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금 답사일지/낙 동 정 맥

[마루금]낙동정맥 구간종주 제20구간 답사일지

지리산 마실 2006. 2. 24. 11:01

마루금답사모임 뫼벗 낙동정맥 구간종주일지
===========================================


1. 구간명 : 제 20구간(와항재 - 지경고개 : 도상거리 약 26.2Km)
(코스) : 산내고개(와항재)-<1.8Km>-894.8봉-<1.6Km>-운문령-<2.0Km>-귀바위
(1117.0M)-<2.4Km>-가지산(1240.2M)-<2.5Km>-석남고개-<0.5Km>-야영장
(1박) : 10.8Km

야영장-<2.0Km>-813.2봉-<0.9Km>-능동산 갈림길-<1.0Km>-배내고개
-<1.0Km>-배내봉(964.9봉)-<2.5Km>-간월산(1068.8M)-<0.6Km>-간월재
-<1.4Km>-신불산(1159.3M)-<0.5Km>-신불재-<2.0Km>-영축산(1058.9M)
-<3.5Km>-35번국도(지경고개) : 15.4Km 총 26.2Km
2. 일 시 : 2002. 4.13(토)-4.14(일)
3. 소재지 : 경북 경주시 산내면,청도군 운문면. 울산 울주군 상북면,삼남면.
경남 양산시 하북면.밀양시 산내면.
4. 날 씨 : 맑음
5. 참가자 : 제환상,이귀선,곽점곤,조용섭,장병천,손화일,이영숙,박철보,김현을
이상 9명
6. 산행형태: 1박2일/야영/워킹 종주산행
7. 도엽명 : 1/50000:언양(彦陽)(NI52-2-13), 양산(梁山)(NI 52-2-20)
8. 교통편 : 대중교통,택시,자가용 1대.
9. 운행시간표(후미기준)

- 2002.4.13(토)

15:50 와항마을
16:10 산행시작
16:45 3거리(지능선합류)
17:02 894.8봉/삼각점/휴식
17:15 출발
17:44 운문령/휴식
18:00 출발
18:24 통신중계탑
18:42 귀바위(1117M)
18:55 임도/이정표
19:05 쌀바위/휴식
19:14 출발
19:25 헬기장
19:45 가지산(1240m) 정상/대기
19:57 출발
20:12 이정표/터널 2.65Km, 가지산 0.35Km
20:44 이정표/터널 1.6Km, 가지산 1.8Km,
21:24 갈림길(석남사-석남터널)
21:40 갈림길(석남터널-능동산)
21:53 석남터널(언양쪽)/산행종료
23:00 야영준비/석식
24:00 취침

- 2002. 4.14(일)

06:00 기상/세면/조식
08:10 산행시작
08:22 능선 3거리
08:57 813.2봉/삼각점
09:09 휴식
09:23 출발
09:38 갈림길
09:40 헬기장
09:57 배내고개/휴식
10:07 출발
10:36 능선오름/갈림길/이정표
10:42 배내봉(965.9M)
11:18 휴식
11:42 출발
12:14 간월산(1068.8M)
12:30 간월재/휴식
12:43 출발
13:08 휴식
13:20 출발
13:36 신불산(1159.3M)(종전 1208M에서 정정)
13:50 신불재/대피소/중식
14:40 출발
15:05 영축산(1058M)/휴식
15:24 출발
15:57 대피소
16:19 휴식
16:32 출발
17:11 도로
17:25 35번 국도(옛길)/산행종료

10. 후 기

가. 영남알프스, 그 정겨운 이름에 더욱 안스러운 곳.

이번 20구간에서는 부산을 비롯한 영남의 산꾼들은 물론, 전국의 산꾼들에게도 너무나
잘 알려져 있고, 이 곳만을 산행대상지로 삼아 다니는 매니아들이 있을 정도로 특별한
사랑을 받고있는, 이름하여 영남알프스의 산길을 걷게된다. 이 곳의 산길과 산자락,또
봉우리에 대하여는 지역,단체마다 그 범위를 약간씩 다르게 구분하고 있으나, 대체적
으로 넓게 보아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볼 수 있다.

'영남알프스는 울산,경북,경남의 5개 시군(울주,경주,양산,밀양,청도)에 걸쳐있는 거
대한 산군(山群)을 일컬음이다. 그 산군사이에는 고헌산(1032.8M), 가지산(1240.M),
운문산(1188M), 간월산(1068.8M),재약산 사자봉(1189M :천황산: 이름변경 심의중),
재약산 수미봉(1108M),신불산(1159M),영축산(1058.9M)등 1000M고지 이상의 봉우리
들이 자리잡고 있으며, 또 그 봉우리들 사이, 혹은 지능선이 뻗어 나가는 곳에 능동
산(983M), 백운산(885M),억산(944M), 문복산(1013.5M)등 900-1000M고지의 봉우리들
이 있다.

산을 떠 받치는 동쪽의 산자락들은 깎아지른 듯한 바위지대등으로 험난한 산세를 보
여 주기도하지만, 영축,신불,간월,재약산등을 잇는 산상의 넓은 지대에 펼쳐지는 억
새평원의 풍경은 유럽알프스, 혹은 일본알프스에 못지 않다하여 부산경남의 원로산악
인들에 의해 오래 전 그리 이름지어졌다.'

영천분지 이후 낮은 고도를 이어오다가 모처럼 1000M대의 높은 봉우리들을 일으키는
낙동정맥의 마루금은 가지산-간월산-신불산-영축산의 능선을 지나, 동쪽 사면으로 내
려서며 35번 국도와 경부고속도로가 지나가는 지경고개(울산 울주군 삼남면-경남 양산
시 하북면)에 닿은 뒤, 다시 천성산으로 올라서며 이어지는데, 영남알프스는 이 낙동
마루금을 주맥(主脈)으로 해서, 가지산에서 서쪽으로 흐르는 산줄기에 운문산이, 능동
산에서 서쪽으로 흐르는 능선으로 재약산이 각각 자리잡으며, 남쪽 진행방향으로 보아
대략 'ㅑ' 형태를 띤다. 따라서 영남알프스 완전종주를 하려면 한번은 산을 내려섰다
가 다시 주능선으로 올라서서 나머지 구간을 연결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개인적으로
는 가지산에서 재약산 수미봉으로 진행을 한 뒤, 배내골로 내려섰다가 일박을 하고,
다시 청수우골로 올라 영축산에서 주능선을 만난 뒤, 가지산-운문산으로 연결하는 것
이 좋을 듯하다. 운문산에서는 밀양 산내면쪽이나 청도 운문면쪽으로 각각 산길이 많
이 열려있다.

이번 구간에서는 산자락 좌우를 받치고 있는 지역도 많이 바뀐다. 가지산은 경북(청도
운문면), 울산(울주 상북면), 경남(밀양 산내면)의 경계점이 되며, 그 후 남으로 진행
하면서 울산 울주군 상북면, 삼남면과 경남 양산시의 하북면이 마루금과 함께한다.
가지산을 지나며 낙동마루금의 우측 자락을 이어받은 밀양시는 석남터널 뒤,능동산
갈림길에서 재약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경계로 울산 상북면에 그 짧은 마루금길을 넘
겨 주게된다.

이번 구간의 낙동강 수계(水系)를 이루는 우측(서쪽)자락으로는, 청도쪽에서는 운문호
로 모인 물길이 동창천으로, 밀양쪽 24번 국도사이의 골짜기의 물은 단장천으로, 울산
상북면 배내골(이천)의 물도 밀양댐을 거쳐 단장천으로 흘러 들어가 밀양강을 이룬 뒤
드디어 낙동강에 들어서게 된다. 참고로 가지산의 동쪽 자락에서 발원하여 흐르는 물
길은 울산 태화강의 시원을 이룬다.

