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금 답사일지/낙 동 정 맥
[스크랩] 낙동정맥 구간종주 제11구간 답사보고
지리산 마실
2005. 11. 29. 23:05
마루금답사모임 뫼벗 낙동정맥 구간종주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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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구간명 : 제 11구간(황장재 - 주산재)(도상거리 약 20.9Km)
(코스) : 황장재-(4.6km)-대둔산-(4.2km)먹구등-(1.1km)-명동재-
(1.4km)-느지미재-(3.5km)-대관령-(5.2km)-주산재-
(0.9km)-914번 도로
2. 일 시 : 2001. 11.10(토)- 11.11(일)
3. 소재지 : 경상북도 청송군 진보면.부동면, 영덕군 지품면.달산면
4. 날 씨 : 대체로 맑음
5. 참가자 : 제환상,이귀선,조용섭,장병천,이용면,이영숙,김현을,
박신희,이영선 이상 9명
6. 산행형태: 야영/워킹 종주산행
7. 도엽명 : 1/50000 : 청송(NJ52-14-20)
8. 교통편 : 대절승합차.
9. 운행시간표(후미기준)
- 11.10(토) 19:00 부산 출발(1차 합류)
19:40 양산 합류(2차 합류)
21:30 화진휴게소
22:27 황장재휴게소
- 11.11(일) 00:30 취침
04:40 기상/조식
06:58 산행시작
07:34 무덤
07:48 휴식
08:00 출발
08:40 휴식
09:00 출발
09:14 주왕산국립공원 경계석
09:24 대둔산(905m) 앞 안부 통과
09:51 849봉/휴식
10:14 출발
11:09 먹구등/휴식
11:24 출발
11:53 헬기장/명동재
12:07 느지미재
12:58 890봉/휴식
13:03 출발
13:10 중식/휴식
14:10 출발
14:32 대관령
15:05 휴식
15:14 출발
15:28 헬기장/790봉
15:50 3거리안부 도착
16:14 휴식
16:20 출발
16:46 안부
17:11 주산재/휴식
17:17 출발
17:52 914번 도로/산행종료
10.후 기
가. 청송 그리고 주왕산....
지난 10구간 532봉(영양,청송,영덕군 경계점)에서 낙동정맥길을 맞이한
청송군은 주왕산 국립공원을 품고있는 산간오지의 청정지역이 대부분인
고장이다. 이 지역은 심한 일교차를 받으며 자라 생산되는 당도높은
꿀사과와 고추가 특산물로 유명하다.
靑松, 즉 푸른소나무라는 이 고장의 지역명을 나름대로 연구하고 정리한
청송군청의 민준기라는 분은 '청송은 소나무의 고장인가?'라는 글에서
청송군이 이러한 이름을 갖게된 이유를 다음과 같이 풀이하고 있다.
청송군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그분의 글을 발췌하여 소개한다.
'청송은 산간오지에 푸른 소나무가 많은 고장으로 연상되고 사실 또한 郡
면적의 83%가 임야고 푸른 소나무가 주종이니 '靑松'이라는 지역명칭에 별
다른 이의가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소나무가 많다하나 북쪽 산간지방보다
못하고 예로부터 타지역에 비해 특히 재질이 좋다는 말도 없었다. 따라서
소나무 자체로만 생각한다면 청송이 청송으로 명명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이러한데도 청송이라고 이름지어졌을 때는 특별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中略)
지역공간을 떠나 단순히 청송이라는 자구(字句) 자체에 대한 뜻을 확대
해석하고 객관적인 견지에서 이에 담긴 이미지를 생각한다.
靑은 푸른 색, 봄, 동쪽, 젊음, 고귀함을 상징한다. 따라서 지명에 있어
서의 청은 동쪽에 있는 불로장생의 신선세계라는 뜻을 내포하며,
松은 소나무, 사철 푸른 빛을 띠어 절조(節操), 장수(長壽), 번무(繁茂)
를 상징한다. 또한 예로부터 사람들은 푸른 소나무에 흰 학이 깃드는
풍경을 지극히 아름답게 생각해 왔다. 이것은 외관상 보는 이로 하여금
한가롭고 평화스러운 느낌을 주기 때문만은 아니다. 관념상의 고결한
선비, 또는 인간자신을 학에 비유하고 학이 소나무에 깃들듯이 세속의
인연과 욕심을 끊고 절개를 지키며 거처하기 좋은 장소로 소나무를 은유
적으로 표현한 것이다'라고 하면서,
'따라서 조선 세조때에 청보군이 송생, 안덕현을 합병하며 청송도호부로
승격되면서 처음으로 갖게 되는 이 지명은 동쪽에 있는 불로장생의 세계,
인간이 아름답게 살기에 가장 적합한 이상의 세계를 뜻한다'라며 조선조
때의 홍여방, 퇴계선생의 글을 인용하면서 이 글을 마무리하고 있다.
