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금 답사일지/낙 동 정 맥

낙동정맥 구간종주 제13구간 답사보고

지리산 마실 2005. 12. 23. 08:33
마루금답사모임 뫼벗 낙동정맥 구간종주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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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구간명 : 제 13구간(질고개 - 성법령)(도상거리 약 17.9Km)

(코스) : 질고개-(1.0km)-580.1봉-(2.2km)-665봉-(2.5km)-785봉-(2.6Km)
-간장현-(1.7km)-통점재-(1.6km)-776.1봉-(1.3km)-744.6봉-
(1.1Km)-가사령-(0.7km)-599.6봉-(1.5Km)-630.5봉-(1.2Km)-
709.1봉-(0.5Km)-성법령(921번 도로)

2. 일 시 : 2001. 12. 8(토)- 12. 9(일)
3. 소재지 : 경상북도 청송군 부동면.부남면, 포항시 죽장면
4. 날 씨 : 맑음
5. 참가자 : 이귀선,조용섭,장병천,이용면,이영숙,김현을,
박신희 이상 7명
6. 산행형태: 야영/워킹 종주산행
7. 도엽명 : 1/50000 : 청송(NJ52-14-20), 기계(杞溪)(NJ52-14-27)
8. 교통편 : 대절승합차.
9. 운행시간표(후미기준)

- 12. 8(토) 17:30 부산 출발
21:00 청송군 이현리 이현(泥峴)마을 도착
22:00 석식
24:00 취침

- 12. 9(일) 05:00 기상/조식
07:00 질고개로 차량이동
07:10 산행시작
07:21 산불감시초소
07:40 휴식
07:46 출발
07:50 580.1봉
08:03 무덤/휴식
08:08 출발
08:26 665봉
08:41 안부
08:59 무덤/휴식
09:16 출발
09:42 730.4봉/헬기장/통과
09:55 785봉/통과
10:03 805.5봉/헬기장/봉우리 아래 휴식
10:17 출발
10:52 간장현
11:07 약 690고지/휴식
11:18 출발
11:34 706.2봉/통과
11:44 통점재/도로/사진촬영
11:48 출발
12:00 600고지 능선/중식/휴식
12:50 출발
13:00 4거리
13:21 776.1봉 갈림길
13:39 무덤/휴식
13:49 출발
14:01 744.6봉 앞 갈림길/좌측(방위각 123도)으로 진행
14:17 임도
14:30 가사령/68.69번 지방도
14:44 599.6봉/휴식
14:58 출발
15:22 630.5봉
15:58 709.1봉/헬기장/휴식
16:13 출발
16:21 성법령/921번 지방도/산행종료


10. 후 기

가. 秘訣의 땅, 포항 竹長面.

지난 12구간, 차량으로 이동하다 만난 화진휴게소에서 작별을 고했듯이 이제
낙동마루금에로의 접근은 동해안을 따라 북상하는 7번국도를 타고 올라가는 것
이 아니라 내륙으로 난 도로를 따라 산행기점으로 접근하게 된다.
이번 구간의 출발점인 청송 부남면 이현리 질고개로의 접근은 안강에서 31번
국도를 타고 청송쪽으로 가다가,부남면 대전리에서 방향을 틀어 용두천가로 난
길을 따라 들어간다. 이 길을 따라 들어가면 화장저수지가 나오고 이내 이현리
에 닿는다. 이현리 이현마을에서 동북방향의 부동면 나리로 이어지는 도로를
약 900미터 올라가면 질고개가 나온다.

질고개는 청송군 부동면 나리와 부남면 이현리사이에 있는 고개이고, 질고개
에서 거의 正東으로 향하는 마루금길을 약 3.6Km 진행하면 만나게되는 3거리
에서 마루금은 남쪽으로 방향을 틀며 드디어 포항땅(죽장면)을 낙동정맥의
산자락으로 받아 들인다. 이 삼거리는 청송의 부동,부남면, 그리고 포항의
죽장면이 만나는 곳인데, 청송군 부남면과 나란히 정맥을 보둠어 안는 포항시
죽장면은 통점재 지난 744.6봉 앞에서 마루금길이 틀어지며,청송군을 남겨두고
홀로 낙동정맥의 마루금을 품게된다. 죽장면의 낙동마루금 동쪽 산자락 맞은편
으로는, 바데산에서 향로봉으로 이어지는 내연산산군이 일어나며 죽장면의 북
단을 영덕과 이어지며 깊숙하게 자리잡게 하였고, 이 양 산자락사이의 물길은
영덕의 유명한 옥계계곡을 지나며 오십천을 거쳐 동해로 흘러 들어간다.

