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금 답사일지/낙 동 정 맥

낙동정맥구간종주 제16구간 답사일지

지리산 마실 2006. 2. 8. 16:14
마루금답사모임 뫼벗 낙동정맥 구간종주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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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구간명 : 제 16구간(이리재-남사고개(마치재))(도상거리 약 18.3Km)

(코스) : 이리재(290)-<1.0Km>-614.9봉-<1.0Km>-541.8봉-<0.8Km>-452봉
-<1.5Km>-배티재-<1.2Km>-오룡고개-<0.3Km>-368.4봉-<1.2Km>
-521.5봉-<2.5Km>-시티재-<1.5Km>-382.9봉-<2.7Km>-302봉-
<1.7Km>-250봉-<1.4Km>-어림산(510.4M)-<1.5Km>-남사고개

2. 일 시 : 2002. 2. 9(토)-2.10(일)
3. 소재지 : 경북 포항시 기계면. 영천시 임고면.고경면, 경주시 안강읍.현곡면

4. 날 씨 : 흐림
5. 참가자 : 제환상,조용섭,장병천,이용면,이영숙,박철보,김현을, 이상 7명
6. 산행형태: 1박2일/워킹 종주산행
7. 도엽명 : 1/50000:기계(杞溪)(NJ52-14-27), 경주(慶州)(NI52-2-06)
8. 교통편 : 대절승합차.
9. 운행시간표(후미기준)

- 2. 9(토) 17:50 원동 I.C/집결
18:30 양산/경주 경유
22:00 영천시 임고면 효리 노인회관
24:00 취침

- 2.10(일) 05:30 기상/조식
06:30 차량이동
06:50 이리재
06:59 산행시작
07:36 614.9봉/휴식
07:56 출발
08:08 541.8봉
08:39 임도/휴식
08:48 출발
09:08 570.7봉/삼각점
09:22 배티재
09:47 무덤/휴식
10:01 출발
10:11 오룡고개/통과
10:26 368.4봉/삼각점
10:46 안부/4거리
11:08 삼성산 능선/통과
11:13 무덤/삼성산 금광봉(金鑛峰):碑文/삼각점/휴식
11:30 출발
11:57 봉우리(약 340고지)/무덤
12:16 349.8봉/무덤/삼각점
12:30 시티재/안강휴게소/중식/휴식
13:32 출발
14:03 호국봉(340M:나무푯말:영천호국원 설치)통과
14:06 382.9봉/휴식
14:18 출발
14:48 안부/통제구역 출입문
15:00 휴식
15:10 출발
15:44 야수골(안부 4거리)
16:10 휴식
16:18 출발
16:30 철탑(No.195)
17:05 어림산(510.4M)/삼각점/휴식
17:45 남사고개(마치재)/산행종료
18:10 경주/뒷풀이/해산


10. 후 기

가. 16구간의 마루금길.

이번 구간은 이리재에서 산행을 시작하여 시티재(안강휴게소)를 지나 어림산
을 오른 뒤, 경주시 현곡면과 영천시 고경면의 경계지점인 남사고개(마치재)까지 이어
지는 도상 18Km(추정 실거리 약 24Km)를 걸어야 하는 꽤 긴 구간이다. 이번 구간의 마
루금을 지나는 사이, 청송군에 이어 낙동마루금을 맞이하며 우리와 함께 하던 포항시
가 그 긴 여정을 마감하고, 산자락 좌측(대략 동쪽방향)으로 천년고도 경주시에 손을
건넨다.

비록 거리는 짧았지만 우리와 함께 3개 구간을 함께 하던 포항시 기계면이 614.9봉에
서 이어지는 가지자락(봉좌산-어래산)으로 경주시 안강읍과 경계를 이루면서 걸음을
멈추게 되는 것이다. 마루금 우측 내륙쪽으로는 영천시 임고면이 570.7봉 조금 못 미
친 지점에서 서쪽으로 가지치며 천장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경계로 고경면에 그 바톤
을 넘긴다. 이번 구간에서는 600M 대의 고도가 마루금상 가장 높은 곳이기는하지만 올
망졸망한 봉우리들을 많이 오르내려야 한다. 현을아우가 답사 직전에 나눠준 고도표상
산행 후반부의 510.4M 고지의 어림산 오름길이 아득하다.


나. 산골 마을에서의 만남.

설 명절을 앞둔 이번 답사에는 귀선누님과 박신희양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참
석치 못하게 되었다. 특히 신희양에게는 인생에 있어 더 없이 소중한 시간이 될 중요
한 만남들이 기다리고 있다하니 언제나 밝고 건강한 그 모습 그대로 잘 이끌어 가기를
바란다. 그 빈자리는 오래전부터 낙동정맥 마루금길을 걷고싶어하던 청류아우가 함께
하게 되어 처음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뫼벗팀과는 작년 추석 전날, 영남알프스 달빛산
행때 신불재에서 만나 같이 자리를 한 적이 있었기에 모두가 아는 얼굴들이다. 졸지에
산유화아우는 홍일점이라는 그 만만치 않은 호사를 누리게 된다.