너무 주관적인 해석으로도 볼 수 있겠으나 고장의 지명을 그 정도의 애
정어린 시각으로 접근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사실 청송은 산간오지지역
치고는 논이 아주 너른 편이며, 인심도 후하고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품고있어 사람답게 살만한 동네임에는 틀림없지 않겠는가?
우리 뫼벗팀이 이번에 답사할 제 11구간은 관광지로 너무나도 잘 알려진
주왕산 국립공원구역을 지나가게 된다. 하지만 우리가 지나가게될 마루금
상에는 주왕산 답사코스로 잘 알려지거나, 즐겨찾는 코스는 거의 없다.
정맥길은 청송군과 영덕군을 가르며 남하하는 주왕산자락의 동쪽 울타리를
타고 진행된다. 주왕산의 주요 탐승코스는 청송(내륙)쪽의 주방천을 따라
올라가는 제 3폭포까지의 경승지 탐방코스와, 주왕산(720.6m)산행을 비롯
한 이 계곡의 좌우로 펼쳐지는 산자락답사가 대부분이다.
다만 주왕산의 매력에 흠뻑 빠진 이들은 제 3폭포위에 숨어있는 내원동
큰골로 해서 느지미재-왕거암-가메봉-칼등고개-주왕산-대전사로 이어지는
남부능선을 답사하거나, 너구동-금은광이-장군봉-대전사의 북부능선,
절골-가메봉-대관령-798봉-신술골-절골등의 코스답사도 즐겨한다고 한다.
여기서 느지미재는 정맥길 명동재와 대관령사이에서 만나게되는 잘록이
(鞍部)이고, 금은광이는 낙동정맥길 먹구등에서 내륙능선을 타면 두수람
에 이어 나오는 봉우리인데 그 특이한 이름은 일제때 서쪽 골짜기에 금은
광산이 있었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하고, '눈에 덮여 있을 때 내원
동에서 보면 아침에는 은빛, 저녁에는 노을빛에 금빛으로 빛난다하여
금은광이로 이름지어졌다'라고 하기도 한다.
우리 정맥답사팀은 주왕산으로 들어오되 기암(旗岩)을 비롯한 기기묘묘
하며 아름다운 바위봉우리와 계곡, 그리고 가장 아름다운 못이라는 주산
지(저수지 물에 허리까지 잠긴 채 살아가는 왕버드나무 거목)등, 주왕산
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없다. 그래서 당초 다소 긴 거리의 두
구간(11,12구간)을 3구간으로 나누어 주왕산의 내륙쪽 계곡이나 주산지
(主山池)를 답사하며 정맥길로 접근키로 계획하였으나, 바로 다음 주부터
(11.15-12.15일) 국립공원의 입장이 금지되는 산불경방기간에 걸리기
때문에 그 계획도 실행에 옮길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않다면 모처럼
내륙골짜기를 타고 오르는 주왕산산행과 연결하는 코스로 조정함도 좋을
듯하다.
'대개의 산이름은 그 산의 최고봉에 주어지는데 주왕산은 좀 다르다.