이곳에서는 죽장면의 상옥댐건설이 계획되어 영덕군의 심한 반발이 있고, 댐
건설 반대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예로부터 경주사람들이 경승지를 꼽을 때
남반구 북옥계(南盤龜 北玉溪:울산의 반구대,영일의 옥계)라 할 정도로 아름
다운 이 옥계는 영덕군 달산면의 옥계계곡을 말하는 것이고, 본래 영일군(현
포항시)에 속했다가 교통편의상 영덕군으로 편입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죽장면
상옥리는 신라말기 전란을 피해 숨어들어온 귀족들이 많아 약 1000여호가 모여
살았다고 하며,정감록.성지비결등 비결(秘訣)에서 피란지처(避亂之處)로 손꼽
히는 곳이라 전해진다.

죽장면이 청송군과 이별하고 홀로 낙동마루금길을 품게되면서부터 좌우 산자락
에서 발원하는 물길들은 대체적으로 동북쪽으로는 동해바다로, 서남쪽으로는
가사령에서부터 발원하는 물길을 자하천으로 보내어 영천댐(조양호)을 거쳐
금호강에이른 뒤,낙동강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이곳은 특히 산자분수령(山自
分水領)의 의미를 잘 깨닫게 되는 곳이다.

나. 통점재는 통곡한다.

이번 구간은 지난 12구간 때에, 운행일정을 감안하여 당초 계획보다 운행거리
를 단축하여 산행을 종료한 질고개에서 운행이 시작된다. 질고개 바로 아래에
있는 청송군 부남면 이현리 이현마을의 경로당을 사용할 수 있도록 이미 허락
을 받아 놓았고, 또 산유화는 지난 구간의 보충산행을 잘 마치고 그 곳 반장
님댁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터라 이현마을에서 저녁식사를 하기로 하고 쉬
지않고 차량이동에 들어가는데 도착시간은 오후 9시 전후로 예상된다.

산유화가 구간보충에 들어가기 위하여 영덕군 달산면 봉산리에서 우설령으로
이어지는 산자락사이로 난 가파른 도로를 올라가다가, 그 인적 드문 곳에서
단 한 대 지나가는 차량을 세워 히치에 성공, 우설령 고개까지 이동했다는데
그 차에 타고있던 운전자가 내 중학동기였다니 세상이 참 좁다는 느낌이 든다.
가끔씩 연락을 취하며 지내는 그 친구는 주왕산으로 들어간다며 차를 그리로
몰고 들어갔다고 하는데, 고맙다는 인삿말을 이미 들었겠지만 선뜻 차를 세워
태워준 인정에 고마움의 마음을 전한다.

이현마을에 도착하여 숙소인 경로당으로 들어가니, 기다리고 있던 산유화가
미리 밥을 해놓았고 맛있는 김치까지 한 포기 얻어놓았다. 동네 어른을(김
용길반장님) 만나 인사를 나누고 같이 자리하기를 권하니 어르신네는 별다
른 부담없이 자리에 동석하여 시간을 보내시고, 조금 지나니 경로당이 부산
스러움을 이상하게 여긴 다른 동네분도 오셔서 같이 동석하여 시간을 보내
게 된다.

제법 오랜 시간동안 동네분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으나 무슨 말을 하였
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다만 어른들과 그 오랬동안 이야기를 나
누면서 우리들의 산자락답사에 대한 말씀을 드렸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
해주시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이번 구간에는 산행대장인 환상이 회사일로 참가를 하지 못했다. 현을아우
도 여러사정으로 산행이 힘들겠다하여 긴장한 나는 다른 때와는 달리 인도
어 클라이밍을 열심히 했고, 다른 팀의 산행기도 몇번 읽고 왔으나 이번
구간산행이 걱정스러웠는지 현을아우가 몸상태가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참석을 하게되었다. 산행구간과 접근방식에 대한 몇가지 의견을 나누고는
잠자리에 든다. 23:40

경로당의 큰 방에는 보일러를 틀어놓아 모두 따뜻한 잠자리를 가지게 되었
으나, 나는 오히려 熱氣를 피해 불을 넣지 않은 작은방에서 자기로 한다.

