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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통신

지리산 꼬마고추잠자리 습지 육지화에 멸종위기


지리산 꼬마고추잠자리 습지 육지화에 멸종위기

 

지난 96년 여름 그 존재가 언론을 통해 알려진 산청군 삼장면 유평리 해발 960m에 자리잡고 있는 지리산 왕등재 습지가 육지화되어 가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특히 왕등재 습지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잠자리로 곤충학자들조차 직접 본 사람이 드문 환경부 보호종인 꼬마고추잠자리가 서식하는 등 생태학적 가치가 높은 곳이지만. 육지화로 인해 그 개체수가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현황= 왕등재 습지는 솔잎사초. 산비늘사초. 참바늘골과 등 사초과에 속하는 종류들이 우점하고 있고 쇠뜨기. 참억새. 비비추 등 식물들과 금풍뎅이. 반날개류 등 육상곤충 등을 비롯해 500여종이 넘는 동식물들로 가득한 생태계의 보고이다. 강원도 인제 대암산 용늪(해발 1200m)과 함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고산습지로 길이 200m. 폭 80m에 달하는 왕등재 습지는 학술적 가치가 높고 생태적 중요성이 인식된 것은 10여년 전부터로 인간의 간섭을 받지 않고 원형 그대로 보존돼 있다.

지리산 왕등재 습지는 지리산 능선 동쪽 끝자락에 위치한 장타원형 고산습지이며 강원도 인제 대암산 용늪이 해발 1200m. 울산 정족산의 무제치늪이 해발 약 600m임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에서 두번째로 높은 곳에 위치한 고산습지이다. 왕등재 토양 형성은 가장 밑바닥의 암반토(부식 암반토)층을 기반으로 하여 사질층. 미질의 이탄층. 그 위로 아직 식물의 형태를 볼 수 있는 식물 퇴적층으로 되어 있고. 그 위로 습지 식물들이 자생하고 있다.

특히 지난 58년과 94년 속리산과 월악산에서 발견된 이후 멸종된 것으로 알려진 동전보다 작은 세계적 희귀종인 꼬마고추잠자리(몸길이 수컷 13~15㎜. 암컷 12~14㎜)가 왕등재 습지에서 발견돼 서식하고 있다.

▲문제점= 그러나 최근 국립공원관리공단 지리산사무소가 왕등재 고산습지를 모니터링한 결과. 산림지역과 접한 부분에 낙엽층과 싸리류. 목본식물들이 침입해 습지내로 그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또 습지 주변에 분포하는 수목들의 연령이 수십년에 불과해 습지내로 유입되는 수량이 줄어들면서 습지가 건조화되고 있고. 낙엽층과 싸리류가 습지로 유입되는 사람에 습지가 서서히 사라져 갯버들. 조록싸리. 물푸레나무 등 주변지역의 목본식물들이 침입하고 있다.
특히 지난 97년 처음으로 꼬마고추잠자리가 왕등재 습지에서 발견됐으나 습지가 육지화되면서 개체수가 지난 2005년에는 20마리가 발견됐으나 지난해 조사때는 10마리만 관찰돼 크게 감소되고 있는 실정이다.

▲대책= 따라서 아직 훼손되지 않는 고산습지로 학술적인 가치가 높은 습지 보전을 위해서는 목본식물들을 제거하고 우수(雨水)의 급속한 유출을 막아야 한다.
지리산사무소는 지난 2005년부터 왕등재 습지를 보호하기 위해 출입통제용 목책과 목재데크를 설치하고 3만㎡의 면적에 자연휴식년제 구간으로 지정·보호 관리하고 있으나 목본식물들이 빠른 속도로 세력을 확장해 보전에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여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지리산사무소 동·식물보호담당 박선홍씨는 “지금까지 사무소에서 모니터링하여 인위적인 방법은 거의 가하지 않고 생태계의 변화를 지켜보고 있다”면서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현재 정밀 모니터링을 하고 있어 결과가 나오는 12월께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김윤식기자 kimys@knnews.co.kr

[사진설명]  건조화 되고 있는 지리산 왕등재 습지. 원안은 꼬마고추잠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