배내골은 능동-재약산 능선과 낙동마루금의 물길이 모아져 흐르는 울주군 상북면 梨川
里(배내)에 있는 아주 아름다운 골짜기를 말하는데, 이 곳은 아직도 교통이 아주 불편
한 오지를 이루고 있어 청정한 자연환경을 유지하였으나, 최근 음식.숙박업소등의 무
분별한 개발로 오염위기에 직면해 많은 산사람들의 안타까움을 사다가, 최근 밀양댐의
물이 식수로 사용되며 계곡의 출입을 금하게 되어 다시 건강한 모습을 되찾을 수 있게
되었다. 배내골에서 시작되는 산자락으로도 청수골등 영남알프스로 오르는 산길들이
많이 있다.

가지산.신불산쪽의 산자락들은 워낙 깊은 골짜기의 산세를 이루다보니 병인박해를 피
해 천주교신자들이 숨어살 던 곳(聖地:살티,죽림굴,범굴)도 있고, 한국전쟁을 전후한
시기에는 빨치산들이 활발하게 활동한 곳이라고도 한다. 또 가지산의 동쪽 자락 아래

에는 비구니스님들의 수도도량인 석남사가 있고, 영축산에서 지경고개로  내려서는

산자락의 우측 아래에는 우리나라 삼보사찰의 하나로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불보(佛寶)사찰 통도사(通度寺)가 있다.

이곳의 산 이름들을 가만히보면 가지,신불,영축등 이름들이 모두 불교와 아주 많은 연
관이 있는 듯하나, 가지산은 까치산(까치뫼,가치뫼)에서 음을 빌려 이두식으로 표현한
것이고, 신불,간월,취서산은 훈음혼용(訓音混用:뜻과 소리를 섞음))을 하여 이두식으
표현한 것이라고 하는데 불,월 등은 너르다는 뜻이 있고, 산의 이름들은 모두 '신성한
산'이라는 뜻이 있다고 한다. 취서산의 경우는 영취,영축산의 세가지 이름이 모두 사
용되다가 인도 영축산과 모습이 비슷하다고 해서 지어진 영축산을 공식 산명으로 하겠
다는 양산시의 건의를 받아들여 비교적 최근에 국립지리원에서 이를 확정하였다.
불보사찰을 품고있는 산답게 가장 불교적인 이름을 본명으로 얻게 된 셈이다.

영축산의 산상 광활한 평원지대는 동서로는 좁고, 남북으로는 긴 하나의 분지를 이루
고 있는데, 이 분지에는 성터의 흔적이 있다. 이 성의 이름은 단조성(丹鳥城), 혹은
단지성(丹之城)이라고 하는데 동국여지승람에는 이를 취서산고성이라 하였다. 문헌비
고에 의하면 '석축으로 된 둘레가 4,050자이고, 성안에는 못이 10개소가 있다'라고
하였다 한다. (이상 울산지명사에서 발췌)

이곳 영남알프스의 산군들은 대부분 광역자치단체, 혹은 시,군단위의 공원으로 지정되
어있다. 최근 들어 흔히 볼 수 있는 일이지만 민선자치단체장들은 지역의 관광수입 증
대를 위한 각종 사업을 벌이고, 그러다보니 자연환경의 파괴를 수반하게 되어 환경단
체와 자연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비난을 받고있다. 그들이 천혜의 자연경관
을 지니고 있는 영남알프스를 가만히 놔둘리가 없다. 이미 개설된 각종 임도는 말할
것도 없고, 이제는 신불산 칼바위능선쪽으로 케이블카를 설치하려고 추진중이라 하여
환경단체.산악인들로부터 거센 반발을 사고 있고, 역시 재약산 얼음골쪽에도 삭도
(케이블카)계획안이 나와있다고 한다.

최근 이러한 무분별한 난개발을 막기 위하여 환경단체인 '생명의 숲 가꾸기 국민운동'
을 중심으로 이 곳 영남알프스를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도록 적극 추진하고 있는 중이라
한다.

나는 기억하고 가슴아파 한다. 깨끗한 물이 흐르고 희디 흰 암반들이 가득 들어서 있
어, 그 아래 벚꽃길과 더불어 수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던 작천정의 계곡을...
하지만 그 곳은 온천개발로 파괴된 산자락에서 흘러내리는 흙탕물로 이미 한차례 호된
홍역을 치루었고, 이제 외관은 멀쩡해보이지만 상류지역에 속속 들어서는 음식.숙박시
설들로 계곡에 들어가기가 꺼림칙할 정도가 되어버렸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약 10여년전부터 조성되기 시작한 신불산 자락 아래의 등억온천지구 때문에 생긴 일이
다.

나그네들은 낯선곳에서의 새로운 풍경을 맞이함으로서 길을 걸음의 참맛을 느낀다고
했던가? 나는 너무나 익숙한 이 곳에서 그동안 보고 느껴보지 못하던 많은 것들이 있
음을 알았다. 즉 '새로운 풍경'이란 '새롭게 봄'과도 의미가 연결됨을 알았다. 그동
안 정맥길을 걸으며 내게 자리잡은 소중하고도 귀한 마음의 인연이리라...

아름다운 이곳을 아끼고 사랑해야겠다는 다짐을 새롭게 하였고 의무감을 느꼈다.

이번 구간에서 낙동정맥의 산자락을 가장 많이 보듬고 내려오던 경상북도와 아쉬운
이별을 하여야 한다. 참으로 긴 시간들을 함께했다. 백두대간과 더불어 낙동강의 긴
여정을 있게한 으뜸되는 근원의 동쪽 울타리들이 바로 그 땅들이었다. 마루금을 답사
하며 만났던 정겹기 그지없는 그 곳의 땅들을 이제 서두름없이 다시 찾아보리라고 다
짐을 해본다. 환경적인 측면에서는 여러가지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나, 참으로 경북
은 낙동강의 크나 큰 품이었다.

많은 추억을 안겨 준 그 땅들과 이제 이별을 한다. 다시 만남을 기약하며...


나. 그리움, 아쉬움의 가지산 엘레지..

낙동정맥 구간종주의 막바지에 들어서서는 토요일까지 운행스케쥴에 넣다보니 쫓기듯
일정이 빡빡해진다. 물론 거주지에서 가까운 곳이라 접근의 용이성때문에 가능한 일이
긴 하였지만, 그렇게 할 수 있기에는 서울에서 밤차로 내려와 합류하는 산유화와 토요
일 하루를 생업전선에서 손놓아야하는 장비점을 운영하는 귀선누님, 그리고 치과개업
의인 청류아우의 동의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뭏든 산행기점으로 접근하는 차
량운행시간만 6-7시간 소요되던 태백,봉화의 구간과는 엄청 차이가 난다.

이번 구간에는 지리산통신 멤버로 산행을 같이하고 있는 대학산악부 출신의 곽점곤선
배가 합류하였다. 하지만 선배님의 토요일 산행은 합류라기 보다는 지원이라는 말이
옳겠다. 야영장비를 실은 차를 오늘 산행종료 예정지인 석남터널에 세워놓고 거꾸로
마루금을 넘어와 능선 중간에서 합류, 같이 진행하기로 했다. 장비무게에 부담을 느끼
던 답사팀의 사정을 고려한 화일아우의 제의에 곽선배님도 동참하기로 한 것이다.

부산 노포동터미날과 양산터미날, 그리고 울산에서 각각 출발하여 언양에서 모두 합류
하여 경주 산내 와항마을로 택시로 이동한다.(언양터미날-산내고개 택시요금 10,000-
12,000원). 지난 구간 전반부를 답사치 못한 산유화와 집안 사정으로 답사에 참여치
못한 병천은 아침 일찍 합류, 벌써 답사를 마치고 와항마을의 양산박식당에서 기다리
고 있다는 연락을 해왔다.