잠들기 전, 잠깐 밖으로 나와서 마을과 하늘을 둘러보는데 대기는 맑고 서늘
하며 별빛도 엄청 밝다.

05:00 기상.
창문틀에 온도계를 놓아 두었는데 -3.0도를 가리키고 있다.

늘 떡국으로 해결해오던 아침 메뉴가 바뀌었다. 오늘 아침 메뉴는 해물잣죽
으로 귀선누님이 준비해 왔는데, 이른 아침 빈 속에 부담도 주지않고 부드러
워 좋았다. 경로당에 줄 약간의 선물(술)을 챙겨 놓아두고는 산행기점인 질고
개로 차량이동을 한다. 차창에는 온통 성에가 끼어있다. 07:00

07:10 하늘은 이미 붉은 기운을 머금고 있다. 질고개에서 산행시작.
도로에서 벗어난 마루금길을 들어서자마자 무덤 2기가 나란히 누워있고 연속
해서 무덤이 나온다. 진행길 우측 너른 비탈길 채소밭에는 지난 번 내린 눈이
녹지않고 소복이 쌓여있다. 마루금길 좌우로도 그리 많은 량은 아니나 눈이
쌓여있는데 정맥길은 누군가가 다녀갔는지 길이 잘 나있다.

07:21 산불감시초소 통과.
오늘은 우리 뫼벗팀의 총무를 맡고 있는 현을아우가 선두를 서서 진행한다.

지난 구간, 불어제끼는 바람에 마치 살아있는 듯 아우성치며 돌아다니던 낙엽
이 갑자기 그 움직임을 뚝 멈추었다.
눈 아래에 가만히 있는 낙엽은, 마치 쌓인 눈의 품에 안겨 빼꼼히 얼굴을 드러
내며 주위를 살피고 있는 모습이다. 바람을 피해 도망쳐 왔는 것일까?

지금 걷고있는 길의 방향은 거의 정동(正東)쪽이다.
마치 떠오르는 해를 영접하듯이 길을 걷게된다. 하지만 우리가 지나가게 될
앞에 서있는 봉우리가 가로막고 있어 떠오르는 해의 모습을 보기는 힘들다.
완만한 사면을 올라 둥그스름한 육산의 봉우리를 지난다.

우리는 그저 세월이 참으로 바삐 지나간다고 이야기들을 자주 한다.
하지만 길을 걸으며 맞이하게 되는 자연은 그렇지 않다. 누가 무어라고 하든
결코 서두름없이 은근하고 끈기있게 슬그머니 조용히 자기들의 갈 길만 갈 뿐
이다. 어느새 내려와 북사면에 쌓여있는 눈을 보며 그런 생각을 갖게된다.
다시 만난 봉긋한 봉우리에서 휴식 07:40

07:46 출발. 보통 50분 걷고 10분 쉬던 운행패턴을 30분 걷고 5분 쉬는 것
으로 변화를 주었다. 추운 날씨에 오래 쉬는 것은 운행에 오히려 방해를
줄 것 같아서이다. 마루금길은 오르내림의 폭이 그리 심하지 않은 육산길로
잘 나있다.

마루금길 좌측(북쪽) 저 멀리로 우리가 지나온 산자락들이 아침햇살에 환하게
드러난다. 갑자기 눈부신듯한 느낌이 들며 머리가 쏴아하며 맑아진다.

건장한 육체미, 강건한 힘줄과 핏줄...
산줄기는 뼈대이다.
산자락은 힘줄이고 근육이다.
골짜기는 핏줄이다.
그리고 그 골짜기 사이로 흐르는 물은 피다.
우리의 산하(山河)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몸이다.

숲이 져버린 겨울산이 저토록 아름답다니...
끝없이 이어 달리며, 산자락을 내린 우리산의 건강한 모습에 나도 모르게
불끈 힘이 솟구친다.

