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산으路]34. 지리산 피아골(전남 구례)
[조용섭의 산으路] 전남 구례 지리산 피아골 | ||||||||
‘붉게 타들어 가는 산자락에(山紅) 물도 붉게 물들고(水紅), 이를 보는 사람의 얼굴도 붉게 물들어(人紅) 삼홍(三紅)이라.’ 현란한 색채의 향연이 펼쳐지는 피아골의 가을 단풍은 이 삼홍소에서 절정을 이룬다.
하지만 피아골은 잘 알려진 대로 이념의 대립으로 인한 상흔이 깊게 서려 있는 곳. 결코 가볍고 밝은 화사함만으로 대할 곳은 아니다. 강영환 시인이 그의 시 ‘빨갱이-삼홍소’에서 “이 골 붉은 색 끝은 어디에 있는가.”라며 조심스레 실가닥 한 올을 꺼내보이는 것도 아마 그 이유에서 일 것이다.
단풍 감상을 위해서는 시간대를 잘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산길은 성삼재에서 노고단을 거쳐 임걸령 삼거리-피아골대피소-직전마을에 이르며, 한낮의 밝은 햇살 아래 골짜기를 지나는 코스로 잡았다.
너무도 잘 알려진 지리산의 산길, 특히 주능선 길에 대한 설명은 그리 필요치 않다. 성삼재에서 노고단대피소에 이르는 포장길을 한참 오르다 보면 오른쪽 출입통제 안내판이 서있는 곳에서 능선과 합류하는데, 바로 성삼재-종석대를 이어 온 백두대간마루금이고, 화엄사에서 오르면 코가 닿을 만큼 가파른 길을 올라서게 되는 코재도 지척이다.
성삼재에서 넉넉잡고 1시간이면 노고단대피소에 닿는다. 노고단 정상은 자연휴식년제로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대피소 취사장 옆의 돌길을 올라 노고단 고개에 닿으면 정면(東)으로 시계(視界)가 트이며 저 멀리 아득한 곳에서 천왕봉이 손짓한다. 왼쪽 10시 방향의 넉넉한 반야봉과 오른쪽 돌탑을 이고 있는 노고단의 모습은 늘 짠한 감정에 휩싸이게 한다.
산길은 정면으로 내려서며 본격적인 주능선 길로 접어드는데, 아주 수월한 길이다. 짙은 숲길을 벗어나면 정면으로 공간이 열리며 이내 돼지령에 닿는다. 오른쪽(南)으로 길게 드리워진 능선 저 멀리 우뚝 솟은 봉우리가 왕시루봉이다.
편안한 산길을 달리듯 걷다가 숲으로 들어서게 되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흔히들 말하는 임걸령 삼거리(이정표:피아골삼거리)를 만나면 주능선 길을 버리고 오른쪽 피아골대피소 방향으로 들어서야 한다. 노고단에서 1시간 30분 소요. 숲을 들어서면 오름길이 아님을 다행으로 여기게 되는 힘든 계단길로 내려서며 불로교를 지나 피아골 대피소에 닿는다. 삼거리에서 1시간 30분 소요.
피아골대피소에는 지리산 호랑이로 잘 알려진 함태식 선생이 기거하고 계신다.
대피소 주변의 풍광에 잠시 눈길을 둔 뒤 다리를 지나면, 계곡을 왼쪽에 두고 산사면 혹은 다리를 지나며 산길이 이어지는데, 이제 마음의 여유를 갖고 아름다운 풍경과의 만남에 대비할 일이다.
대피소에서 1시간 정도 진행하면 삼홍소에 이르고 이내 표고막터다. 짙은 숲 사이의 너르고 호젓한 길을 40여분 걸으면 직전마을에 닿고 산행을 마친다.
●교통 자가용:대전통영선-함양JC-88고속도-남원IC-19번 국도-구례(광의:천은사)-성삼재, 혹은 88고속도-지리산IC-인월-반선-성삼재
대중교통:서울(남부터미널) 등 각지에서 구례(터미널 061-780-2730∼1)로 이동한 후, 성삼재 행 군내버스 이용(첫차 04:20 막차 17:20. 하루 8회 운행) 직전마을-구례 운행 군내버스(첫차 07:00, 막차 18:30 하루 8회 운행)
●숙박 구례-성삼재 행 버스가 경유하는 화엄사 지구에 호텔을 비롯한 숙박시설이 잘 조성되어 있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