대전사 터가 직접 맥을 대고 있는 남쪽 뒤의 산봉우리인 720.6m봉이
상봉의 지위를 차지했다. 주왕산 국립공원 북쪽 경계선상의 태행산
(933.1m)이 주왕산 국립공원 구역내에서는 가장 높지만 인위적 구역
설정을 배제하고 보면 907.4m봉이 주왕산에서 최고봉이라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한편 산세를 두고 보아서는 가메봉(882.7m)이 이 주봉역할
을 한다.' (월간 '山' 2000년 5월호에서)
나. 주왕산의 품에 안기다.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이라 해운대를 빠져 나오기가 힘들었는지 영목의
차는 거의 1시간이나 늦게 집결지인 연산동에 도착하여 출발이 다소
늦어졌다. 19:00
이번 답사구간은 34번 국도가 지나가는 영덕군과 청송군의 경계점인
황장재에서 시작된다. 지금까지의 정맥답사시 차량이동 시간이 너무
길어 늘 부담스럽던 대원들은 그 곳으로의 차량접근이 용이한 터라
비록 계획보다 늦은 시각에 출발하지만 모두가 밝고 느긋한 표정들이다.
21:30 화진휴게소에 도착하여 휴식.
22:27 영덕에서 내륙쪽으로 나있는 34번 국도를 타고 들어가다가
고갯마루인 황장재에 도착한다. 황장재휴게소의 영덕군 상징 조형물
(배(船),병으로 만든 영덕대게)옆의 벤치가 있는 쉼터 공간에 텐트를
치고, 현을아우가 준비해온 찌개로 저녁밥과 반주로 소주를 한잔씩
돌린 후 취침에 들어간다.
깊숙한 내륙산간지역 특유의 밤안개가 이리저리 쏠리며 왔다갔다 하는
데 그믐으로 치닫는(음력 9.25일), 달이 없는 하늘의 별빛은 밝고
푸르고, 시린 별빛만큼 날도 차갑다.
텐트 3동을 설치했는데도 차안에서 자려는 사람이 있어 잠자리에 여유
가 생긴다. 모처럼 텐트 하나를 차지하고 들어간다. 차안에서 자려는
세 분은 정말 대단한 정신력의 소유자들이다. 천둥소리에도 의연히
잠을 이룰 수 있다니...
04:40 기상
텐트안에 걸어둔 온도계의 측정온도가 -0.4도 이다.
바깥에 나와보니 겨울을 맞이할 마음의 준비가 덜 된 내 몸과 마음이
헉하며 얼어 붙는 듯하다. 텐트플라이에는 엷은 얼음이 서려있다.
야영지 주변은 아침안개가 자욱히 깔려있고, 시동을 걸어놓은 차의
헤트라이트 불빛에는 수없이 많은 작은 물알갱이가 쉴새 없이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다. 이른 미명의 시간, 세상은 조용히 있는 듯 하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저리도 바삐 움직이는 것들이 있다.
가는 하현달이 언제부터인가 동해위로 떠 올라 있다.
아침 식사는 역시 귀선누님이 가지고온 떡국으로 간단히 해결하고
점심밥은 별도로 준비하는데 병천이 좋은 아이디어를 내었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약 4리터 정도의 보온통을 밥통으로 준비했는데
가벼워 휴대하기에 좋다. 이러면 추운 겨울날 얼어 딱딱한 김밥 먹는
고역을 겪지 않아도 된다.
동쪽으로 평평하게 이어지는 마루금위로 붉은 기운이 감돌고 별하나가
반짝이고 있다. 대기도 점점 밝아지고 비록 하현달이라고는 하나 달빛
도 서늘하다. 산행준비를 끝낸 후 우리가 지나야할 산자락을 보는데,
온 산자락이 허연 '서리꽃'으로 뒤덮여 있다.
06:58 모처럼 스틱을 모으고 '뫼벗'구호를 외친 후 산행을 시작한다.
산행로 초입 무덤을 지나고 잠깐 걷다가 이미 떠 올라있는 해를 쳐다
보는데, 이글거리는 노랑의 눈부신 빛이 추운 날씨 때문인지 오늘따라
더욱 정겹다. 잘 나있는 산길 주위에 만발한 서리꽃밭에 감탄하며
오르지만 오르막길의 서리내린 낙엽더미는 미끄럽다.
약 10여분 간격으로 무덤 2기를 통과한다.
진행길 우측 먼 내륙쪽으로 이른 아침이면 늘 보게되는, 한없이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새벽풍경이 펼쳐져 있다. 안개와 구름이 또 다시 바다를
이루며 마을들을 삼켜버렸고, 산자락을 섬으로 만들어버린 모습이 장관
이다. 오른쪽 바로 아래의 골짜기로 마을이 보이며 수확이 끝난 산비탈
의 고냉지 채소밭이 보인다.