산길을 진행하다 나침반이 없어진 것을 확인하고는 휴식을 취하던 곳으로
되돌아갔다 오는데 약 10분 소요되었다. 다시 평탄한 봉우리를 통과하는데
580.1봉인듯하다. 07:50
무덤을 통과하며 이광전선생님께서 주신 '부산 아시안게임 환영합니다'
시그널을 선두에서 매달아 놓은 것 확인한다. 왼쪽 능선 봉우리를 트래버스
하여 잘 나있는 우측 사면 길로 진행하면 무덤이 또 나온다.
좌측 능선으로 오르는 좁은 길이 나있으나 우리는 그대로 우회하여 진행
한다.

08:17 이제서야 600M대로 고도를 올리는데 길은 꽤 가파르다. 눈이 그리 많이
쌓여있지는 않지만 그 밑에 깔려있는 낙엽더미 때문에 길이 미끄럽다.
능선턱을 오르면 다시 평탄한 길이 나온다.

08:26 665봉 통과.
진행방향의 좌측(북쪽)으로 아득히 서있는 별바위와 왕거암이 뚜렷이 조망
된다.

08:41 봉우리를 트래버스하여 안부에서 휴식을 취하고 출발.
굴참나무와 떡갈나무가 주종을 이룬 너르고 호젓한 나목의 참나무숲은
정갈한 모습이다. 이제부터의 마루금 진행방향은 남쪽으로 방향을 튼다.
지나는 도중 좌측으로 나있는 산길소로가 보인다.

08:59 봉우리통과후 곧 무덤이 나타나는 양지바른 곳에서 휴식을 취하며
간식을 먹는다. 방금 봉우리를 넘어오며 좌측(동북) 저 너머 암봉이 인상
적인 모습으로 여럿 솟아있는 팔각산을 확인하였고, 휴식을 취하는 곳의
정면 동쪽으로는 내연산군의 긴 마루금이 펼쳐진다. 내연산군의 산들은 거
대한 장벽을 드리운 듯 길게 하늘금을 긋고 있다. 09:16 출발

안부로 내려서며 우측으로 뻗어나간 지능선 자락으로는 임도가 길게 이어지
다가 꼭대기까지 나있고, 북사면의 산자락으로는 눈이 제법 많이 쌓여있다.

능선턱을 오르면 마치 공원의 산책로처럼 보이는 평평한 공간이 나오고 그
좌측으로 이어지는 마루금길은 거의 일직선으로 이어지는 평탄한 길로서
걷기가 무척 수월하다.

그 길을 걷던 중, 단단한 서어나무의 가지에 홈을 내어 설치한 올가미를
발견하고 제거를 하는데 어찌나 단단하게 박혔던지 제거시간이 꽤 걸린다.
완만한 길을 걸어 능선턱에 올라 잠시 진행하면 폐쇄된 헬기장을 통과하게
된다. 이 곳이 730.4봉이다. 09:42
헬기장에서 약 10여분 빠른 걸음으로 진행하면 평평한 봉우리의 785봉을
통과한다. 다시 올려다 본 하늘은 말 그대로 스카이블루의 청명한 모습이다.
마루금길은 너른 길로 계속 이어지며 785봉을 내려서면 우측으로 무덤이
바로 나온다.

산길을 걸으며 바뀐 생각들이 있다.

노랑색을 좋아하게 된 것과
'낙엽은 죽은 것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숲의 푸름과 단풍의 현란함은 노랑색으로 인해 더욱 생기돌게 되며,
낙엽은 비록 나무라는 몸에서 떨어져 나왔으되, 사람의 발길, 바람, 눈, 비,
흙에 의해서 끊임없이 움직이며, 자기몸을 바쳐 다른 생명을 잉태하는 원천
이 되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805봉을 앞두고 왠일인지 현을아우가 마루금길을 두고 우측 사면으로 진행을
한다. 진행길의 우측으로도 능선이 연결되는 듯하나 마루금길은 봉우리를 넘
어 곧장 진행하여야 한다.805봉 바로 아래의 오른쪽 사면에서 휴식을 취한다.
10:03

휴식을 취하는 사이, 마루금길 진행방향으로 가보니 너른 산자락으로 무덤이
많이 들어서 있다. 현을이 바로 위의 봉우리로 올라가 헬기장으로 되어있는
805봉임을 확인하고 내려온다.