토요일 저녁의 취침장소 문제로 총무를 맡고있는 현을아우가 꽤 고민을 하였건만 영천
쪽 산자락 아래마을로는 민박이 잘 연결되지 않았고, 또 시내쪽으로는 그 비용이 비싸
기도 하였지만 다음날의 산행기점 접근 시간을 고려하여 이리재 아래의 수성리 폐교운
동장에서 모처럼 야영을 하기로 하였다. 하지만 출장 귀가길에 바로 산행에 합류한 대
장(환상)의 야영장비가 준비되지 않아 조금은 걱정이다.

설 명절 연휴를 바로 앞둔 날이었지만 의외로 고속도로는 잘 뚫려있어 전혀 막히지 않
는다. 경주에서 병천,용면,청류아우와 합류하여 마당이 너르고 시설이 잘 되어있는 칼
국수집 '문무대'에서 간단한 저녁을 마치고 경주를 출발, 68번 지방도를 타고 안강에
들런 다음, 28번 국도로 영천으로 진입한후 임고면으로 방향을 틀어 임고서원 입구 바
로 지난 뒤 우측 좁은 길로 방향을 틀어 이리재쪽으로 접근한다. 지난 구간 산행을 마
치고 내려올 때는 도로가 잘 나있는 듯 했으나 생각보다 노폭이 좁은 길이다.

임고서원 입구 뒤, 갈림길을 지난 후부터 우리는 늦은 밤, 숨죽인듯 조용히 펼쳐져 있
는 마을들의 모습에 눈을 떼지 않는다. 그러던 중, '어! 저기 있다!'며 입을 모아 소
리친다. 마을회관 비슷한 건물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청송군의 부남면 이현마을 마
을회관에서의 즐거운 추억을 간직하고 있던 터라 다시 한번 그런 상황을 기대하고 있
었던 것이다. 차에서 내려 살펴보니 불꺼진 건물은 노인회관이고, 좌측 한켠에는 불이
켜져 있는데 매점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중년의 남자분이 나온다. 처음에는 등산복
차림을 하고있는 한밤중의 방문자들을 경계하는 모습이 역력했으나 우리의 사정 이야
기를 듣고는 이내 반색을 하며 노인회관의 사용을 허락한다. 주창범(50)이라는 이 분
은 뜻밖에도 부산 영도가 고향이라고 하며, 효리 청년회 총무이고 노인회관의 관리를
맡으면서 매점을 운영하고 있다한다.

영천군 임고면 효리의 노인회관에는 주방시설이 갖추어져 있고, 마루와 할머니방 할아
버지방 2개가 있는데, 역시 할아버지들의 전용방은 담배냄새에 푹 절어있다. 하지만
텁텁한 그 냄새가 무슨 문제이랴. 마치 손님이라도 맞이한듯 부산하게 움직이던 주창
범씨는 방에 보일러도 틀어준다. 이제 24:00시 취침시간까지의 즐거운 시간만이 남았
다. 찌게거리를 만들어 안주를 준비하고 마루에 모여앉아 주창범씨에게도 같이 자리할
것을 권하니 흔쾌히 어울린다. 강건한 인상의 그는 선원생활과 해군 장기사관으로 군
복무를 마친 후, 부산에서 사업을 하다가 도시생활에 회의를 갖고는 모든 것을 정리하
고, 화물탑차를 개조하여 가족을 실은 채 전국을 다니다가 이곳에 들어와 살게 되었다
고 한다. 영천이 가장 마음에 드는 곳이라 정착하려 했지만 전통적으로 보수적인 이
곳 농촌마을에 적응하느라 처음에는 애를 먹었다고 한다.

냉장고에 있던 가자미 식혜, 손두부, 김치까지 꺼내어 한참동안 자리를 같이하다가,대
구에서 일을 마치고 귀가하는 부인이 들어오자 그 이는 방으로 들어간다. 그런데 갑자
기 청류가 일어서며 꾸벅 절을 하며 한마디 건넨다. '선배님 진작 인사드리지 못해 죄
송합니다. 저도 해ㅇ고 출신입니다.' 아까 이야기중에 학교이야기가 나왔었는데 그 때
청류는 차마 인사드리지 못했다가 그게 마음이 걸렸던지 결국 인사를 한 것이다. 대략
9년 선후배사이가 될것 같다. 언제든지 놀러 오라는 이야기를 끝으로 주창범씨는 방으
로 들어가고 우리도 내일의 만만찮은 산행시간에 대비 일찍 잠자리에 든다. 병천,청류
와 나는 차가운 할아버지방에서 잠을 잤는데 뜨뜻한 할머니방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는
지 아침에 표정들이 시큰둥하다.'천둥소리가 하도 심해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나 어쨌
다나...' 아침에 마루에 나와 자고있던 몇몇의 볼멘소리들이다.

다. 천연덕스런 물길과 마루금길...

05:30 현을의 깨우는 소리에 일어났으나 이미 4시경부터 잠은 깨어 있었고 예민한
병천도 몇번 방을 들락거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머리는 아주 맑다. 약 10시간정도를
걸어야하는 구간이다보니 조금 이른 시각의 기상이다. 아침을 간단히 챙겨먹고는 산행
기점인 이리재로 향한다. 영하권을 밑돌 것이라는 예보와는 달리 날씨가 포근한 편이
다. 너르고 아름다운 저수지인 당곡지를 지나면서 무심코 전방의 차창 밖을 내다보는
순간, 여명의 어스럼한 공간에 약간 노란 빛을 띤 그믐달이 시야에 들어온다. 참으로
처연하고도 아름다운 풍경이다.