아침 추위로 중무장한 대원들의 옷꺼풀이 하나씩 벗겨져 나갈 즈음,
또 다시 능선턱의 무덤을 만나는데 이 곳의 무덤들은 둥그스름하지가
않고 다소 길게 타원을 이루는게 특이하다. 07:34
무덤 주위에는 나이테의 모습으로 보아 수령이 아주 오래된 큰 소나무
두 그루가 베어져 있는데, 잘려져 있는 나무에 정맥꾼들의 시그날도
함께 있는 것으로 보아 최근 성묘길에 베어진 것 같다.
이곳에서는 정맥길이 우측으로 방향을 튼다.
11시 방향으로 대둔산이 보인다. 500고지의 좌측으로 난 비탈진 사면
으로 길이 나있는데 진행길의 좌측방향이 남쪽이다. 오롯이 솟아있는
봉우리 세개가 山자를 이루고 있다. 살짝 불어오는 바람이 냉기를 머금
었다. 이곳은 산자락이 낮게 드리워져 있고 마을이 가까웠음인지 무덤
이 아주 많다. 아마도 부부묘인듯 봉분2기가 나란히 있는 곳을 통과후
휴식을 취한다. 07:48
08:00 출발
떡갈나무, 굴참나무등 참나무숲 사이의 길은 아주 잘 나있다. 능선상
의 단풍은 거의 다 지는 모습이나 좌측 아래 산자락쪽은 아직도 단풍이
한창이다. 낙엽이 많이 쌓여 있는 가파른 오르막길은 미끄럽다.
서너번의 완.급경사 오르내리막을 이어 지나면 진행길의 오른쪽으로
지능선이 흘러나가고 그 사이의 사면은 완만하고 너르다 .
08:28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대둔산쪽으로 향한다. 뒤 돌아 본 먼
산자락사이에 고여있는 안개와 구름은 여전히 온 산하를 뒤덮고 있고,
그 풍경은 평화롭고 한가로운 한폭의 수묵화로 정지되어 있다.
지금까지 잊고 있던 나목의 잔가지 우는 소리가 들려 온다. 생소한
느낌의 소리다. 산자락에는 바람이 겨울을 먼저 데리고 와 있었다.
08:40 휴식/760고지 능선
09:00 출발
지나온 우측 산자락 아래로 갈평 저수지의 모습과 진행방향의 왼쪽
으로는 지품리,기사리의 마을이 보인다.
848고지를 오르면 왼쪽에 보이는 봉우리가 대둔산(905m)이다.
두터운 떡깔나무 낙엽이 발목까지 차는 완만한 오름길을 진행하면
옷을 다 벗어버린 채 쭉쭉 뻗은 참나무숲과 노랗게 물든 아주 멋있는
낙엽송숲이 나온다.
09:14 840고지의 능선턱을 올라서면, 진행길 우측으로 낙엽송숲이
한동안 이어지고 큰 산벚나무가 있는 곳에 주왕산국립공원 경계표시석
이 있다. 드디어 주왕산의 품에 안긴다. 이 낙엽송숲은 영남알프스의
도터진골과 낙동정맥 제 2구간 매상골에서 보았던 숲 만큼이나 너르게
잘 조성되어 있고, 무척 아름답다. 완만한 경사길로 이어지는 너른
마루금은 다시 참나무숲으로 바뀌고, 잡목덤불과 억새밭이 나오는 훤한
공간을 통과하면 돌보지 않는 무덤으로 이어진다. 여기서 정맥길은
우측에 큰 봉우리를 두고 전방 좌측으로 이어진다.
비켜가는 오른쪽의 봉우리가 대둔산이다. 09:24
발에 차이는 낙엽이 서걱거리며 숨가쁜 소리를 낸다.
완만한 경사를 내려가면 내륙쪽의 바람이 데려온 추위가 양볼과 코끝,
귓볼을 발갛게 달군다. 말라붙은 넝쿨나무의 가지와 황갈색의 낙엽,
그리고 회색의 숲은 그리 맑지는 않으나 이 계절의 색깔로는 제격이다.
09:51 가파른 경사길로 올라 뾰족한 834봉을 통과한 후, 849봉에
도착하여 휴식을 취한다.