10:17 휴식 후 출발. 금방 봉우리에서 내려오는 마루금길과 만난다.
우측으로 무덤이 있는 내리막길은 다시 오르막길로 이어지지만 이제 간장현
까지 약 200M 정도의 고도를 낮추며 걷는 길이다. 길은 여전히 잘 나있고
유순한 육산길이다. 약 10분여 진행하면 방위각 약 225도 정도의 남서쪽
방향으로 진행된다.

오른쪽 깊은 산자락안에 갇혀, 조용히 들어앉아 있는 간장저수지의 모습이
보인다. 누군가의 '바닷물이 짜게 된 것은 이 간장저수지 때문인가?'하는
우스개 소리에 모두가 즐겁다. 이 산자락들의 무덤도 아직 모두 하얀 눈을
뒤집어 쓰고 있다. 산자락 좌측에는 저 멀리로 포항시의 최북단에 있는 죽장
면 하옥리의 마을들이 보인다.

갑자기 비명소리와 함께 비상사태 발생!
여기서 우리는 황당하게도 큰소리로 짖어대는 개들을 만난다.
선두에서 진행하던 현을은 늑대를 만난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무심
코 산길을 걷던 우리 일행은 깜짝 놀라며 긴장하는데 이내 그 소리가 잠잠해
진다. 사냥개였다. 4마리가 2사람의 통제하에 조용히 있다. 수렵꾼인지 밀렵
꾼인지 모르지만 2사람의 어깨에는 장총이 매어져 있다. 아까의 올가미와 사
냥꾼... 왠지 꺼림직한 산속에서의 기억들이다.

10:43 마루금 좌측으로 헬기장을 조성하려는 듯 낮은 마루금의 봉우리를 평평
하게 조성해 놓은 공간이 보이고, 좌측으로 난 산길 소로를 통과하면 우측으
로도 같은 공간이 나온다. 여전히 눈은 뽀드득하며 밟힌다.

10:52 간장현(干長峴) 도착
진행길 좌측으로는 포항 죽장면 하옥리 향로봉 아래 향로교쪽으로 내려가는
너른 길이 참호처럼 나있고, 북쪽으로 치우친 우측길로는 청송 부남면 이현리
간장마을로 내려서게 되는데, 어제 하룻밤을 묵었던 이현마을로 연결된다.

마루금길은 모처럼 정면의 가파른 사면으로 이어진다. 약 6분여 동안의 가파른
오름 뒤 완만한 경사로 계속 이어진다.이 때까지의 평평하고 유순하던 육산길
과는 산길의 모습이 다르다. 길도 좁을 뿐 아니라 철쭉등 키낮은 나무도 자주
걸린다. 다시 능선턱을 지난 후, 약 700고지의 봉우리에서 휴식을 취한다.
11:07

11:18 출발
굴곡이 그리 심하지 않은 마루금길을 약 10분여 진행하면 좌측으로 상옥리의
먹방리마을로 내려서는 소로가 나오고, 마루금길은 여기서 서쪽(우측)으로
방향을 틀게된다. 갑자기 바뀌는 진행방향에 잠시 주춤하니 지난 번 통점재
에서 되돌아 와본 경험이 있는 산유화가 그 길이 맞다며 앞장을 선다.
지형도를 보니 706.2봉으로 진행하는 길이 잠깐 서쪽으로 치우침을 알 수 있
다.

11:33 706.2봉 통과.
706.2봉을 넘어서면 눈은 자취를 감추고 다시 두터운 낙엽이 깔려있는 길이다.
내리막길이 계속 이어지는데 경사가 그리 심하지는 않다. 우측으로 높이 세운
산자락사이로 청송과 포항을 있는 도로(68번)가 올라와 통점재를 지나가게 된
다. 빨간 플라스틱 파일이 박혀져있는데 지경(地境)이라고 적혀있고 페인트로
측량을 한 흔적이 보인다.