이리재로 접근하는 도로 주변으로는 대구-포항간 고속도로공사가 한창 진행중에 있었
고, 당초 야영을 하기로 계획한 도로 우측에 있어야할 수성리의 금대초등교 수성분교
는 찾을 수가 없다.

06:50 이리재 도착
06:59 기계면쪽으로 조금 넘어선 절개지 우측 사면으로 산길이 열려있다. 아직 어둠이
완전히 가시지는 않았으나 산길을 걷기에는 별 무리가 없다. 숲은 참나무가 주종을 이
루고 소나무와 물박달나무가 가끔씩 보인다. 산길을 오르자 우측,내륙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맵다. 오솔길같은 완만한 사면을 오르자 좌측 전방으로 우뚝 솟아있는 봉우리
가 보이는데, 마루금길이 우측 곁을 스치며 지나가는 614.9봉이다.이 봉우리에서 동쪽
으로 뻗어가는 지능선이 봉좌산,어래산으로 연결되며 포항과 경주의 경계를 이루게 된
다. 능선을 오르다 뒤돌아보니 산자락 아래로 대구-포항간 고속도로가 지나가는,거의
완공된 모습의 기계터널이 보인다. 가파른 사면을 오른다. 산자락 좌우측 아래의 분지
에 펼쳐져있는 포항 기계면과 영천 임고면의 모습이 서로 엇비슷하다는 느낌이 든다.

07:36 614.9봉을 올라 봉좌산으로 연결되는 능선옆에서 휴식을 취한다. 이 봉우리를
중심으로한 능선을 따라 포항,경주,영천의 경북 3개 시가 갈라진다. 이름하여 천년고
도 경주시에 첫 발을 들여놓게 되는 것이다. 경주!! 무슨 말이 더 필요하랴...
마루금을 맞이하는 경주의 첫 마을은 안강읍이다. 안강(安康), 얼마나 살기가 편하길
레 편안함을 뜻하는 말이 두번이나 들어가 있을까?

동남 방향의 589봉과 그 뒤쪽 멀리서 큰 마루금을 이루고 있는 도덕.자옥산, 그리고
우리가 지나온 서북방향의 운주산군과 서쪽의 영천호를 조망하며 시간을 보내는데,
한참을 기다려도 후미로 올라오던 산유화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올라온 능선을 내
려 서며 불러보아도 대답이 없다. 현을이 곧장 지나간 것 같다 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조금 있으니 휴대폰으로 연락이 온다. 마루금길에 약간 비켜서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우리를 보지 못하고 지나쳤다 한다. 선두가 계속 보이지 않자 너무 뒤쳐졌는가 싶어
엄청 빨리 달렸다고 한다. 대기하라고 이야기하고는 오름길 우측으로 바로 넘어가는
마루금길로 내려선다. 급사면의 내리막길로 이어진다.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가 있었는
데 날씨는 약간 흐린 편이다.

08:08 완만한 경사의 밋밋하고 둥그스런 541.8봉을 통과한다. 산길은 오솔길처럼 편하
고 잘 나있다. 기다리고 있던 산유화와 합류했다는 병천의 연락을 받는다. 왼쪽 저 먼
산자락 사이로 안강읍의 저수지가 얼핏 보인다. 다시 평평한 봉우리를 지나자 길 좌측
으로 무덤이 나오고 전방으로 산자락을 에돌며 지나가는 임도가 보인다.지도에는 없는
길이다. 시간이 지나며 의외로 하늘이 푸른색으로 환하게 열린다.

08:27 올망졸망한 봉우리를 두어번 지날 즈음 오른쪽 영천쪽으로 내려서는 산길소로
를 지난다. 아침에 깨어나는 우리의 산자락은 졸리운듯 평화롭다. 산으로 둘러싸여 있
는 안강쪽의 하늘은 무심한듯 개스에 젖어있고 그 뿌연 공간사이로 낮은 울림이 있었다.

'서둘지 마시게. 나그네들이여...'

마루금길은 영천시의 임고면과 고경면 사이에 있는 천장산(694.8M)을 우측 전방에 두
고 진행된다. 낮고 평평한 봉우리를 두개 지나면 아까부터 시야에 들어오던 임도에 닿
는다. 안강 옥산리와 영천 임고면 수성리로 연결되는 듯한 이 임도는 어느 지도에도
나와 있지 않는 것으로 보아 최근에 공사가 이루어진 듯한데 두 마을이 연결되었는지
는 알 수가 없다. 임도에서 휴식 08:39

진행방향의 우측 산자락 아래 임고면 수성리의 구릉지대에는 나무를 모두 베어내어 산
자락이 허옇게 드러나 있다. 쉬고 있는 사이 바람이 몹씨 세차게 분다. 08:48 출발.
임도 오른쪽으로 조금 진행하면 다시 마루금으로 이어지는 길이 나온다. 능선턱을 올
라서면 천장산으로 이어지는 지능선 갈림길 봉우리를 좌측으로 트래버스하여 통과하게
되는데, 이 우측으로 흐르는 능선이 영천시의 임고면과 고경면의 경계가 된다. 08:59

