최대 산림 보고인 광릉 숲에서 불과 1㎞ 정도 떨어진 산림청 잣나무 시험림에서까지 발견됐지만 당국의 방제 대책은 현장 위주의 예찰.예방활동을 강화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산림 당국은 집중 방제로 피해면적이 감소하는 등 어느 정도 효과를 보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으나 올해 관련 예산이 절반 가량 줄었다.

   그러나 세계 최초로 재선충병이 잣나무에도 감염되고 그 매개충이 북방수염하늘소란 사실이 규명돼 성공적인 재선충병 방제에 대한 기대를 모으고 있다.

   ◇ 잣나무 재선충은 소나무 재선충과 같은 종류 = 국립산림과학원은 잣나무류를 고사시키는 재선충이 소나무류의 재선충과 같고 매개충 역시 솔수염하늘소와 같은 속의 북방수염하늘소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소나무의 경우 솔수염하늘소가 옮겨다니며 재선충을 퍼뜨리는 것으로 밝혀졌지만 잣나무의 재선충과 매개충에 대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국립산림과학원은 재선충병이 발병한 잣나무 속에서 매개충인 북방수염하늘소의 번데기를 우화(羽化.날개가 달려 성충이 되는 것)시킨 후 재선충을 분리했다.

   그동안 한마리 당 1천300마리 내외의 재선충을 지니고 있는 북방수염하늘소는 솔수염하늘소의 3천-1만5천마리 보다 적어 위험도가 낮다고 알려졌으나 대신 번식력이 좋아 광범위하게 확산한다는 사실이 추가로 밝혀졌다.

   그러나 남부지방에서만 발병하던 재선충병이 중부지방까지 옮겨진 경로는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

   산림청은 재선충병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발병률이 줄어들고 있는 만큼 이 같은 추세가 3년 정도 지속되면 재선충병에 대한 통제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재선충병 예산 대폭 삭감..안심하긴 일러 = 산림청은 병해충 예산 가운데 재선충병 관련 예산을 460억원에서 295억원으로 대폭 삭감했다.

   경기도 역시 지난해 15억3천900만원에서 8억6천500만원으로 줄었다.

   지난해 특별법 강화와 특별 방제비 투입 등으로 올 들어 재선충병 징후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산림청은 올해 초 재선충병이 발병한 62개 자치단체 가운데 2년간 추가 감염목이 나오지 않은 강원도 강릉.동해시, 전남 영암군, 경남 의령.함양군 등 5개 시.군을 '재선충 청정지역'으로 선포했다.

   남부지방을 휩쓸며 100만 그루 이상의 소나무를 고사시키고 북상하던 소나무 재선충병은 2005년 특별법 시행에 따른 집중 방제 등의 영향으로 2006년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때문에 재선충병 방제가 성공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를 모았으나 이듬해인 2007년 소나무 뿐만 아니라 잣나무 재선충병까지 새롭게 등장하며 중부지방 산림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윤기택 산림청 산림병해충방제 담당은 "올해 산림 병해충 관련 전체 예산은 677억원으로 지난해와 같지만 솔잎혹파리와 참나무시들음병에 대한 방제가 필요해 재선충병 예산은 줄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기도 제2청은 재선충병 예산을 지난해 2억6천700만원에서 올해 3억7천200만원으로 늘려 지난해 피해지역을 중심으로 재선충병 예방 약제를 주사하고 6월부터는 항공방제를 할 계획이다.

   김영택 경기도 제2청 산림녹지팀장은 "경기북부지역은 재선충병 감염 범위가 넓어 올해도 지속적으로 수간 주사 등 지속적인 방제작업이 필요하다"며 "일본은 재선충병으로 산림이 초토화된데 비해 우리나라는 줄어들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 예방.예찰활동에 의존 = 산림청은 올해부터 재선충병 발병지역을 중심으로 전문 예찰조사원을 배치하는 등 재선충병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재선충 피해 자치단체는 민간인으로 구성된 방제단을 구성, 운영토록하고 나무 주사 등 재선충병 방제사업의 설계와 감리를 외부 전문기관에 맡겨 피해를 줄일 방침이다.

   그러나 아직 감염 경로가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경기도 광주.남양주.포천지역 에 설치한 소나무류 이동 검문소 12곳을 3곳으로 줄여 재선충병 차단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와 함께 재선충병이 발견된 경기도 광주.남양주.포천시와 강원도 춘천.원주시의 벌목지에 백합나무.벚나무 등 목재 사용이 가능한 경제수를 심기로 했다.

   광주와 남양주에는 지난해 병충해에 강한 벚나무, 자작나무, 백합나무 등을 조림했으며 올해 포천, 춘천의 피해지역에도 소나무.잣나무류 대신 경제수와 유실수 등을 심을 계획이다.

   특히 국립수목원이 위치한 남양주, 포천, 의정부 일대 광릉 숲은 '특별대책구역'으로 지정했으며 3년간 매월 정기 예찰활동을 실시해 그 결과를 산림청 등 해당 기관에 보고토록 했다.

   ◇ 신약 개발 등 방제 기술 다양화 = 현재 산림청은 재선충병 예방을 위해 국내에서 개발된 살선충제인 '아바멕틴'과 '에마텍틴벤조에이트'를 사용하고 있다. 이 약제는 2년 정도 효과가 유지된다.

   일본에서 사용하는 '그린가드'는 약효가 4년간 지속하지만 한 그루에 30만원 정도가 소요될 만큼 고가여서 제한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현재 산림청은 재선충병 피해목에 대해 벌채 후 훈증, 소각, 파쇄 등의 방제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훈증은 고사목을 베어 쌓은 뒤 약품을 뿌리고 비닐을 씌우는 방제법으로 감염목을 옮길 필요가 없어 국내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으나 비닐이 썩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이 때문에 신약 연구와 함께 재선충과 매개충의 천적을 이용한 방제기술도 개발 중이다.

   신상철 산림과학원 병해충과장은 "가격이 저렴하면서 약효가 4년 이상 유지되는 신약 개발에 힘을 쏟고 있으며 현재 일부 약품은 실용화 단계"라며 "인체에 해가 적고 다른 생물에도 피해가 없는 친환경 방제법을 개발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kyoon@yna.co.kr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