11:44 잘 관리되어 있는 정남향의 무덤을 지나 가파른 절개지를 내려와 통점
재에 닿는다. 도로를 내기위해 산자락을 엄청 파 헤쳐 놓았다. 도로를 확장하
면서 당초 있던 곡선도로는 그대로 두고 직선길을 내느라 산사면을 깎아 내었
는데 영양땅으로 들어서던 애매랑재와 거의 맞먹는 수준이다.
하지만 우리는 언젠가 이 잘 나있는 도로를 보고 감탄하며 지나가게 될 지도
모를 일이다. 자연의 질서와 공존이라는 말을 생각하려니 문명의 이기에 길
들여진 나로서는 혼란스러울 뿐이다. 사진촬영을 하고 다시 절개지의 사면으로
오른다. 파낸 바위와 흙이 흘러내리는 사면을 조심스럽게 오른다. 절개지를
오르면 너른 공터가 나오고 공사폐기물 야적장이 나오는데 그 쌓여진 것들은
폐기물이 아닌 나무들의 뿌리둥치였다.

그 곳은 다름아닌 '나무들의 무덤'이었다.

이제는 차가 지나가지 않을 예전의 굽어도는 도로가에는 청송과 포항의 경계
임을 알려주는 이정표가 처연하게 서있다. 다시 숲속의 긴 오르막을 오르다
보면 산허리의 좌측으로 무덤이 있고, 650고지의 능선턱에 닿게된다.
약간 좌측으로 꺾이는 평평한 마루금의 너른 장소를 찾아 점심을 먹기로
한다. 12:00

12:50 각종 쌈과 맛난 반찬으로 점심을 먹고 다시 출발하는데 오늘 산행
종료지점인 성법령은 여기서 보이지는 않으나 지형도상 거의 정남쪽에 있다.
동쪽 산자락 아래의 상옥마을은 산자락 사이로 논이 아주 너르게 나있다.
약 10분간 진행하면 좌우측으로 길이 나있는 4거리를 통과한다.
휜눈을 덮어쓰고 있는 무덤 2기를 지나면 꽤 가파른 오르막길이 진행된다.

지금까지 첩첩산중의 길을 걷다가 좌측의 너른 논과 큰 마을을 보며 산길
을 진행하니 그 느낌이 사뭇 다르다. 상옥리는 거의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그 분지안의 논은 아주 너르다. 옛날 신라말 귀족들이 전란을 피해 들
어와 살았다는 이야기에 수긍이 간다. 남쪽으로 성법령을 잇는 마루금이,
동쪽으로는 내연산군이 남북으로 쭉 이어지며,서쪽으로는 낙동마루금이,
북쪽으로는 옥계계곡이 있는 깊은 산골오지로 둘러쳐져 전란에서 피해가기
쉬울듯 하고, 그 분지안의 너른 논들은 많은 사람들을 먹여 살리기에 충분할
듯 하다. 하지만 여전히 우측 산자락으로는 산자락이 중첩되며 깊은 산속으로
남겨져 있다.

13:21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 능선턱을 통과하면 정맥길 바로 오른쪽에 비켜
서있는 776봉 아래의 고개에 닿는다. 낙동마루금길은 이 봉우리를 지나지 않고
슬며시 진행길 좌측의 남쪽으로 진행한다. 도저히 이어지지 않을 것 같은 길은
이어지고, 지나야할 것같은 봉우리는 비껴가게 된다.
잠시 선채로 숨을 고르며 휴식을 취한 후 출발.

이 산자락의 눈도 아직 녹지 않았다.
많은 눈은 아니지만 산자락의 남쪽과 북쪽 사면은 황갈색과 흰색으로 그 색깔
완연히 다른 모습이다. 약 10여분 진행되는 마루금길은 좌측 산자락 사이로
마을을 가까이 안고 있으나 산자락은 급경사로 서있다. 방위각 300도 가까이
서쪽으로 치우치며 가파른 오름길이 이어진다.

13:39 묘지가 있는 너른 터의 능선마루(약 680고지)에 올라 휴식을 취한다.
눈과 낙엽을 번갈아 밟고온 신발들이 많이 더렵혀져 있다.
13:49 출발

내리막길에 이은 안부에는 좌측 마을로 내려가는 너른 길이 보이고 744.6봉
쪽으로 아주 가파른 사면을 오른다. 여기서 정맥길의 진행에 아주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744.6봉 조금 못미친 지점에서 좌측(남동쪽 방위각 123도)
으로 또 하나의 능선이 흐르는 듯 기다리고 있는데 이 능선이 바로 낙동정맥
길이다. 바로 앞의 봉우리를 두고 좌측으로 휘며 내리막길로 치닫는 이 마루
금이 바로 분수령으로, 좌우산자락의 물길을 동해와 낙동강으로 각각 달리
보내게 되는 것이다. 즉 744.6봉과 낙동마루금 사이의 자락에서 흐르는 물은
그 물길호적이 영덕의 오십천이 아닌 낙동강인 것이다.