15:50 와항마을 도착하여 병천,산유화와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는 양산박식당 앞의 길
을 건너 산마루노래방과 대현암소전문점 사이의 콘크리트 포장도로에 접어 들며 산행
을 시작한다. 16:10

산자락은 초지, 밭등으로 엄청 너르게 개간되어 있고 목장이 들어앉아 있어 분수령(分
水領)을 이루는 정맥길을 정확하게 찾아 오르기란 쉽지않다. 우승목장 안내 현판이 있
는 도로를 따라 계속 오르는데, 길 양쪽에는 보리밭과 냉이밭이 많다. 석축을 쌓아놓
은 곳을 만나면 오른쪽의 목장 축사 위쪽으로 길이 이어진다. 정면의 능선이 오른쪽으
로 이어지는 약 2시방향으로 거대한 암벽(드린(디린)바위)을 안고있는 문복산의 모습
이 시야에 들어온다.

목장을 통과하면 좁은 포장길이 계속 이어진다. 다소 늦은 오후의 시간이지만 아직 햇
빛은 강렬하고 연초록의 색깔도 밝게 빛난다. 도로 좌측에는 조림한 어린 소나무숲이
있고, 오른쪽에는 묵은 솔숲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16:28 도로가 끝나는 절개지를 만나면서 본격적인 산길로 접어든다. 이 곳에는 한국통
신의 안내표시가 있다. 노랑제비꽃이 무리지어 피어있고, 솔가리가 지천으로 깔려 폭
신하고 너른, 호젓한 오름길을 잠시 진행하면 참나무와 철쭉이 어우러진 비탈진 길로
이어진다.

오름길 바로 좌측으로 시루떡을 몇겹이나 포개져 있는 듯한 큰 바위가 나오는데, 산사
면에 놓여있는 모습이 마치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인냥 마을을 향해 엎드려 있다. 그
바위의 뒤쪽으로 올라서서 조금전 진행한 산자락을 보니, 반듯하게 개간되어 밋밋한
산사면과 와항마을의 평평한 고개때문에 확실히 드러나지는 않지만, 물길이 갈라질 방
향으로보아 제대로 진행했다는 생각이 든다.

16:45 왼쪽 산내고개에서 894.8봉으로 이어지는 능선과 합류하며 우측으로 방향을 틀
어 진행한다. 지형도를 보면 마치 이 고개로 흐르는 능선이 낙동정맥길인 듯하나,
이 능선이 고개로 내려서는 곳의 북쪽, 즉 고헌산에서 내려선 와항재에서 시작되는
물길이 흘러내려와 이 고개사이를 지나가게되므로 낙동마루금은 이 능선을 따르지
않고, 와항재에서 도로를 건넌 뒤, 다시 낮은 능선을 타고 와항마을로 내려서서는
맞은 편의 목장쪽 산자락으로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우측으로 소호마을에서 백운산의 옆구리를 가로지르며 낙동마루금으로 이어지는 허연
임도가 잘 보인다. 지난 구간 백운산-고헌산을 지나오며 가슴앓이하던 기억이 새삼스
럽다. 진달래는 벌써 꽃잎을 다 떨구고 져버렸다. 이름을 알 수 없는 산새소리가 청량
하다. 능선을 만난 곳에서 잠시 진행하면 헬기장을 내려했음인지 땅을 평평하게 다져
놓은 봉우리가 나온다.

큰 소나무와 물박달, 철쭉이 섞여있는 생동감있고 부드러운 산길이 한참동안 이어지는
데, 고도를 조금 높였음인지 이곳에는 선홍빛 진달래가 활짝 피어있다. 숲속에 가득히
들어앉아있는 노랑제비꽃 무리의 재잘거리는듯한 모습이 이쁘고 정겹다.

17:02 억새와 소나무숲이 둘러싸고 있는 평평한 894.8봉에 도착.(삼각점 방위 약36도
차이). 이 곳에서 우측의 능선으로 이어지는 길은 문복산에 닿으며, 전방 11시방향의
내려서는 길이 낙동정맥길로 운문령으로 이어진다. 말하자면 3거리이다.
이 봉우리를 경계로 하여 경주시가 드디어 낙동정맥과의 걸음을 마감하고 마루금 서쪽
의 산자락을 경북 청도군에게 넘긴다. 이제 낙동마루금은 가지산에 이를때까지 경북
청도군 운문면과 울산 울주군 상북면이 좌우로 마주하게 된다. 휴식을 취하며 북동방
향으로 펼쳐져있는 우리가 지나온 마루금을 둘러본다. 희미하나마 단석산과 방주교회
의 모습이 아련히 보인다.

17:15 출발. 가파른 내리막길에는 잔돌이 많이 깔렸다. 산자락 아래로 운문령을 넘어
가는 도로와 차들이 보이고, 산길이 평평해지는 곳의 길 옆에는 의외로 억새가 많다.
운문령고개 오른쪽, 청도 운문면쪽으로 이어지는 산자락의 숲은 서쪽으로 많이 내려선
햇빛에 눈부시게 빛난다. 정면 운문령을 넘어 엄청 고도를 올리는 가지산자락의 모습
은 내려서기도 전에 기를 질리게하고, 우측 먼 곳에 우뚝 서있는 귀바위의 모습은 차
라리 외면하고 싶다. 이제 겨우 1시간 남짓 걸어왔을 뿐인데도...

아! 고단한 정맥꾼들이여...

17:36 연초록 숲길은 정갈하기가 그지없고 길도 아주 잘 나있다. 헬기장 통과.

17:44 운문령 바로 위의 빈 건물을 지나자 산불감시초소가 나온다. 신분확인과 기록을
하고 통과, 운문령 도로 맞은 편의 한 포장집으로 들어선다. 참새가 방아간을 그냥 지
나칠 수 없듯, 그 만나기 귀한 주막집을 그대로 통과할 수는 없는 일이다. 커피 한잔
씩 하자는 고상한 핑계로 들어가서는 슬슬 눈치를 보이니 마음씨 좋은(?) 총무아우가
어쩌겠는가? 결국 의도한대로 막걸리도 한잔씩 마시고, 초소를 지키는 분께도 커피 한
잔을 대접하고는 오늘 저녁에 쌈사먹을, 그 유명한 청정 언양미나리까지 한단 사고
출발한다. 18:00

가지산으로 들어서는 길은 너른 임도로 나있고, 임도의 차단기를 건너면 이정표가 나
온다. (가지산 4.8Km, 쌀바위3.5Km, 귀바위 2.5Km.) 이 쪽으로 접근을 하면 가지산
정상으로 가장 수월하게 오를 수 있다. 조금 진행하면 좌측으로 헬기장이 있고, 정면
임도가 돌아가는 능선상에는 산불감시초소가 보인다. 왼쪽으로 돌아가는 임도를 벗어
나 정면의 숲길로 들어선다. 길가에 서있는 오리나무의 이파리도 연둣빛을 흠뻑 머금
었다. 제법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숲은 활기를 잃지 않았다. 18:07

숲길은 이내 다시 임도와 이정표를 만난다. (정상4.2Km, 쌀바위 2.9Km.)
우측 저 멀리 우뚝 솟아있는 문복산의 정상부는 경주쪽에서 볼 때와는 모습이 아주
다르게 푸른 소나무숲을 이고 있다. 임도를 버리고 가파른 나무계단 오름길로 오른다.
마루금을 가로지르는 임도를 한번 더 지나 계속 오르면 통신중계탑이 나오는 곳에서
임도가 다시 한번 마루금을 가로 질러간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오름길에 숨이 차기
시작한다.