10:14 출발
금방 무덤을 통과하고 두어번 내리막길로 이어지다 아름다운 낙엽송과
참나무가 어우러진 숲길을 걷는다. 낙엽송숲길에 있는 봉분은 산행로
초입 부분의 그 것 처럼 길쭉하지 않고 동그란 모습이다.
10:29 모처럼 바위가 길 좌측에 서 있다. 방위각 약 105도 정도의
좌측으로 길이 연결된다. 좌측으로는 급사면을 이루나 영덕 기시리의
마을들이 가깝게 보이고, 우측 주왕산의 자락으로는 산자락이 깊고
아득하다. 이어지는 바위사이의 좁은 마루금길 좌우로는 경사가
심하다. 지나온 834봉과 849봉을 뒤돌아 보니 낙엽송숲의 모습이 아름
답다. 이 곳의 바위는 주왕의 이름이 주는 선입견 때문일까?
얹혀져 있는 바위의 주름진 결(슬라이스)이 예사롭지가 않다.
바위지대를 통과한 후, 약 770고지를 지나 바로 아래의 안부에 닿으면
진행방향의 좌우로 길이 나있는 안부에 도착한다.
두고개 갈림길이다. 10:53
또 다시 나무가 윙윙거리며 운다.
여기서는 마루금길이 남쪽으로 가지 않고 동쪽으로 방향을 틀어 남쪽
으로 내려가기에 마음이 바쁜 정맥꾼들을 잠시 붙들어 맨다.
참나무가 여전히 많지만 철쭉이 제법 위세를 떨친다.
능선턱에 올라 좌측으로 꺾어 정동(正東)방향의 참나무와 철쭉숲을
진행하면 먹구등에 도착하고 휴식을 취한다. 11:09
조금전 능선에 올라 진행방향의 반대쪽인 우측으로 진행하면 두수람,
금은광이(812.4)등의 특이한 이름을 가진 봉우리로 연결된다.
11:24 출발
다시 비슷한 높이의 봉우리를 통과하는데 산길은 좁지만 잘 나있다.
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서 있는 숲길이지만 시야는 트여 훤하다. 철쭉
터널을 지날 때에는 모자와 배낭이 자주 걸리기도 하지만 철쭉을 탓할
수는 없다. 이 곳은 철쭉꽃이 필 때면 장관을 이룰 것 같다.
오르막길이 계속 이어져 꽤 힘이 든다.
11:45 817봉 통과.
860고지를 올라 평평한 능선길이 이어지다가 헬기장으로 되어있는
고도 870고지의 명동재에 도착한다. 헬기장 주변은 최근에 간벌을
하였다. 시그날이 달린 채로 나무가 스러져 있다. 11:53
진행방향의 우측 전방으로 길을 진행하면 잡목숲이 나오다가 억새풀이
자라고 있는 폐쇄된 헬기장이 나온다. 내리막길이 이어지는 산자락은
너른 참나무숲이고 바닥은 온통 황갈색의 낙엽이 지천이다.
좌측으로 마을이 아늑하게 자리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12:07 급경사 내리막길이 닿는 안부에 도착한다. 느지미재이다.
우측으로 길이 나있고 좌측으로도 아주 좁은 길이 희미하게 보인다.
우측길로 나있는 길로 내려서면 큰골 상류가 나오고 내원동과 제 3
폭포쪽으로 연결된다. 느지미재를 지나면 또 다시 안부가 하나 나오는
데 이곳으로는 좌우로 꽉 막혀 연결되는 길이 없다.
가끔씩 그러했지만 이번 구간을 진행하면서 확실히 알아낸 것이 있다.
바로 '재'라는 이름이 붙은 지명이다. '재'란 '높은 산에서 길이 나
있는 고개'라고 사전적 의미가 있고, '고개란 산이나 언덕의, 넘어
오르내리게 된 비탈진 곳'이라 되어 있다. 오늘 우리는 명동재의 높은
고지를 지나 느지미재로 내려왔고, 지난 9구간 답사시에도 저시재와
쉰섬재를 확인하느라 허둥대었다. 그리고 오늘 산행 종반부에서도
재를 오르느라 꽤나 땀을 흘렸다. 따라서 '재'란 이름을 갖게 됨은
'높고 낮음이 그 기준이 아니라, 길이 나있고 없음이다'라고 확신을
갖게 된다. 흔히 높이가 낮은 안부로 길이 연결되다보니 '재'란 잘록
이인 것으로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재'란 이름을 가진 곳을 지날
때에는 그 고도도 미리 파악해 두어야겠다.