09:08 작은 봉우리 지나 삼각점(1978.7월 건설부.방위각 26도차이))이 있는 570.7봉에
도착한다. 봉우리라고 하기에는 의외로 밋밋하다. 마루금의 우측으로 오룡리의 작은
저수지(질밭못)가 눈에 들어온다. 이 작은 저수지로 들어오는 물길들이 낙동마루금으
로 하여금 전방의 높고 의젓한 도덕.자옥산 능선을 버리고 곧 나오는 배티재에서 산길
을 내려서게하는 원인이 되는 물길이다. 이 물길들은 도덕.자옥산 능선과 그 맞은 편
의 삼성산 사이의 좁은 골짜기 사이에 있는 성산 저수지로 흘러, 동해로 빠지는 형산
강의 상류를 이루는 물길들이기 때문이다. 경주와 영천의 경계도 도덕.자옥산능선으로
해서 삼성산으로 빙 둘러 이어지지지만, 낙동마루금길은 마치 고집 센 물길에 의해서
슬그머니 길을 비켜가듯 큰 산을 앞에 두고 내려서게 된다. 사실 앞서 지나간 정맥팀
들의기록과 매달려져있는 시그날이 아니라면 많은 팀들이 마루금답사에 실패할 가능성
이 있는 곳이다.

09:22 도덕산 전위봉 직전의 배티재에 도착한다. 이곳에는 시그날이 아주 많이 달려져
있다. 전방으로 이어지는 도덕산 능선으로의 길을 버리고 우측 내리막길로 내려선다.
급경사 길이고 잔돌과 낙엽때문에 매우 미끄러운 길이라 조심스럽게 내려선다.약 10여
분 내려서면 좌우측의 너덜지역이 보인다. 조금전 배티재를 내려서면서 낙동마루금길
은 경주를 잠깐 비켜서서 삼성산 능선을 만날 때까지 영천 고경면의 오룡리와 삼포리
사이길을 지나게 된다. 급경사 비탈길을 내려서면 좌측에 훼손이 심한 무덤이 나오고
솔가리가 많이 깔려 있는 짙은 소나무숲길로 바뀐다. 여기서도 소나무의 잔가지들이
많이 떨어져 있다.

나이어린 낙엽송이 군락을 이루는 훤한 숲을 지나 다시 소나무숲이 이어질 즈음 정맥
길은 우측 양지바른 무덤쪽으로 돌며 이어진다. 무덤은 최근에 조성된 듯하며 잘 가꾸
어져 있는데 孺人 경주 이씨 묘다. '어! 우리 할머니 묘네!' 경주 이씨라며 산유화가
한마디 한다. 고모할머니라면 말이 되긴 되겠다. 이곳 무덤들의 주인은 경주 이씨가
많았다. 간식을 먹으며 휴식을 취하자 따뜻한 잔디밭에 누워 한숨 푹 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09:47

10:01 출발. 삼성산 자락이 길게 이어지며 병풍처럼 우뚝 서 있는 모습이 전방에 보인
다. 578고지의 그 산이 어찌 그리도 위압스레 보이는지...마루금길은 오룡리 미룡마을
로 내려 서면서 거의 하산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 좌측으로 마을의 계단식 논이 보이
고 무덤들이 많다. 11시 방향으로 너른 성산저수지가 얼핏 보인다. 낮은 구릉지대를
지나 마을옆의 밭 우측 가장자리를 통과한다. 우측의 천장산 자락 아래 삼포리 윗수홍
의 마을에 있는 집들의 모습이 깨끗하다. 좌측 오룡리 미룡마을의 집들은 오래 된 듯
하나 기와집이 많고 잘 지은 사당인듯한 곳도 보인다. 산으로 둘러 싸인 분지안에 들
어서 있는 이 마을은 왠지 푸근한 느낌이 든다.

10:11 너른 길을 내려서면 산불감시초소를 지나 도로가 지나는 오룡리 오룡고개에 도
착한다. 오룡고개로는 28번 국도에서 영천 고경면 석계리와 경주 안강 하곡리를 연결
하는 2차선 포장도로가 나있는데, 차가 지나가는 모습을 거의 볼 수가 없는 참으로 한
적한 도로이다. 도로를 건너 무덤이 있는 산사면의 너른 공터를 지나면 키낮은 소나무
가 몸을 잡아당기는 좁은 산길로 들어서게 된다. 산길은 우측으로 빙 두르며 진행되는
듯하다. 뒤돌아보니 도덕산과 안부를 통해 이어지는 자옥산의 마루금이 길게 뻗어져
있다.

10:26 삼각점이 있는 368.4봉 통과한다.(1982. 기계 470 복구) 높낮이의 고저가 거의
없이 가로로 길게 드리우며 서 있는 삼성산능선이 바로 눈앞에 보인다. 407봉인듯한
봉우리를 지나 경주 이씨 무덤을 통과하면 아주 크고 오래된 묘를 만난다. 비석의 내
용을 모두 판독하기는 어려웠으나 '참판','김해 김공'이라는 각자(刻字)는 확인할 수
있었다. 무덤을 지나면 바로 앞의 삼성산자락으로 올라가야할 길이 아득함에도 마루금
길은 잘록이를 향해 속절없이 고도를 계속 내린다.