18:29 능선턱을 치고 오르자 서서히 서쪽으로 내려서고 있는 해의 모습과, 약 11시방
향으로 버티고 서있는 귀바위, 그리고 그 좌측으로는 신불,영축으로이어지는 영남알프
스의 모습도 시야에 들어온다. 모처럼 마루금을 걷고 있음이 실감날 정도로 양쪽 사면
이 날을 세운 좁은 길을 잠시 진행하면 쌀바위와 가지산정상의 모습도 보인다. 오랫
동안 그리워하며 마음에 두고있던 정겨운 곳 들이다.

18:38 1000고지를 좌측으로 트래버스하여 능선에 들어서면 귀바위가 정면에 나타난다.
귀바위로 오르는 길은 깨끗하고 평탄한 걷기 좋은 길이다.

18:43 귀바위(1117M) 도착. 귀바위 위의 바위지대에 서서 잠시 산자락을 내려다보니
고즈넉히 자리잡고 있는 석남사가 보인다. 석남사는 비구니스님들의 수행도량으로 잘
알려져 있는 곳이다. 끝없이 펼쳐지는 능파에 눈길을 두고 잠시 숨을 고르며 후미를
기다리는데 앞서 가던 청류로부터 후미조가 먼저 임도로 앞질러 지나갔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바위지대를 지나 만나는 너른 숲속에는 어느새 어둠이 먼저 와 자리를 잡고
있다.

가지산 정상부을 받치고 있는 거대한 암괴는 가지산의 면모를 잘 보여준다. 1118고지
를 좌측으로 트래버스하여 통과하면 진행 방위각 약 239도로 서남쪽으로 방향을 틀며
모처럼 산죽이 포진한 내리막길로 내려서고 임도와 만난다.

18:55 임도 이정표.(쌀바위 1.0Km.가지산 2.3Km.운문령 2.5Km)
임도로 조금만 진행하면 쌀바위가 나온다. 쌀바위 조금 못 미친 곳에서 우축 산자락
아래로 내려서면 운문사쪽으로 내려설 수 있다. 이 곳이 바로 그 서늘하고 아름다운
학심이골로 연결되는 길인데 여름 계곡산행지로 아주 잘 알려진 곳이다.

19:05 쌀바위 도착. 움막이 새로이 고쳐져있고 난로를 피우는지 환기통으로 연기가 나
오고 있다. 이정표(가지산 1.3Km, 운문령3.5Km)가 있다. 쌀바위 앞 쉼터 바위지대에는
2000년 1월1일 새천년을 맞아 상북면민들이 세운 '사랑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사랑하
자'는 내용의 글이 새겨진 가지산 해맞이 기념비가 서있다.

차량이동을 하고 반대편에서 산행을 시작한 곽선배님과 화일아우가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합류한다.

쌀바위에는 '옛날 먹을 만큼의 적은 양의 쌀이 나오는 구멍이 있었는데, 어느 스님이
그 안에 쌀이 얼마나 들어있을까 하고 파보았더니 그 다음부터는 쌀이 나오지 않고 물
만 나왔다'라는 욕심을 경계하는 전설이 있다. 쌀바위에서 나오는 물은 비록 그 수량
은 많지않으나 가지산을 다니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요긴하게 마실 수 있는 물이다.
쌀바위에는 클라이머들이 박아놓은 볼트가 있는데, 전설이 서린 바위에 쇠박음질을 해
놓은 게 왠지 꺼림칙하다.

19:14 어둠이 내리며 쌀쌀해지는 날씨에 걸음을 서둘러야겠다. 헤드램프를 착용하고
출발. 쌀바위 오른쪽으로 나있는 산길에는 굵고 깨끗한 흰색 로프가 쳐져있다. 왼쪽
상북,언양의 마을들에 서서히 불이 켜지기 시작하고, 8시방향 먼 곳으로 울산이 밤이
명멸하는 빛으로 그 모습을 드러낸다. 공해가 심한 도시지역의 야경이 더욱 아름다워
보인다.

19:25 능선을 올라 헬기장에 다다르자 바람이 세차게 불기 시작하더니 손이 시릴 정도
로 체감온도가 급격히 내려간다. 완만한 오름길이지만 바위길을 야간운행하기에는 다
소 부담스럽다. 하지만 야영장비가 있는 석남터널까지는 오늘 무조건 운행을 해야만
한다. 금방 사위는 짙은 먹물이 뿌려진듯 깜깜하다. 오른쪽 3시방향 아주 먼 곳으로
불빛이 많이 모여져 있는 곳은 아마도 경산시쯤 될 것 같다.

깊은 수묵의 색으로 가라앉은 어두운 밤, 바람과 함께하는 산길에는 그 소리만으로도
긴장감이 따른다. 누구하고 입을 여는 사람이 없다. 그러는 사이 가지산은 많이 가까
워져 있다. 여럿이 모여 식사하기 좋은 너르고 평평한 안부를 지나면서 문득 올려다본
하늘에는 어느새 별들이 총총히 나와 나그네들을 내려다보고 있다. 오늘이 음력 3월
초하루이던가, 달빛이 없는 하늘에는 별빛이 더욱 밝다.

19:45 거센 바람이 몸을 날릴 정도로 불어대는 가지산 정상(1240M)에 도착한다. 동부
경남지역의 맹주산(盟主), 그 만만찮은 높이에 남쪽지방임에도 심심찮게 겨울 설산의
모습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정상은 온통 거대한 암괴로 되어있고, 정상 서쪽 아래
평평한 공간에 움막 대피소가 하나 들어서 있다. 선두로 지나간 곽선배와 화일,청류를
확인하고 후미를 기다리는 사이, 나는 정상표지석에 손을 얹고 인사를 한다.

'가지할머니 오랜만입니다. 자주 찾지 못하더니 이 늦은 밤 먼길을 걸어와 이렇게
뵙습니다.'

하지만 거센 바람은 세상의 모든 소리를 삼켜버린다. 아니 그토록 그리며 달려오던 마
음까지도 쓸어버리듯 몰아친다. 정상에는 몸을 가눌 수가 없어 아쉽지만 안부로 내려
서있다가 후미를 만나 바위지대를 통과한다. 바위길은 경사가 제법 있으므로 야간산행
시는 주의를 하여야한다.

세찬 바람이 세상의 속진을 다 날려버렸음일까, 내려다보이는 마을의 불빛은 몹씨도
맑고 곱다.

20:12 밀양고개 이정표 만남. (가지산 0.35Km, 석남터널 2.65Km)
전방에 보이는 전위봉을 넘어서야한다. 아래에서 올라오다 보면 힘들게 올라서야 하는
곳이다. 이정표를 지나면 다소 진행하기가 수월해진다. 그렇게 만나게되기를 기다리던
가지산을 바람과 어둠에 쫓겨 이렇게 정신없이 허겁지겁 내려오다니...
아직도 마음 한구석에는 정상에서의 아쉬움이 떠나지 않고 있다.

오른쪽 전방 2시방향으로 재약산 사자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실루엣으로 다가온다.
그 푸근한 능선만큼 실루엣도 부드러운 기운이 느껴진다. 사자평으로 이어지는 임도로
차가 다니며 엄청난 실망을 안겨주던 그 능선은 실루엣으로 느끼는 질감이 오히려 낫
다.

20:25 가지산 전위봉(1168.8M) 도착. 밤길을 걷는 걸음은 예정보다 많이 늦어진다.
오늘 아침에 지난 19구간을 보충하느라 하루종일 걸음을 걷는 병천의 체력소모가 심한
듯, 늘 선두에 서서 가볍게 걷던 그 모습이 아니다. 그러고보니 오늘 거의 13시간 정
도 걷고있다. 석남터널을 지나는 도로로 불을 켠 차들이 달리는 모습이 보인다. 울산
쪽의 야경은 더욱 화려하게 빛난다.