안부를 지나 너른 숲의 사면을 오르며 우측으로 진행하는데, 큰골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자지러지는듯한 비명소리를 낸다. 750고지의 능선턱
을 지나 평평한 길이 이어지다보면, 황량하던 숲의 색깔이 우측의
키 큰 소나무 군락지가 나타나며 갑자기 푸른 숲을 이루어 눈을 당황
하게 한다.
12:30 760고지의 안부에서 휴식
12:42 손이 시려 장갑을 끼고 출발한다. 한동안 이어지는 철쭉숲속의
길을 힘들여 올라 819봉에 도착한다. 12:58
여기서 우측으로는 두리뭉실한 전위봉으로해서 왕거암으로 연결되고
정맥길은 좌측길로 내려선다. 이 왕거암은 907봉으로 표시되어 있는데
정확한 지명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낙엽이 지천인 미끄러운 급경사
길을 내려서서 너른 공간을 확보하고 점심을 먹기로 한다. 13:10
새로운 보온밥통의 밥은 먹기에 아주 좋고 용면씨의 텃밭에서 수확한
각종 쌈과 야채, 산유화의 조기구이와 갓김치가 입맛을 돋운다.
무려 3공기의 밥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웠지만 코헬에 가득 지어 가져온
밥이 많이 남는다. 다음부터는 양을 잘 조절하여야겠다.
맛있는 점심과 후식을 먹은 후 잠시 휴식을 취한다.
14:10 출발
좌우로 벼랑을 이룬 좁은 마루금길을 진행하다 잡목숲을 지나면 내리
막길이 이어지다가 너른 길이 나온다. 정면 능선을 좌측으로 트래버스
해서 진행하다가 절골에서 올라왔다는 대구 산꾼들을 만나 반가운
인사를 나누다. 14:24
좌측 산자락은 엄청난 경사로 서있다. 소나무숲 사이의 우측길로 돌아
서서 능선길을 우회한다. 산길 좌측에 비닐움막이 지어져있고 그 안에
는 구들장 흔적과 심겨진지는 모르겠으나 버섯류가 드문드문 나있는
게 보인다. 길 우측에는 검은 폐비닐이 어지러이 버려져 있다. 14:29
14:32 산의 모습이 완전히 바뀌며 평평하고 너른 숲길로 바뀐다.
대관령인 듯하다. 진행길 좌측(서쪽) 입암으로 빠지는 길과 우측
절골로 내려가는 길을 확인해보지는 못했는데, 절골로 연결되는 길은
비닐움막있는 곳에서 너른 공간이 있는 우측 내리막쪽으로 내려가면
되는 듯하다.
안부로 내려선 뒤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면 거대한 바위 사이로 난 길
을 걷게 된다. 바위는 겹겹의 얇은 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널찍하고 평평한 봉우리에 너른 참나무숲이 잘 나있는 공간이 나온다.
740봉이다. 여기서는 우측으로 방향이 꺾이는데 선두조로 진행하던
병천이 기다리고 있다. 14:48
대관령을 지나자마자 계절은 어느새 다시 가을로 돌아와 있다.
15:05 720-730 고지의 능선상에서 휴식을 취하며 지도정치와 관련된
몇가지 사항을 대원들에게 환상(대장)이 일러준다. 대략적으로 알고
있는 것도 끊임없이 반복하며 실습해 보아야 확실한 자기 것이 된다.
특히 독도법은 늘 확인해보는 습관을 들여야만 한다. 낙동정맥 구간
종주가 끝나는 시점에는 모두 숙달되어 노련해져 있으면 하는 바램
이다.
15:14 출발
798봉을 향하여 가파른 오르막길을 진행하는데 힘이 든다.
798봉 바로 왼쪽에 있는 오버행의 큰 바위는 비박하기에 아주 좋을
듯 한데, 바위위로 큰 비닐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모처럼 마루금길
좌우로 펼쳐져 있는 바위지대를 통과한다.