위치가 동해쪽으로 치우치고 이미지가 바다가 연상되는 포항의 산자락에서
마루금길이 슬그머니 비켜나며, 골짜기의 물이 낙동강으로 흐른다는 사실이
참 신기하고 산경표의 地理인식에 다시 감탄할 뿐이다.
그래서인지 포항의 낙동정맥 종주팀이 유난히 눈에 많이 띠었던 것 같다.

이 곳 구간은 독도에 매우 유의하여야 할 곳이다. 그리고 이곳 산자락에서
청송은 낙동마루금길과 작별하게 된다. 이제 낙동정맥길은 포항시의 죽장면
을 가르며 오늘 구간종료지점인 성법령까지 진행하게 된다.

급경사 내리막길에 이어져 달리는 낙동마루금길은 고도 650M를 전후한 평평한
길이나, 마치 왕의 봉분처럼 봉긋한 봉우리가 대 여섯개 연이어진다.

14:10 좌측으로 나있는 소로를 지나칠 즈음 우측으로 산자락을 높이 세운
744.6봉쪽으로 능큼스럽게 들어 앉아있는 골짜기가 보이고, 낙동마루금길과
같이 이 골짜기를 이루며 빙 둘러 쳐지는 능선이 마치 빙긋 웃으며 내려다
보는 듯하다. 그 능선의 높이가 낙동마루금보다 훨씬 높기 때문이다.
이곳의 산길 좌우자락으로는 소나무가 많고 솔가리도 엄청 깔려있다.
저 멀리 산자락 사이로 가사령을 지나가는 도로가 보인다.

해는 아예 남쪽으로 드러누워 버린듯 남쪽으로 진행하는 길을 따사롭다.
마을이 가깝다보니 좌측 상옥리로 연결되는 소로가 자주 나온다.
방위각은 거의 정남방향으로 계속 이어진다.

14:19 744.6봉 산자락 아래의 분지에서 이어지는 듯한 임도와 만나고 임도
절개지를 다시 올라 가사령으로 빠지는 마지막 봉우리인 600고지를 통과
하는데, 낮은 지대고 남쪽으로 많이 내려 섰음에도 불구하고 눈이 아직 녹지
않고 있다. 소나무숲이 서서히 참나무에 의하여 그 영역을 침범당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소나무의 필사적인 방어에도 불구하고 아마 머지 않은 장래에
이 숲은 참나무 숲으로 바뀔 가능성이 많다.

우리 옛사람들의 대표적인 구황식물로 그 첫째가 소나무 껍질이고 두번째가
도토리라고 하는 글을 본 적이 있다. 하지만 이 두 나무의 공존은 있을 수
없다. 동물의 세계와 마찬가지로 죽느냐 사느냐 하는 처절한 생존을 위한
투쟁만이 있을 뿐이다.

산길을 엄청나게 파헤치며 닦아놓은 가사령 도로(921번 도로)가 보인다.
절개지 뒤쪽을 빙 두르며 설치해 놓은 플라스틱 수로를 따라 우측 절개지로
내려서는데 가파르고 미끄러워 조심스럽게 내려온다. 산길을 오르내리는 것
보다 절개지를 지나는 일이 더 어렵다.

14:30 가사령 통과. 도로를 지나 다시 반대편 절개지의 우측 사면 플라스틱
홈통을 따라 산길로 오른다. 지나가는 차량에 타고있던 사람들이 무슨 구경
거리나 되는 듯 도로를 건너 산길로 올라가는 우리를 쳐다본다.
다시 만나는 마루금길의 숲은 여전히 소나무와 참나무의 전쟁이 치열한 곳이다.