20:44 가파른 돌길 내리막을 내려서서 이정표를 만난다. 가지산1.8Km,석남터널 0.6Km.
석남터널은 왼쪽,정면 양 방면으로 모두 0.6Km로 되어있는데 거리표시가 잘 못된 것
같다. 정면은 밀양쪽, 좌측은 언양쪽 터널로 내려서는 길이다. 휴식후 출발. 20:53

왼쪽의 급경사 내리막길로 내려서면 나무계단길이 한참동안이나 이어지고 돌길도 나온
다. 가지산을 오를 때 가장 힘이 드는 구간이다. 갑자기 세찬 바람이 숲속으로도 휘몰
아친다.

21:19 좌측으로 석남사를 가리키는 이정표가 나오고, 조금 더 진행하면 석남터널,석남
사입구 갈림길이 나오는데, 마루금길은 약간 우측 전방으로 이어지는 석남터널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21:24

21:30 오른쪽방향으로 나있는 석남터널(밀양) 이정표를 지나면 이내 왼쪽으로 살티마
을 2.2Km,직진 능동산 3.5Km, 석남터널 0.6Km, 가지산 2.5Km 라고 표시되어 있는
이정표가 또 나온다. 앞서가던 화일과 청류, 중간에 홀로 떨어져 가던 산유화는 이
밀양쪽 석남터널 방향으로 내려섰다고 한다.

갈림길 이정표와 케른이 있는 안부를 지나 조금만 더 진행하면 '상점.휴게소.언양쪽
터널', '능동산 갈림길 200m 전방'이라는 표시를 해놓은 하얀색 팻말이 나무가지에 걸
려있다. 이 팻말을 설치한 사람이 누군지는 모르지만, 길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참
친절하게 안내를 잘 해 두었다는라는 고마운 생각이 든다. 오른쪽 바로 아래 밀양쪽에
서 차가 올라오는 모습이 보인다. 터널이 가까워졌음이다.

21:40 갈림길 도착. 좌측길은 언양측 석남터널 입구로 내려서고, 그대로 직진하는 길
은 능동산으로 이어지는 낙동정맥길이다. 오늘 야영은 석남터널 부근에서 하기로 했
다. 길은 비교적 잘 나있고, 로프도 설치되어있는 묵은 길인데, 휴게소를 바로 앞에
두고는 경사가 급한 길로 내려선다.

21:53 터널 입구 상가지역 도착, 오늘 산행을 종료한다.

당초 이 곳 상가지역 인근에서 야영을 하기로 계획했었는데, 먼저 내려와 있던 곽선
배와 밀양쪽 터널로 내려온 사람들은 오히려 그 쪽에 야영하기에 더 좋은 너른 장소
가 있다며 옮기자고 한다. 터널을 걸어서 이동하여 도착한 곳은 블록이 깔린 주차장
인데 너르고 물도 가까이 있어 좋았으나, 한가지 간과한 사실이 있다. 계곡을 타고
올라오며 사정없이 불어제끼는 바람은 밤이 깊어 갈수록 광풍으로 변해 모래를 뒤집
어 쓰게했다.

곧 바로 야영과 취사준비에 들어가 미나리를 곁들인 맛있는 성찬을 즐긴다. 맑은 물
도 몇 순배 돌아가고, 비록 늦은 시간이지만 어둠과 별, 그리고 야영장의 정취에 빠
져보려는 순간, 바람이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바깥에 있기가 거북할 정도로 부는 바
람에 자리를 파하고 취침에 들어가기로 한다. 소형텐트 3동에 나누어 들어가고 화일
과 나는 모래를 뒤집어 쓰면서도 비박에 들어간다. 24:00

다. 바람능선에서...

06:00 기상. 저 아래 얼음골로 이어지는 그 길고 깊은 계곡은 그를 닮은 바람을 보내
어 자기의 존재를 알리기라도 하려는 듯, 아침부터 바람은 엄청 세차게 불고 나그네들
의 마음을 바쁘게 만든다.

08:10 미나리를 넣은 국, 또 국밥등으로 아침을 해결하고는 출발. 차는 산행종료후에
회수키로하고 야영장비는 차에 실어두었다. 길 건너 터널 오른쪽으로 올라 능선에 접
근키로 하였는데, 어제 내려선 갈림길에서부터의 터널 위 아주 짧은 길을 건너뛰는 셈
이다. 터널 입구에는 밀양 산내면과 울산 상북면의 경계를 알려주는 이정표가 서있다.

08:22 능선 올라 3거리 도착. 왼쪽 가지산방향으로는 어제 지나온 길로 이어진다.
오른쪽 능동산방향으로 방향을 튼다. 길은 아주 잘 나있다. 철쭉이 숲길 위로 교차하
며 터널을 이룬 순하디 순한 육산길이다. 아침 해는 이미 한참 솟아 올라있고, 벌써
땀이 나기 시작한다. 오른쪽 아래로 펼쳐지는 계곡은 짙은 수림을 이루며 깊숙이 들어
앉아있고, 얼음골쪽으로 큰 바위지대들이 많다. 또 그 계곡의 오른쪽 위로 가지산에서
흘러내린 지능선에 있는 백운산의 바위들은 흰빛으로 빛난다. 이 곳에는 부산.울산의
바위교육장으로 이름난 곳이 있다. 우측 산자락 아래에서 들려오는 바람의 소리가 심
상치가 않다.

산책로처럼 부드러운 길을 진행하다보면 누군가가 '진달래밭에서 너만 생각하고'로 시
작되는 詩를 적어 놓은 판이 보인다. 조금전 능선 오름길의 진달래는 꽃잎을 다 떨구
었으나 능선 위에 있는 것들은 이제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뒤 돌아본 마루금으로는
쌀바위의 위용이 늠름하다. 가지산쪽으로는 전위봉만 보이고 정상의 모습은 아직 보
이지 않는다.

08:43 능선턱을 올라 평평한 봉우리를 통과하는데, 이곳에는 보통의 삼각점표시보다
큰 콘크리트 파일(NO.10)이 박혀있다. 황갈색 낙엽더미위로 고개내민 노랑꽃 한송이
는 더욱 생동감을 느끼게 한다.

정면으로 능동산의 모습과 오른쪽 재약산으로 이어지는 편안하고 너른 능선에 마음을
두어보지만 그 길은 임도를 오가는 차량들과 함께 하여야한다. 몇년 전 환상과 함께
그 길을 걸으며, 오고가는 차량때문에 얼마나 마음 상했던가... 그 산이 안타깝고 또
그립다. 좌측 맞은 편, 배내봉에서 연결되는 산자락은 맑은 연록의 세상으로 너무나
건강하고 활기차다. 이 산자락은 가을 단풍도 아주 아름다운 곳이다.

08:57 813.2봉 도착. 누운 소나무가 있는 봉우리를 지나 평평한 능선 중간에 삼각점이
박혀있다. (1982 재설, 언양450). 완만한 봉우리 지나 바람이 잦아드는 곳에서 휴식.
09:09

09:23 출발. 모처럼 아주 작고 아름다운 흰색의 개별꽃이 우리를 반긴다.
09:33 능동산 조금 못 미친 곳에서 좌측으로 이어지는 갈림길이 나온다. 이 길은 헬기
장쪽으로 가로질러 가는 길인데, 조금 더 진행하면 정상 바로 앞에서 왼쪽으로 내려서
는 길이 또 있다.