15:28 가파른 길을 올라 헬기장으로 되어있는 798봉에 도착한다.
헬기장은 깨끗하게 잘 정돈되어 있고 정맥길은 전방의 우측길로
내려서게 된다. 무덤을 통과하고 철쭉가지가 많아 요리저리 피하며
진행하는데, 200m 이상 고도를 낮추는 급경사 내리막길의 낙엽이
매우 미끄럽다.
15:50 너르고 평평한 3거리 안부도착.
진행방향의 좌측길은 덕산리로 연결되고 정면 우측의 길은 마루금
길을 비스듬히 우회하는 길이다. 참나무숲속 길은 산속에 들어와
있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을 정도로 너른 길이 길게 연결되어 있다.
산길 좌측으로 비석이 보여 확인해보니 새겨진 글이 확실치는 않으
나 '숭정대부행...'라고 되어 있는 것 같았다.
계속해서 길은 우측사면길로 우회하며 진행하게 되고 길이 나있는
산자락아래 가까이로 모처럼 계곡이 자리잡고 있다. 마루금길과
나란히 지나며 계곡을 이루는 우측의 지능선자락은 낙동 마루금보다
더 높이 고도를 올렸다가는 이내 산자락을 떨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곳에서 아주 특이한 시그날을 만난다. 시그날에는 '희암공
34대손 증조모 성묘단'이라 적혀있다.
키 낮은 소나무, 진달래, 철쭉등이 길 주위에서 가끔씩 진행을
더디게는 해도, 길은 잘 나있다. 마루금이 우회길과 합류하는
곳에는 너른 공간이 나오고 훼손되어 낮은 흙무더기로 변한 무덤이
나온다. 16:04
16:14 550-600고지의 고도가 낮은 평평한 능선과 가끔씩 나타나는
낮은 봉우리들을 쉬엄없이 진행하다가 안부에서 휴식을 취하는데
진행길 좌측으로 마을이 보인다.
16:20 출발
계속 500대 중반의 낮은 봉우리들을 이어 진행하면 좌측으로는
마을이 계속 따라오고 도로가 지나가는 모습도 보인다. 하지만
오른쪽의 산자락은 도저히 그 깊이를 가늠할 수가 없다.
왼편의 바위 벼랑위로 소나무가 몇 그루 위태롭게 걸려있는 모습
이 보인다. 560-570고지의 능선턱을 올라서면 평평한 길이 이어
지다가 마치 성을 쌓아 올린 것 처럼 보이는 바위지대가 나오고
평평한 봉우리를 통과한다. 16:33
그러던 길이 또 다시 경사가 심한 내리막으로 내려선다. 정맥길은
도대체 얼마나 또 이런 길로 우리를 맞이하려는걸까...
늘 마지막길을 진땀을 빼게하는 정맥길에 익숙해져있지만 슬며시
불안감이 든다. 아까 내려섰던 지점의 고도보다 약 20미터 정도
고도를 더 올린 능선턱에 올라서면 또 다시 성곽처럼 보이는 바위
지대가 나온다. 크랙이 지거나 얹혀져 있는 모습이 일부러 쌓아
올린 듯하다.
약 670고지의 능선턱을 오르자 또 다시 오르막이 이어진다.
10시간 가까이 걸어온 터에 또 다시 고도를 100여 미터 올리는
발걸음이 쉬울리는 없다. 힘든 걸음을 떡갈나무 낙엽에 묻어 차며
오른다. '서걱서걱, 착착' 밟히는 낙엽의 소리는 경쾌한데 걸음을
딛는 내 발자욱은 아무런 생각없이 그저 기계적으로 옮길 뿐이다.
어느새 빛을 많이 가라앉힌 해는 우측의 산자락 뒤에서 물끄러미
우리를 쳐다보고 있다. 기온은 섭씨 5도 정도인데 내륙 산자락의
냉기를 묻혀온 바람이 대기를 싸늘하게 만든다.
지금까지의 잘 나있는 길과는 달리 길은 다소 희미하고 좁은데,
낙엽까지 길을 덮어 더욱 그러하다.
16:46 가파른 내리막길로 내려와 안부도착.