10:46 안부도착. 좌우로 소로가 열려있는, 즉 4거리인데 좌.우길로는 오룡리와 삼포리
로 연결되고, 정면 소나무숲길을 들어서면서 처음부터 급경사 오르막으로 이어진다.
나무가 서로 부딪히며 끼익끼익 이상한 소리를 내며 운다. 곧장 치고 오르던 길이 우
측으로 비스듬히 돌아가며 오른다. 삼성산 능선 오른쪽 끝자락으로 정맥길이 연결되는
데 우측의 급사면길을 가로지르며 나있는 산길은 아주 좁다. 조심스레 한발 한발 옮긴
끝에 능선마루에 도착한다. 11:08

11:13 삼성산으로 이어지는 이 능선으로 낙동마루금이 다시 경주와 영천의 경계를 이
룬다. 평평한 능선길 우측으로 진행하다 다시 좌측으로 방향을 틀면 잘 손질된 무덤에
도착한다. 무덤(통정대부 월성 이공지묘) 앞에는 삼각점(1978년 8월 건설부 설치)이
있고, 비석에는 삼성산 금광봉(金鑛峰)이라는 봉우리명이 새겨져 있다. 이 삼각점의
방위는 東으로 약 40도 정도 치우쳐져 있다. 무덤 앞의 양지바른 사면에서 휴식을 취
한다.

11:30 출발. 잠깐 동안 급경사의 내리막이 이어진다. 우측 3시방향 저 멀리로 산자락
을 엄청나게 파헤친 곳이 보이는데 아마 골재채취장인 듯하다. 훼손된 무덤 1기를 지
나면 길은 평탄하게 이어진다. 이 때 오늘 답사산행에 참여하지 못한 귀선누님으로부
터 대원들의 안부를 묻는 전화가 온다. 같이 걷지 못함이 아쉽다. 평탄하던 산길은 마
루금을 우측에 두고 약간 좌측으로 비켜 서면서 급사면을 가로지르는 좁은 길로 이어
진다. 급사면 아래로는 낙동마루금과 삼성산 자락이 일구어 놓은 골짜기가 좁고 깊게
들어와 있다. 솔가리가 많이 깔린 산길 좌우로는 키낮은 소나무와 철쭉이 많다.

11:51 소나무에 둘러쌓인 평평한 봉우리를 통과하자 한동안 잠잠하던 바람이 큰 울음
소리를 내며 몹씨 분다. 얼었던 땅이 녹아 폭신폭신한 산길은 아주 부드럽다. 다시 낮
고 평평한 봉우리 통과하는데 좌측으로 무덤 1기가 자리하고 있다. 소나무숲이 한동안
이어지는 길은 다소 좁긴하나 잘 나있다. 이 곳 낙동마루금상에도 자주 만날 수 있었
지만 주위 가지능선의 봉우리마다 예외없이 잘 조성된 무덤이 들어서 있는데, 특히 우
측의 석계리 쪽에는 높은 봉우리에도 묘지가 있다. 진행하다 서서 뒤를 돌아보니 처음
올랐던 이리재 위의 619.4봉이 아득히 먼거리에서 작별인사라도 하는 듯 지켜보며 서
있다.

12:07 우측으로 영천의 고경면 석계리로 빠지는 산길소로를 지나 잠시 진행하니 좌측
깊은 계곡 사이에 들어앉아 있는 짙푸른 색의 저수지가 보인다. 금동지다. 그리 큰 못
은 아니지만 계곡사이에 있는 모습이 왠만한 전설 하나 정도는 간직하고 있을 것 같
다. 우측으로는 시야가 트이며 영천 고경면 석계리, 삼산리의 너른 땅들이 보인다.
푸른색의 지붕을 이고 있는 공장들이 많은 곳이다. 363봉인듯한 둥근 봉우리와 무덤을
지나면 우측으로 도로가 지나가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오고, 잡목더미등이 너절하게 깔
린 길을 진행하면 시티재 바로 위의 349.8봉에 도착한다. 12:16

349.8봉은 1/25000 지도에는 383.8봉으로 표시되어 있다. 너른 터의 무덤앞에 삼각점
이 있다.(경주 415. 1982). 전방의 시티재 지난 마루금길 우측자락으로 산자락을 엄청
나게 파헤친 공사가 있었는데 공원묘지가 들어선 것 같다. 무덤 좌측으로 난 길로 내
려선다. 휴게소가 빤히 내려다 보이는 내리막길은 낮은 키 나무가 포진되어 있고, 사
람의 손길이 많이 닿다보니 통신시설을 하다 버린 쓰레기등이 너저분하게 흩어져있고
잔돌이 많다. 시원하게 뚫린 고속화국도(28번도로)로 차량들이 쏜살같이 달리고 있다.