09:38 능동산 직전에서 좌측으로 방향을 튼다. 곧 바로 직진하는 길은 능동산 정상을
지나 재약산으로 이어지는 길이고, 낙동정맥은 좌측 배내고개를 내려선 뒤, 다시 올라
서며 진행된다. '배내고개 등산로'라는 팻말이 있다. 길에 흩어져있는 진달래 꽃잎은
마치 그대로 땅에서 피어난 듯 아직 그 빛깔이 죽지 않았다. 아마 이 아침의 바람이
한바탕 휩쓸고 간 흔적인 듯하다. 훤히 트인 공간의 헬기장이 금방 나타난다. 내려서
는 길은 동쪽으로 치우치다 이내 정남으로 방향을 바꾼 뒤, 다시 헬기장을 만나고는
배내고개앞 임도 절개지를 만난다. 흙이 흘러내리는 절개지를 조심스레 내려선다.

09:57 배내고개 임도도착. 사자평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길 좌측으로 아주 너른 부지
를 조성해 놓았는데, 용도는 알수 없으나 부지 주위로 나무를 심어 놓았다. 배내고개
의 바람도 엄청 세다. 배내고개 도로 지나가는 곳의 포장집 식당에서 휴식. 여기서 진
행방향의 오른쪽, 도로를 따라 계곡으로 내려가면 상북면 이천리, 배내(梨川)골이 나
오고, 도로는 양산의 원동으로 이어진다. 왼쪽길은 석남터널 아래의 3거리로 연결되며
24번 국도를 만나는데, 오른쪽으로 계속 내려가면 석남사 앞을 지나 언양으로 이어지
고, 3거리에서 왼쪽 위로 올라가면 석남터널이 나온다. 석남사가 있는 마을의 이름은
큰고개를 뜻하는 덕현리이다.

10:07 출발. 바위가 깔린 너른 오르막길이 한참 동안 이어진다. 가벼운 산행복장을 한
등산객이 많다. 이 산자락 오름길은 숲이 거의 없고 황량한 억새밭 사이 하늘이 훤히
트인 길로 나있다. 길 왼쪽에 조그만 샘이 있어 물 한모금 마시고 다시 출발. 10:23

10:36 능선에 오르면 왼쪽으로 치우친 곳에 이정표가 서있다. 왼쪽 능선으로 송곳산.
오두산으로 이어지며, 낙동정맥길은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아 배내봉(964.9봉)을 거쳐
간월산으로 진행된다. 능선을 올라서자 불어오는 바람이 말 그대로 장난이 아니다.
오른쪽 산사면에서 불어제끼는 바람은 몸이 휘청거릴 정도의 광풍이다.

10:42 배내봉(965.9M)을 통과하는데 모진 바람에 그 유연한 몸을 가진 억새는 왼쪽 방
향으로 완전히 드러누웠다. 부러지지않는 부드러움으로 몸을 눕히고 있지만 다시 일어
설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리고 그 억새들이 바짝 엎드린 사이사이로 참으로 놀랍게도
제비꽃 무리가 지천으로 피어있다. 하지만 그 연약한 꽃들은 전혀 몸을 눕히거나 심하
게 흔들리지도 않는다. 그네들은 필요 이상으로 제 몸을 키우지 않기에 바람의 억센
손길이 미처 닿지 않는 것이다. 지혜로운 작은 꽃이여....

왼쪽 능선을 약간 벗어난 지역으로 들어서자 언제 그랬냐는 듯 바람이 잦아들며 포근
한 날씨에 땀이 날 지경이다. 능선 좌우의 모습이 너무나 다르다.

10:55 큰 바위지대를 통과하는 좌측 아래의 산자락은 깎아지른 절벽을 이루고 있다.
한동안 바위지대를 지나 흙길로 들어서자 우측 전방으로 산허리를 감고 돌아가는 임도
가 보이고, 전방에 우뚝 솟아오른 간월산의 모습이 보인다. 마치 날을 세운 듯한 가파
른 오르막길이다.

11:18 바위지대 내리막길을 지나 능선상에서 휴식을 취하기로 한다. 운행시간이 너무
긴 것같아 선두로 진행하던 병천에게 무리가 가지않도록 운행시간조정을 잘 하라고 한
마디 했더니, 바람이 너무 세어 쉴 곳이 없어, 할 수 없이 이곳까지 진행했다고 한다.
하긴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는 표현이 절대 과장된 것이 아니다. 휴식을 취하기로한
능선의 좌측아래로 평평한 공간이 있는데, 양지바른 이곳은 거짓말같이 조용하고 포근
하다. 옹기종기 모여앉아 간식을 먹으며 비교적 오랜 시간동안 휴식을 취한다.

11:42 이제 만만치않은 간월산 오름길이다. 마음을 다잡으며 출발. 잠시 진행하면 왼
쪽 산자락으로 등억온천, 신리로 내려서는 길이 나오고 이정표도 서있다. 꾸준한 오름
길은 급경사바위길로 이어지는데 힘이든다. 바람과 가파른 경사길에 아무런 생각없이
발길을 옮겨 드디어 봉우리에 닿는다.

12:14 바람의 나라! 바위봉우리인 간월산(1068.8M) 정상에 도착하자마자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의 강풍이 분다. 어제 저녁 가지산보다 더하다. 허겁지겁 정상석에 손을 얹
어 신고를 하고는 쫓기듯이 내려선다.

그때 바람이 윽박지르듯 내게 물은 말이 있다.
'너희가 정녕 영남알프스를 아느냐? 간월의 이름을 아느냐!?'
정신없이 몰아세우는 바람에게서 나는 정말 이곳을 모른다는 생각밖에 들지않았다.

바위지대를 지나 내려서니 바람이 조금 잦아든다. 간월재로 내려서는 길은 너른 사면
에 길이 많다. 빤히 보이는 그 곳으로는 그냥 내려서면 된다. 간월재에는 사람들이
아주 많이 모여있고, 이리로 오르는 사람들보다는 건너편의 신불산쪽으로 오르내리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 간월재가 가까워진 내리막길에서는 다시 바람이 불어와 눈도 뜰
수 없을 지경이다.

12:30 간월재 도착. 간월재에는 차가 올라올 수 있다. 그래서 패러글라이딩을 즐기는
사람들이 차량으로 많이 올라오는 편인데, 오늘은 바람때문에 엄두도 못낼 것 같다.
왼쪽으로 내려가는 곳과 오른쪽으로 돌아가는 곳도 모두 임도로 연결된다. 왼쪽으로
조금만 내려서면 식수로 쓸 수 있는 샘이 있다. 물을 보충하느라 겨우 20M도 채 되지
않는 길을 다녀오는데, 어이가 없을 정도로 바람이 몰아친다. 트럭포장집에서 어묵을
시켜 하나씩 먹는데,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도 모를 지경이다. 여기서
휴식을 취하기가 어려울 것 같아 신불산쪽으로 이어지는 사면으로 출발한다. 12:43

신불산쪽으로 오르고 내리는 등산객이 아주 많다. 땅이 움푹패여 있는 마른 맨땅에는
얇게 부서진 돌도 많다. 이 오름길은 숲속이라고는 전혀없이 하늘이 드러나며 제법 길
게 이어진다. 이정표가 쓰러져 있는 곳을 지나는 곳 바로 옆의 낮은 키 나무숲에는 진
달래가 꽃들을 많이 피웠다. 능선으로 오르기 직전 휴식. 13:08

13:20 출발. 약 5분여 진행하여 헬기장을 만나고 능선턱을 오르면 능선 3거리에 닿는
다. 키낮은 소나무가 한그루있는 이곳은 신불산쪽에서 진행할 때 주의를 기울여야하는
곳이다. 개스가 꽉 차면 아래의 간월재가 보이지 않는데, 우측으로 내려서지 않고 계
속 능선으로 진행해버리면 배내골쪽으로 바로 떨어지게 되어 낭패를 당하게 된다.
언제인지는 모르겠으나 긴 의자가 하나 놓여있다. 능선을 만나 왼쪽으로 진행하면 케
른을 쌓아 놓은 신불산 정상에 도착한다.