우측 계곡쪽으로 부산의 한 산악회에서 빨간리본을 많이 달아 놓았
는데, 아마도 그리로 탈출을 시도했는 모양이다. 다시 올라야 할
마루금이 마치 하늘에 걸려 있는 듯 높이 서있다. 다시 고도를
올려야 한다.
'그래! 오직 겸허한 마음으로 걷자' 하며 마음을 다잡고 숨을 고르
며 마지막 힘을 쏟는다.
길은 우측으로 트래버스하며 나있다.
그 사이 해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산자락 뒤로 내려 서고 있다.
17:07 620고지즈음 도착하며 길은 능선길로 진행되고, 좌측으로
저수지와 마을 그리고 도로가 보인다. 이 도로는 오늘 우리가 내려
설 우설령을 지나가는 914번 도로이다. 전방 우측으로 보이는 큰
봉우리가 별바위다. 서있는 모습과 봉우리를 세운 주위의 산자락이
아찔할 정도로 위압적이다.
17:11 힘든 오름길을 지나 드디어 주산재의 고갯마루에 도착한다.
여기서 정맥길은 능선의 우측길로 진행하여 별바위를 지나 피나무
재로 연결된다. 오늘 우리 뫼벗팀은 마루금진행을 여기서 마무리
하기로 하는데, 정맥길의 반대방향인 진행방향 좌측 662봉을 지나
914번 도로쪽으로 하산하게 된다.
이곳의 지명은 지도마다 달라 혼란을 준다. 국립지리원 발행 청송
1/50000 지도에서는 745.2봉을 별바위, 662봉을 주산재라 표시해
놓았는데 1/25000 지도에서는 바꾸어 이름을 붙여 놓았고, 월간
'산'지에서 만든 지도의 지명도 1/25000 지도와 같다.
그리고 어느 안내산악회에서 배부한 지도의 개념도는 1/50000의
이름과 같이 되어있다. 국립지리원에서 발행하는 지도의 명칭이
서로 다르니 어이가 없는 일이다.
17:17 주산재에서 잠깐 쉬고, 헤드램프를 준비하고 서둘러 출발.
잠깐 진행하면 662봉이 나오고 이제는 내리막길만 남는다.
이미 이 길로 진행한 팀이 많이 있었던지 시그날이 제법 달려있다.
914번 도로로 불을 켠 자동차가 이따금씩 지나간다. 그리고 벌겋게
서쪽 하늘을 물들이던 해도 그 사이 사라져버렸다.
17:28 바위 전망대 도착.
마지막 바위 전망대에서 직진하면 914번 도로가 지나가는 우설령
으로 이어지는데 우리는 그리로 가는 길을 버리고, 희미한 길이
있는 좌측 사면으로 돌아 진행하다가, 이내 우측 도로쪽으로 이어
지는 급사면으로 바로 치고 내려가기로 한다. 17:34
어두운 급경사 내리막길을 내려오는 일이 수월치가 않다. 계곡에
잘 못 접어들면 허리까지 차는 낙엽더미에 빠져 힘이 들었고,
급사면을 이룬 산자락도 미끄러워 아주 조심스럽게 내려온다.
위험했지만 모두 안전하게 잘 내려왔다.
17:52 도로도착/산행종료
약 11시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하다. 오늘도 역시 힘든 구간이었다.
도로를 따라 허옇게 드러난 절개한 산사면들을 보니 계곡쪽으로의
하산포인트를 잘 골랐던것 같다.
다. 11구간을 끝내며...
-그 많은 낙엽을 떨구며, 밟고 딩굴며 하는 사이,
어느새 가을이 가버렸다. 아쉬워할 겨를도 없이...
이제 산을 걷는 사람들은 겨울산을 준비해야 한다.
해가 머무는 시간이 그렇게도 빨리 변할 줄은 몰랐다.
그리고 바람이 몰고 오는 그 냉기가 벌써 그렇게 차가와질 줄은...
이번 겨울에 운행하여야 할 구간들의 운행계획을 재점검할 필요성
을 느끼다.
-귀가길에 영덕에서 회를 곁들인 저녁과 뒤풀이를 하고 차량이동을
하는데 경부고속도로의 체증이 심하다.
-11구간 답사를 거뜬히 해낸 뫼벗대원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기록/정리 두류/조용섭)
출처 : 지리산 산길따라
글쓴이 : 두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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