평평한 봉우리들을 통과한 후, 599.6봉인듯한 곳에서 휴식을 취한다. 14:44
휴식을 취하며 간식을 먹는데 서서히 손이 시리고 추워진다.

14:58 출발
620봉을 통과하는 산길은 진행하기가 그리 힘들지는 않다.
진행방향 우측(서쪽) 가사리쪽으로는 깊은 골짜기를 이루었고 좌측으로는
마을도 크고, 논도 아주 너르다. 580봉을 통과하는데 왼쪽 도로가의 조그만
저수지인 점안지가 보인다. 산길 좌측으로 점안지쪽으로 내려가는 소로가
나오고 솔가리가 많이 깔린 완만한 오르막길로 오른다.

15:16 무덤 통과.
숲은 어지러우나 큰 소나무가 많은 마루금길이다. 630.5봉의 왼쪽으로 진행되
는 능선턱을 통과하면 평탄한 길이 한동안 이어진다. 709고지를 잇는 오늘의
마지막 오름길을 진행하는데 서서히 힘이 들기 시작한다. 약 630여 고지의
능선턱을 오르면 우측 오르막으로 길이 이어지는데, 성법령이 가까이 보이고
주차해 놓은 차가 시야에 또렷이 들어온다. 큰 소리로 영목을 부르니 대답소리
가 들린다.

15:40 660고지를 통과하며 709고지로 이어지는 마지막 능선길은 평평하다.
서쪽의 푸른 하늘에 드문드문 흩어져 있는 구름사이의 공간에서 햇빛이 쏟아져
나오는 모습이 마치 서기가 어린 듯하다. 이 때 오늘 산행에 참가하지 못한 환
상으로 부터 전화가 걸려온다. 대략 산행종료 시간을 맞추어 전화를 한 것이다.

'조형! 산행 잘 했나?'
'그래! 오늘 대장이 없어 모두 긴장하며 잘 해냈다!'

15:58 약간의 기다림에 시간이 다소 지체되며 헬기장에 도착한다.
아까 부르는 소리를 들은 영목이 올라와 있다.이 곳이 709봉인 듯하고, 전방
우측으로 더 높이를 세워 마루금길이 지나가는 모습이 보인다. 산행시간과
거리를 조정한 수정계획이 잘 맞아진 것같다. 진행길 좌측으로 성법령으로
내려가는 길도 잘 나있다. 탈출 코스가 아닌 정상코스의 기점으로 삼아도
무난한 곳이란 생각이 든다. 휴식을 취하는 사이 다시 대장의 전화가 걸려와
대원들과 통화를 하고, 사진촬영 후 성법령으로 하산. 16:13

16:21 성법령 도착. 산행종료
성법령으로 내려오는 절개지는 가파르고 맨 흙으로 되어 매우 미끄럽다.

다. 13구간 산행을 마치며.

겨울철 산행이라 시간과 거리를 다소 조정하였고, 또 다른 구간보다 많은 휴식
을 취하며 느긋한 산행을 하였다고는 하나 약 9시간이 걸린 산행이었다.

코스 초반의 산상의 공원같은 마루금길과 올가미, 도로를 만드느라 산자락이
깊이 패인 절개지등이 명암을 이루며 느낌이 교차되는데, 성법령에서 샘재를
거쳐 청하면쪽으로 귀가길에 오르던 우리는 상옥면의 한 밭에서 참으로 안타
까운 현장을 목격하게 된다. 도로옆의 너른 무우밭에 트랙터가 지나가며 무우
를 갈아 엎어버리는 것이 아닌가. 무우가격이 폭락함에 따라 수확을 포기하는
것이다. 수확하지 않고 버려둔 밭은 보았지만 이렇게 갈아 엎어버리는 모습은
처음이다. 쳐다보는 우리의 심정이 이럴진데 갈아엎는 농부의 심정은 어떠할까?

대장이 없는 상태에서 선두를 잘 진행한 현을아우의 수고가 많았고, 대원들
모두 긴장하며 코스를 무리없이 잘 소화하였다. 높은 산자락보다 길이 이리저리
나있는 마을이 가까운 낮은 산자락의 진행이 더 어려움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
는데 특히 744.6봉 아래에서의 산길진행에는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함께한 뫼벗대원 여러분께 박수 보낸다. 


(기록/정리 두류/조용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