13:36 신불산 정상도착. 지형도상 신불산의 높이는 1208.9M로 되어있으나 최근에 다시
측정한 높이는 1159.3M이고 국립지리원이 확인한 사항이라고 한다. 영남알프스의 제
2위봉에서 4위봉으로 높이의 순위가 바뀌는 셈이다. 신불산에서 남쪽으로 보면 광활한
억새평원이 탁 트이며 영축산까지 이어지는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 곳이 영남알
프스란 이름을 얻게 된 바로 그 곳이다. 가을에는 이 곳 능선과 재약산의 사자평으로
억새산행을 즐기는 사람들이 아주 많이 찾아온다.

신불산 정상에서 보면 좌측(동쪽)으로도 능선이 이어지며 등산객들이 많이 다니는 것
을 볼 수 있는데, 이 길은 칼바위능선, 혹은 신불공룡이라하는 곳으로 아기자기한 암
릉을 걷는 재미가 수월찮은 곳이고 비교적 외지인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곳이다.
이 곳으로 오르려면 산자락 아래 간월산장에서 홍류폭포 있는 곳으로해서 들어서면
된다.

울산쪽으로는 짙은 개스가 서려있는데 혹시 황사가 아닌가 싶다.

정상에서 보면 완만한 내리막이 끝나고 평평한 안부를 만난 뒤, 다시 영축산으로 오름
길이 이어지는 곳이 있다. 억새평원 사이에 있는 이 곳이 바로 신불재이다. 신불재를
내려서는 산길은 억새밭 사이로 나있는데 억새를 보호하기 위하여 길 양쪽으로 줄을
쳐놓고 그리로만 다니도록 유도하고 있다. 마른 길에는 의외로 바위가 많다.

13:50 신불재 도착. 역시 바람은 만만치 않게 계속 불어대는데 마치 자지러지는 듯한
비명소리처럼 들린다. 신불재의 좌측 아래로는 움막대피소가 있고, 마르지 않는 샘이
있어 식사포인트로 많이 애용되는 곳이다. 신불재에는 엄성효라는 울산의 산꾼이 있는
데, 마침 이 날은 울산연맹의 히말라야정찰등반대의 멤버로 출국하는 날이어서 자리를
비우고 없었다. 다녀갔다는 흔적을 남기고 대피소 안에서 점심을 해먹기로 한다.

신불재에서는 진행방향 우측으로 배내골로 이어지는 청수골등 산행로가 잘 열려있고,
대피소쪽, 삼남면 가천리 건민목장으로는 최근 휴식년제에 들어가 출입을 통제하고 있
다. 건민목장길은 달빛산행시 잘 애용되는 길이다.

14:46 출발.

산길 주위의 선홍색 진달래가 더욱 붉어 보이는 이유는 바람에 이리저리 휘둘려 생긴
멍자욱 때문일까? 조금 엉뚱한 생각을 해 본다.

완만한 오름길을 지나면 왼쪽으로 바위들이 쭉쭉 뻗어 있는 아름다운 산자락이 나오는
데 가을이면 단풍과 어우러진 풍경이 매우 아름다운 곳이다. 정면으로 영축산을 지나
저 멀리 아득하게 계속 이어지는 능선은 한참동안 이어지다가 양산시 원동면의 토곡산
을 마지막으로 낙동강으로 그 산줄기를 마감하는데 영축산 이후부터의 산줄기는 낙동
정맥길이 아니다. 낙동강의 수계는 왼쪽 맞은 편에서 하늘금을 이루고 있는 千聖山群
우측의 산자락까지도 품기 때문에 낙동정맥은 영축산에서 산길을 내려서서, 양산과 울
산의 경계인 지경고개를 지나 다시 정족산으로 오르며 천성산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 지경고개 부근은 거의 평지지역인데도 낙동강과 태화강의 물길이 각각 갈리어 분수
령의 의미를 잘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산길은 넓은 능선의 좌측으로 나있고, 오른쪽으로는 억새평원이 계속 된다. 좌측 산자
락 아래로는 급사면을 이루고 있으며, 이 곳의 우측 평원지역을 두르며 산성을 쌓은
흔적(단조성)이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세찬 바람에 쓸리는 억새들에게서 들려오는 소리는 마치 거대한 계류를 거침없이 내닫
는 힘찬 물소리처럼, 혹은 파도소리처럼 들린다. 가을 어느 날, 숨이 멎을 듯 탁 트이
는 능선에 올라, 비록 기운은 떨어졌으되 한없이 안온하고 그윽한 태양의 손길에 서러
운 듯 일렁이는 황금빛 억새의 물결을 느껴보시라! 아마 산을 내려서기 쉽지 않을 것
이다.

억새 평원의 중간 소나무 지대가 있는 곳에는 쉴 수 있는 평평한 공간과 물이 나오는
곳이 있다.

15:24 영축산 정상(1058M) 도착. 이 곳도 역시 큰 암괴로 된 바위봉우리이다.
바람을 피해 바위가 이어지는 동쪽방향으로 이동하여 휴식을 취한다. 낙동정맥길은 이
동쪽 방향 하산하는 길로 열려있다. 영축산에서 약간 서쪽으로 휘어지며 바로 연결되
는 길은 함박등, 채이등, 시살등, 염수봉, 토곡산등 많은 봉우리들이 자리하는 아름다
운 능선길이다. 이 영축산에서 내려서는 낙동정맥이 울산광역시 울주군 삼남면과 경남
양산시 하북면의 경계이다.

모처럼 찾은 영남알프스의 가장 주된 능선길을 참 어이없게도 바람에 쫓겨 정신없이
지나쳐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언제나 마음 편하게 산길을 열어주는 곳이 아니던가...
더 이상 아쉬워하지 말자.. 휴식을 취하는 사이 석남터널로 차량을 회수하러갈 병천
은 먼저 출발하였다.

15:24 휴식후 출발. 정상의 암괴가 이어진 동쪽끝의 바위는 벼랑을 이루며, 산길은 좌
측으로 트래버스하며 나있는데 다소 경사가 심한 편이다. 급경사길을 내려서서 진행되
는 길에는 돌이 많이 깔렸는데 예전보다 훨씬 많아졌다는 게 공통된 생각이다. 다소
가파르긴 하나 길은 잘 나있다. 내려오는 길 옆으로는 훤칠한 소나무가 많은 멋진 숲
이 자리잡고 있다.

15:47 샘터 도착. 아쉽게도 요즈음 이 곳에는 물이 나오지 않는다. 경남섬유라는 회사
에서 조성하여 등산객들의 갈증을 해소해주던 이 샘의 안은 조금 고여있는 물 아래로
먼지가 두텁게 쌓여있다.

15:57 움막도착. 양산군의 허락을 받았는지 쓰레기가 방치되어 있던 예전의 감시초소
를 철거하고 근년에 들어선 곳이다. 40대 중반의 남자가 운영하는 이곳에서 작년 이맘
때쯤 비오는 날 올라오다 막걸리를 먹은 적이 있는 곳이길레 은근히 기대를 하고 내려
왔건만 아쉽게도 문이 잠겨져 있다.