12:29 무덤이 많은 곳을 통과하여 28번 국도가 지나가며, 안강휴게소가 있는 시티재에
드디어 도착한다. 마루금 진행방향으로 안강휴게소의 변전시설이 있는 좌측으로 내려
왔는데 고개의 이어지는 모습으로 보아서는 삼각점있는 무덤에서 우측으로 내려서야
제대로 길이 연결될 듯하다. 먼저 도착한 선발대가 휴게소의 빈 공간에서 취사준비를
하고 있다. 바닥이 다소 지저분하긴 하였지만 바람을 막고 취사하기에는 좋은 곳이다.
싸락눈이 약간 흩날린다. 영목의 차량으로 이동해온 먹다 남은 밥과 국, 오뎅, 생우동
등으로 점심을 먹는데 양이 너무 많다.

안강휴게소는 국도상의 휴게소치고는 규모가 꽤 크다. 시티재란 이름은 식량과 상품을
운반하는 소와 말의 등에 실린 실린 '시티말이'라는 말에서 그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하는데 시티말이가 무엇인지는 모르겠다. 커피 한잔을 마시며 휴식을 취한 후, 이제
후반 라운드로 들어간다. 남은 거리는 도상거리로 8.8KM. 아직도 만만치 않은 거리가
남아 있다.

13:32 출발. 휴게소의 영천쪽 방향 끝 지점으로 능선이 흐르며 길이 이어지는 듯하다.
역시 그 쪽으로도 시그널이 많이 달려있다.시티재에서는 오르막 3차선, 내리막 2차선
왕복 5차선의 고속화 국도를 횡단하여야 한다. 차들이 사정없이 쌩쌩 달린다. 차량
운행에 주의하며 눈치껏 도로를 통과, 도로옆의 절개지 시멘트 턱을 넘는다. 완만한
오름길이 이어지는 이곳에는 뜻밖에 키 큰 소나무 군락지가 있다. 솔가리가 많이 깔려
있고 역시 작은 가지들이 잘려져 있다. 무덤을 통과하면 능선의 너르고 평평한 길이
나온다. 봉긋한 봉우리를 지나면 SK.KT의 이동통신중계탑과 그 관리사가 나오는데
마루금길은 철망담의 좌측으로 나있다.

마루금 좌측의 저 멀리로 안강읍의 너른 평야지대와 아파트숲이 보인다. 낙동마루금
산자락 아래로 점점 크고 다양하게 사람들이 살아가는 흔적들을 만나게 된다.떡갈나무
잎이 미끄러운 완만한 경사를 올라 훤하고 너른 길을 진행하면 나무로 푯말을 세운
호국봉(340M)이 나온다. 지형도상에는 봉우리의 이름이 없는데 영천호국원에서 설치하
였다는 내용이 글이 적혀있다. 오랜만에 정맥길 좌우로 시야가 트이며 아름다운 풍경
이 펼쳐진다. 좌측으로는 멀리로 하곡지가, 우측으로는 고경저수지가 길게 드리워져
하늘을 그대로 닮아있다. 하지만 우측 산자락 바로 아래로 공동묘지를 조성하느라 파
괴되어 버린 숲의 모습은 그런 고양된 마음을 싹 앗아가버린다.

14:06 훼손된 무덤을 몇 기 지나면 돌탑이 쌓여있는 389봉에 도착, 이곳에서 휴식을
취하기로 한다. 좌측 전방 11시 방향에 있는 산자락이 골재채취장인지 엄청 파헤쳐져
있다. 우측의 고경저수지는 낙동마루금의 산자락 아래로 아주 길게 드리워져 있는데,
이 저수지의 물은 남쪽에서 북쪽으로 흘러 금호강으로 유입된다.

14:18 출발. 바람이 점점 차가워진다. 방위각 170도 방향의 까마득한 곳에 어림산이
높이 솟아있다. 불과 510.4M 고도의 산이지만 그렇게 당당하고 높아 보일 수가 없다.
봉긋한 봉우리를 지나 안부로 내려설 즈음, 바로 옆에서 따라오는 고경저수지의 수면
위로 잔잔한 물결이 인다. 좌측 맞은편에 있는 산자락은 가까이 다가 갈수록 파헤쳐진
모습이 더욱 참혹하다. 갑자기 '도륙(屠戮)'이란 단어가 머리에 떠 오른다. 참나무숲
속 너른 길을 걸어 봉우리를 하나 더 지나면 살짝 우측으로 방향을 튼다. 낮은 구릉지
대이긴하지만 좌측은 깊은 골짜기가 들어와 있고, 우측으로는 고경저수지와 그 뒤쪽의
마을들이 계속 따라온다.

14:47 낡은 철조망이 마루금길에 나타난다. 정맥길은 철조망 좌측으로 이어지는데 가
끔씩 오래되어 삐져 나온 철조망도 있어 야간 산행시는 주의를 기울여야겠다. 잠시 진
행하니 안부가 나오고 좌측으로는 이곳으로 올라오는 임도가 나있다. 경주경찰서장 명
의의 녹슨 경고판이 서 있는데, 대원들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사격장이 아닐까하는 것
이다. 안부를 지나 철쭉사이의 좁은 길을 오르면 스텐으로 만든 참호처럼 생긴 화장실
이 나오고 능선턱을 오르면 깃대가 보인다. 오른쪽으로 계속 철조망은 이어진다. 땅이
녹아 질퍽한 곳을 지날 때 잠시 철조망이 사라진 듯하더니 다시 나타난다. 여기서부터
길 운행에 주의해야 한다. 조금 진행하면 철조망이 우측으로 꺾이는 지점이 나오는데
정맥길은 이곳에서 철조망을 따라 내려서야 한다. 계속 직진하는 곳으로도 능선이 연
결되고 길도 좋으니 주의를 기울여야할 곳이다.

