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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갑산 장곡사에는 대웅전이 두 개 있다

대웅전(大雄殿)은 석가모니 부처를 모신 건물로 사찰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불전이다.

석가여래를 본존으로 삼고 좌우에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을 봉안하는 것이 원칙인 대웅전은 사찰의 주불전이어서 건물 내외를 아름답고 엄숙하게 꾸민다.

석가모니 부처의 힘으로 사마(四魔)를 누른다 하여 '위대한 영웅의 집'이라는 뜻의 이름이 붙은 대웅전은 사찰 안에 한 곳 뿐인 것이 보통이지만 청양 칠갑산 자락에 있는 장곡사(長谷寺)에는 특이하게도 두 개의 대웅전이 존재한다.

장곡사에는 상대웅전(보물 제162호)과 하대웅전(보물 181호)가 있는데 통일신라 문성왕 12년(850년) 보조국사 지눌이 창건한 것으로 알려진 이 사찰에 대웅전이 두 개인 까닭은 어떤 기록에도 남아 있지 않아 그 유래가 불분명하다.

더구나 현재 상대웅전에는 비로자나불과 약사여래가 봉안돼 있고, 하대웅전에는 약사여래만이 봉안돼 있다. 불전 이름이 대웅전인 점을 감안할 때 봉안돼 있어야 할 석가여래상이 없는 이유도 정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다.

일각에서는 인근 도림사가 임진왜란 때 불타고 대웅전만 남게 되자 옮겨왔다는 설, 기도효험이 뛰어나 전국 각지에서 스님과 신도들이 몰려오자 스님들을 위한 대웅전과 신도들이 쓰는 대웅전을 따로 두었다는 설 등이 전해진다.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 등을 거쳐 현재 한국민예미술연구소장으로 있는 허균 씨가 펴낸 '사찰 100美 100選'(불교신문사.전2권)은 전국 사찰에 있는 각종 조형물의 세계를 풍부한 사진과 함께 흥미롭게 소개하고 있다.

사찰의 진입로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홍교(虹橋)나 삼청교(三淸橋) 등 다리, 기둥이 일렬로 서 있어서 붙여진 일주문(一柱門), 대웅전이나 극락전 등 각종 전각, 탑과 부도, 범종이나 법고, 불상과 탱화 등 조형물들이 갖고 있는 종교적 의미, 역사성, 예술성 등을 두루 다뤘다.

풍광이 좋은 산야에 있던 누각이 사찰의 구성 요소로 자리 잡은 것은 조선시대에 이르러서이다. 그 결과 사찰에서 흔하게 만나는 만세루(萬歲樓) 등은 법회나 강학의 장소로 활용되고 있지만 불교적인 것보다 도교나 유교적 정서가 깃들어 있는 건물이다. 이러한 누각은 우리나라 사찰에서만 볼 수 있는 흥미로운 현상이라고 저자는 소개한다.

불교의 탑이 3,5,7,9 등 홀수 층으로만 조성되는 까닭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저자는 "불교의 교리나 사상에 기초한 것이라기보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고대 동양 사람들의 우주관이나 수리관, 또는 음양오행사상과 관련돼 있다"면서 "이는 탑이 불교적 신앙의 대상물이지만 당시 사회의 문화적 토양 위에서 이룩된 건축물이기 때문에 길상(吉祥)의 관념을 도입해 양(陽)의 수인 홀수로 탑을 조성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일반적인 관례에서 벗어나 10층으로 조성된 탑도 있다. 서울 탑골공원에 있는 원각사지 10층 석탑과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경천사 십층석탑이 그것이다. 저자는 이 같은 탑들도 아랫부분 3층과 윗부분 7층을 구분해 꾸민 점에서 홀수를 바탕으로 조성한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가 2005년부터 2년여 간 '불교신문'에 연재했던 글을 보강해 엮은 책으로 사찰 조형물의 세계를 20개의 큰 주제와 100개의 작은 주제로 분류해 상세하게 설명했다. 또 439컷에 이르는 현장 사진과 복잡한 불교용어를 풀어주는 주해를 곁들여 일반인이 읽기 쉽도록 꾸몄다.

상권 382쪽 2만2천원, 하권 272쪽 1만8천원.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