전방이 확 트이는 움막앞에 서니 낙동정맥길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삼남목장과 경계를
이루는 정맥길은 소나무숲과 목장 草地로 뚜렷이 구분되고, 또 그 곳을 지나 과수원지
대와 연결되며 노란색의 건물로 이어지는 낮은 구릉지대의 길도 여기서는 방향을 잘
잡을 수가 있다. 맞은 편에 하늘금을 그리고 있는 천성산군의 산줄기도 그 길이가 만
만치 않다.

16:00 출발. 움막앞 마당에서 왼쪽으로 돌아 내려선다. 오른쪽으로도 하산하는 길이
있는데, 임도를 따라 계속 진행하면 다시 만나게되지만, 임도 사이로 난 숲길로 바로
진행하면 양산군 하북면 지산마을로 떨어져버린다. 오히려 이 산길이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으로 길이 아주 잘 나있다. 이 길로 해서 양산 통도사로 갈 수는 있으나 지산
마을에서는 한참을 걸어가야 한다. 통도사쪽으로 하산하려면 영축산 정상에서 내려서
지 말고 능선을 계속 이어가다 처음 만나는 안부에서 내려서면 비로암길이 나오고,
봉우리를 몇 개 더 지나 함박등 방위각있는 곳에서 왼쪽으로 내려서면 백운암을 거쳐
극락암으로 하산 할 수 있는데, 이 곳에서도 통도사까지 가려면 도로를 한참 걸어야
한다. 산으로 연결되는 길을 철조망으로 막아 출입을 금지시켰기 때문이다. 또 함박등
에서 계속 능선을 진행하여 시살등앞 한피기고개에서 하산을 해도 극락암에서 내려오
는 길과 만난다. 당일 산행코스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길들이다.

날씨는 오후로 들어서면서 흐려져있다. 여전히 울산.동해쪽은 짙은 운무에 싸여있다.

16:19 차들이 올라와 있는 임도에서 휴식. 선두로 진행하던 몇몇은 내리막길을 후미와
다른 길로 들어섰나보다. 하지만 한참 오른쪽의 지산마을로 연결되는 길만 들어서지
않으면 다시 만난다. 대체적으로 '마루금 사람들'이라는 종주팀의 시그널이 우리와 늘
함께 하고 있다.

16:32 진행방향의 왼쪽으로 나있는 길로 숲길로 들어선다. 큰 소나무와 굴참나무가 빽
빽히 들어서 있는 어두운 숲은 마치 어둠에서 깨어나는 것처럼 은은하고 여유롭고 연
록의 새순도 싱그럽다. 다만 가끔씩 숲으로 휘돌아가는 바람과 정맥꾼들의 숨소리만
괜시리 거칠고 바쁘다.


16:39 철조망을 통과해서 임도로 내려선다. 이제 삼남목장의 사유지로 들어서는 것이
다. 임도로 내려서면 오른쪽에 철조망을 지나는 문이 보인다. 임도를 따라 우회하여
진행하면 바로 목장옆의 마을이 가깝다. 거의 평지지대로 내려선 것이다. 약 5분여 진
행하면 잠시 숲으로 들어섰다가 다시 임도를 만나 철조망과 숲길을 오른쪽에 두고 계
속 평평한 임도로 나아간다. 왼쪽의 목장쪽 산자락은 초지와 억새가 있는 완전히 개간
된 산자락이다.

벌과 나비, 꽃이 어우러진 따뜻한 봄날의 산길이다. 그 세차게 불던 바람은 벌써 먼
기억이 되어버렸다.

16:56 삼남목장의 출입을 금한다는 낡은 현판이 서 있는 곳을 통과한다. 왼쪽 산자락
아래로는 소나무숲 지대와 밭, 울주군 삼남면 방기리의 마을들이 보이고 거대한 공장
지대는 삼성전관이다. 밭지대에 드러나는 황토빛은 유난히 짙은 갈색으로 선명하다.
정면으로 국토의 동맥 경부고속도로와 35번 국도가 지나가는 모습이 보인다.

뒤 돌아본 영축산의 암봉이 신령스러워보인다는 새삼스런 생각이 들다 .

17:09 닫혀있는 삼남목장 출입문을 오른쪽의 숲속길로 우회하여 통과하면 무덤이 나오
고 왼쪽에 잘 조성된 부도밭(?)과 마을로 이어지는 좁은 포장도로가 나온다. 도로를
가로질러 정면의 훤한 공간으로 들어서면 약간 왼쪽으로 길이 진행되다가 밭지대를 가
로질러가니 뜻밖에 공동묘지가 나온다. 밭지대의 왼쪽 가장자리로 진행한다. 오른쪽
가까이 통도 환타지아의 큰 놀이시설물이 보인다. 버려진 밭인 듯 하나, 자세히 보니
비료를 뿌려놓았다.

밭 옆의 페허가된 축사를 지나니 정면의 노란색 건물의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퍼니쳐
파크라는 가구공장이다. 마을 사이의 길을 진행한다. 다시 콘크리트 포장길을 만나고
탱자나무담을 지나는데, 어릴 때의 추억을 안고있는 그 나무는 흰꽃을 피웠다. 집옆을
지나는데 최근에 불이난 듯하다. 근심어린 표정의 사람들이 두런거리는 집 옆을 지나
려니 괜시리 미안하다.

17:25 방기리앞 도로(옛 35번 국도)에 도착하며 산행종료. 다음 구간 지나야할 길은
역시 평지지대의 배나무과수단지임을 확인하다. 신평터미날(직행버스 종점) 범일국밥
집에서 뒷풀이로 이번 구간의 답사산행을 마무리한다.

다. 20구간을 마치며...

지난 구간, 오프로드 차량과의 조우, 그리고 끝없이 대패밀듯이 깎아버린 마루금은 정
맥답사에 대한 상당한 회의감을 갖게도 했으나 이제 와서 멈출 수는 없는 일이다.
운문령-쌀바위구간처럼 길(임도)은 내되 공적인 목적에 한하는 차량들에게만 출입을
허용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참으로 크다.

바람이 이틀내내 함께한 산행에서 마치 호된 꾸지람을 맞은 듯하다. 주능선을 걷는 잠
시도 마음의 여유를 주지않고 몰아치는 바람에 쫓기듯이 진행한 점은 참으로 아쉽다.
하지만 그리 마음쓰려 하지 않으련다. 정맥길을 지나오면서 영남알프스의 소중함을 다
시 한번 새겨보는 계기가 되었으므로.

이 구간도 어느 지역 못지않게 임도등으로 산자락이 잘려나간 곳이 많다. 녹색연합의
몇년 전 보고서에 의하면 가장 훼손이 심한 곳이 울산구간이다. 그러함에도 이를 보완
하고 보존할 생각보다는 더 파헤칠 궁리를 하는 소식들을 접하게되면 분통이 터질 뿐
이다. 뜻있는 분들의 활동에 동참해야겠다는 의지를 세워본다.

그 불어제끼던 바람이 전하는 말은 바로 "있을 때 잘 해"하는 말일는지도 모르겠다.

신불재에서 가천리의 건민목장으로 연결되는 산길은 신불산으로, 또 주능선으로 오르
는 가장 가깝고 수월한 길이나 최근에 휴식년제로 출입을 통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
되었다.

이제 다음 구간도 참으로 어려운 구간이다. 길도 길이지만 골프장을 지나 공원묘지
임도, 군부대 등이 버티고 있는 곳을 가로지르고 우회하여 지나가야한다. 어떤 모습으
로 마루금이 나타날 지 걱정이다. 다만 두 구간이 남았음을 위안으로 삼고자 한다.

부산으로 가는 사람들은 신평터미날에서 출발하고 양산,창원,서울로 가야할 사람들은
병천의 차량으로 양산으로 이동키로하고 작별한다.

함께한 뫼벗동지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결혼기념일임에도 편하게 산으로 들여
보내준 집사람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기록/정리 두류/조용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