15:00 철조망이 오른쪽으로 휘는 곳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선두를 만나는데, 바로
앞에서 운행하던 현을과 산유화가 없다.그대로 직진을 한 모양이다. 큰 소리로 부르
니 되돌아 온다. 직진하는 산자락과 낙동마루금 사이의 물길은 안강 강교리로 흐르는
듯한데 낮은 구릉지대의 물줄기를 파악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간식을 먹으며
휴식을 취한다.

15:10 출발. 키낮은 나무들이 배낭끈을 잡아당기기 시작하고, 철망이 사라지자 고경저
수지도 어느듯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잡아당기는 나무들과 다투는 사이 가시나무의
가시가 장갑을 끼지 않은 손등에 깊은 줄을 새겨버린다. 사람의 몸이라는게 참으로 약
하기 그지없다. 훼손된 참봉 경주 이씨 묘를 지나는 사이, 문득 기지개를 켜고 있는
산의 모습을 느끼게 된다. 나무들에 움이 트는 모습이 그제서야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 겨울 정맥길 답사는 눈다운 눈과 추위다운 추위를 느껴보지도 못하고
지나버리고 만 것같다. 아뭏든 새생명이 꿈틀대는 숲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은 비록 치
열하고 잔인한 4월을 준비하고 또 겪어야겠지만 역동적이어서 좋다. 어려움이야 어디
숲만이 겪는 일은 아니지 않는가....

15:34 정맥길 우측으로도 지능선이 흘러 이제 마루금길 좌우측 모두가 꽉 막혀있다.
230고도의 봉우리를 통과하며 우측으로 방향을 튼다. 마루금길 좌우로 나무들을 간벌
하여 놓았다. 숲이 훤하고 걸리지 않아 걷기엔 수월했지만 얼마전 읽었던 나무와 숲
을 사랑하던 시인의 시가 생각나 옮겨본다.

*** 가지를 쳐낸 떡갈나무 ***

나무야, 어떻게 사람들이 너를 잘랐느냐
너는 어찌 그리도 낯설고 기이하게 서 있느냐!
네 안에 반항과 의지가 모두 사라질 때까지
어떻게 너는 백 번이나 참아냈느냐!

나는 너와 같으니, 잘리우고
고통당한 삶으로 나는 쓰러지지 않고
매일 견뎌낸 잔혹함을 털어버리며
새로이 이마를 빛으로 적신다.

내 안의 부드럽고 섬세하던 것들은
세상의 경멸로 죽어갔다.
그러나 내 존재는 파괴될 수 없다.
나는 만족하고 나는 화해했다.

백 번 찢기운 가지로부터
참을성 있게 새 잎들을 피워내고
모든 아픔에 대항하며 나는 사랑에 빠져
이 돌아버린 세상에 남는다.

(헤르만 헤세/송지연 옮김)

온갖 학대와 어려움을 극복하고 싹을 피우는 나무에게 경의를 표한다. 나무는 인간을
위해 있는 대상이 아니라 스스로 훌륭한 자연의 개체이다.

그사이 어림산이 많이 가까워져 있다. 진행방향 왼쪽 9시 방향으로 산자락 깊숙이 자
리하고 있는 안강읍 강교리의 마을들이 보이는데 산으로 빙 둘러싸여 있고 아주 평화
스럽게 보인다. 그리고 그 먼 뒤쪽의 능선으로 무릉산의 통신시설이 보인다. 260고도
의 너르고 평평한 마루금길을 지나 훼손된 무덤이 있는 곳에서 내리막길로 이어진다.

15:44 야수골 안부에 도착. 좌우로 길이 나있는데 좌측 안강쪽으로는 길이 잘 나있고,
우측 영천쪽으로는 길이 크게 패여있다. 절개지 사면 오르막길을 올라 240고지의 봉우
리를 통과한 후, 우측방향으로 내려선다. 이제 조그만 오름길이 있어도 힘이 들기 시
작한다. 둥근 봉우리를 지나니 정면 가까이 철탑과 어림산의 전위봉이 보인다. 308고
지를 통과하고 5분여 진행하다 휴식을 취한다. 16:10

16:18 출발. 소나무,참나무,철쭉이 어우러진 좁은 숲길을 진행하기가 그리 수월치 않
다. 안부를 지나면 조금전 좌측의 지능선에 가려져 보이지 않던 대곡지가 좌측 산자
락아래로 나타나며, 좁은 도로가 고개쪽으로 이어지는 모습이 보인다. 어림산에서 금
곡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경계로 경주의 안강읍과 현곡면이 자리잡고 있는데, 이 고
개를 지나면 현곡면의 내태리이다. 안부 우측으로 영천의 논슬리로 내려가는 길이 나
있다. 갑자기 산길이 엄청 넓어진다. 철탑공사를 하느라 길을 내었기 때문인듯하다.
우측 논슬리의 조그만 못이 앙증스럽다. 이번 구간의 마루금 좌우자락으로는 참으로
못이 많은데 그만큼 농사가 활발히 이루어지는 곳이라는 이야기이리라. 엄청나게 큰
철탑을 통과한다(NO.195). 16:30

철탑을 지나면 너른 길이 진행방향의 좌측(동쪽)으로 방향을 틀며 신작로처럼 잘 나
있다. 철탑을 지난 능선턱에서 우측 논슬리로 내려서는 꽤 큰 길이 보인다. 산길은
또 다른 철탑쪽으로 잘 나있으나 마루금길은 우측 봉우리쪽으로 방향을 틀어 어림산
으로 올라서야 한다. 16:41

마지막 어림산 오름길... 그런대로 잘 진행되던 걸음이 갑자기 힘들어진다. 낮게 드리
워진 하늘이 괜히 짜증나고, 그 잿빛 사이에서 줏대없이 벌건 기운만 내는 서쪽 하늘
의 해도 반갑지가 않다. 약 10여분 힘든 발길을 옮겨 능선턱을 통과한다. 그리고는 스
스로를 책망한다. '이 도둑놈 심보의 간사한 인간아!' 늘 체력을 유지하여야한다는 생
각을 하면서도 몸을 함부로 하는 네가 잘 못이지 하늘과 산이 뭐 잘못한게 있다고 그러
느냐!'

갑자기 시장기가 느껴져 배낭을 내려 쵸콜릿을 입에 넣고는 마지막 호흡을 가다듬는다.

17:05 어림산(御臨山)도착(510.4M). 정확하게는 알 수 없으나 조선조에 왕이 올랐다고
해서 이 이름이 붙여졌다하는데, 智異의 왕등재와 가락국이라는 이름이 새삼스럽다.
이곳에는 삼각점이 있다. 먼저 올라 쉬고있던 청류아우가 '형님! 오랜만입니다!'라며
인사를 한다. 처음 참여한 비교적 힘든 산행을 잘 소화하였다. 잠시 휴식 후 출발.
정상에서 10여분 진행하면 무덤을 지나고, 잘 나있는 산길을 진행하면 이내 내리막길
로 이어진다. 우측으로 도로가 올라오는 모습이 보인다. 영천 고경면의 황수탕쪽에서
남사고개(마치재)로 올라오는 길이다.

내리막 너덜길로 내려선다. 무덤 좌측 사면으로 방화선 임도인듯한 도로가 지나가고
그 아래로 너른 저수지도 보인다. 10시방향 먼 곳으로 경주시내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
온다.

17:30 약 490고지의 봉우리를 통과하면 좌측으로도 남사고개로 올라오는 도로가 보이
고, 그 쪽의 마을은 경주 현곡면 남사리이다. 낮은 키의 참나무숲은 낙엽을 엄청 쏟아
부어 놓았고, 배낭도 자주 걸려 진행이 수월치는 않다. 하지만 오늘 구간이 끝나가는
내리막길이라 그런지 그리 힘들지는 않다. 차소리가 자주 들리더니 드디어 고개가 나
온다. 고개 건너 정면에 보이는 산자락은 산불이 났었는지 얼룩말의 줄처럼 검은 줄이
산자락에 온통 그어져 있다.

17:45 남사고개(마치재)도착./산행종료. 영천 고경면과 경주 현곡면의 이정표가 서있
는 이 고개로는 927번 지방도가 나있는데 생각보다는 차량통행량이 많다. 맞은 편의
억새밭 사이로 다음 구간이 이어지는 길이 보인다. 남사리쪽으로 차량운행을 하여 경
주시내로 들어선 뒤(18:10), 병천의 차를 주차하여 둔 '문무대'에서 간단한 저녁과
뒤풀이를 하고 16구간의 답사를 마친다.


라. 16구간을 마치며.

이번 구간의 마루금길은 갈림길에 주의해야 할 곳이 비교적 많은 곳이다.
* 이리재에서 오르는 614.9봉에서는 봉좌산으로 이어지는 좌측 능선을 따라서는 안되
며 바로 능선을 넘어가야 하고,
* 도덕산 못 미친 배티재에서 오룡리로의 하산하는 듯한 진행,
* 시티재 지나 고경저수지옆 사격장인 듯한 곳의 철조망이 꺾이는 곳에서의 마루금길
진행에는 아주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번 구간을 마친 뒤, 나,산유화,청류는 설 연휴를 이용, 지리답사에 들어가기로 계획
을 잡았는데 두 아우는 연휴 마지막날까지 지리자락에 있을 예정이고, 나는 차례를 지
내기 위해 설 전날까지 귀가하여야 한다. 그 먼거리를 당일 산행을 위해 이동하기에는
부담스러웠으나 지리산에 빠져 들어가는 아우들의 길잡이나 하고, 치밭목에 계실
이광전선생님께 새해인사라도 드릴 겸 대원사위 새재마을로 향한다.


(기록/정리 두류/조용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