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금 답사일지/낙 동 정 맥

[스크랩] 낙동정맥 구간종주 제3구간 답사보고.

지리산 마실 2005. 10. 12. 09:55


마루금답사모임 뫼벗 낙동정맥 종주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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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구간명 : 제 3구간(매상골-석개재)(도상거리 약7Km)
2. 일 시 : 2000. 9.30(토)- 10. 1(일)
3. 소재지 : 강원 태백 철암동, 삼척 가곡면, 경북 봉화 석포면
4. 날 씨 : 맑음
5. 참가자 : 제환상,조용섭,장병천,김현을,황정주 이상5명
6. 산행형태: 1박2일 워킹산행
7. 도엽명 : 1/25000 철암,풍곡 1/50000 장성
8. 교통편 : 승합차 대절
9. 운행시간표

- 9.30(토) 20:00 부산 구서 전철역 집결
21:10 경주 도착/석식

-10. 1(일) 02:30 매상골 도착/야영준비
03:40 취침
07:00 기상/조식
09:35 야영지 출발
09:50 서낭당 통과
09:58 산행초입 지점도착/식수보충
10:03 출발
10:25 옹달샘 도착/휴식(고도 830M)
10:35 출발
11:15 정맥 마루금 도착 (고도 1120M)
11:25 2구간 탈출지점으로 출발(back)
11:52 2구간 탈출지점 밑 안부도착(고도 890M)
12:00 출발(되돌아온 지점으로)
12:46 매상골소로와 마루금길 합류지점 도착
12:57 면산도착(1245M)/정상식/삼각점확인/
기념촬영/중식
13:25 면산 출발
14:00 905봉 도착
14:20 936봉 도착
15:25 1008봉 도착/삼각점 확인
15:30 심마니신당 통과
15:35 석개재 도착
16:00 석개재 출발
22:00 양산 정류장 도착
22:20 부산 도착

10.후 기

가.별빛 속으로....

우리 종주팀 '뫼벗'의 산행대장인 환상의 회사 월말회의가
늦어져 오후 8시가 되어서야 구서 전철역을 출발한다.
기다리는 사이, 지난 구간 차량이동때 1.8L페트 소주병의
후유증을 목격한 나는 막걸리와 두부를 대체음료와 먹거리로
준비한다. 산행 못지않게 차량이동도 소중한 시간이기
때문에 즐겁게 다닐수 있는 방법을 항상 연구하고 실험(?)
해야 한다. 양산에서 병천을 태우고, 이번 구간 야영장소인
태백 매상골로의 긴 여정에 나선다.

지난번 철쭉가지에 시달린 나는 45L배낭을 준비했고 현을도
소형배낭으로 바꿔 왔다. 야영장비는 별도 가방으로 챙겨
차에 놓아두기로하고.....
야영지의 도착 예정시간이 새벽 2시인지라 우리는 가는도중
저녁식사를 하기로 하고 경주에서 7번 국도로 빠져 나온다.
이번 구간의 차량이동은 7번 국도로 포항을 지나, 영해에서
내륙으로 들어가는 918번 지방도로 영양에 이른다음, 31번
국도를 만나 우측으로 방향을 틀어 북상하여 현동-태백으로
연결되는 코스를 택하기로 했다.

21:10 경주시내의 식당에서 저녁을 해결하고 다시 출발하다.
차량운행 도중 항상 그러하듯이 화진휴게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집어등으로 불 밝혀진 동해바다를 보며 크게 숨을
들이키다. 아무도 술타령을 하지 않으니 결국 내가 전을 벌
인다. 준비해간 막걸리와 두부안주와 그리고 서로의 마음이
쉴 새 없이 돈다.
정주아우는 아까 부산에 도착할 즈음 외삼촌 별세 소식을
들었다한다. 가보지 못하는 마음 편치 않을 터...

영해에서 좌측으로 방향을 틀어 내륙으로 향하는 918번
도로로 길을 바꾸어 진행하는데 산간지역을 넘어가는 길
치고는 생각보다 그리 험하지 않은 편이다.
영양에 닿아서는 다시 31번 국도를 타고 우측으로 방향을
바꾸어 북상한다. 영양의 진산인 일월산 자락의 어느 불
꺼진 식당 마당에 차를 세우고 다시 휴식을 취한다.
무척 맑은 날씨다. 하늘을 쳐다보던 누군가가 별자리를
더듬기 시작한다. '카시오피아자리' '큰 곰자리'.....
산도적 같은 경상도 머스마들에게 저런 면이 있었다니..
밤 공기가 제법 차가워 파일쟈켓을 걸친다.
별들사이로 하늘에 푸옇게 서린 것이 엷은 구름이 아니라
은하수임을 확인하다.

영양터널, 봉화터널 2개의 터널을 이내 지나고 조용한 산간
마을로 난 길을 부지런히 달린다.
고도가 높지만 비교적 운행하기가 수월하던 도로가 봉화-
현동 갈림길을 지나 현동으로 들어가는 길로 들어서서는
고저와 굴곡이 엄청나게 심한 길로 바뀐다.
운전 베테랑인 영목도 조심스레 두손으로 핸들을 잡고 있다.
이 길을 지나가는 노루재의 해발고도가 896M로 표시된
설치물을 본 것 같은데, 지도상에는 630M로 나와 있다.
현동을 지나 태백으로 가는 길 좌측방향으로 약 3Km지점
에는 단풍으로 이름난 현동천 계곡이 있고,
약 15Km 지점에는 봉화 청옥산이 있다.
이제 태백은 지척간이다. 동점에서 강원도로 들어서게 된다.
그 직전 봉화땅 육송정에서 차량진행 방향으로는 직진인 것
같지만 우회전으로 들어가는 길이 봉화 석포면으로 들어
가는 길인데, 이번 구간답사후 귀가길에 지나올 길이다.

미처 식량준비가 되지 않은 관계로 태백시내의 24시간
편의점으로 들어가 쌀을 구입하고 시내를 잠시 둘러보다.
새벽 1시가 넘은 시간이건만, 태백의 시내도 여느 도시와
마찬가지로 주점을 중심으로 살아 꿈틀거리고 있었다.

다시 오던 길로 되돌아와 연화산공원(공설운동장쪽)쪽으로
방향을 돌려 진행하다가, 갈림길에서 우측 백산쪽으로
돌아 진행하면 백산역이 나오고, 이어 철도아파트를 지나
매상골 입구인 철암파출소 앞에 다다른다.
철암파출소쪽으로 난 좁은 동네길 사이를 조금 진행하면
이내 산골마을로 변하면서 비포장길이 나오고, 이 산골 울퉁
불퉁한 길을 조금 진행하면 오늘 야영지가 나타난다.
02:30분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텐트를 설치하는등 야영
준비를 끝내고 간단히 곡차를 돌린다음 잠자리에 들다.03:40

수확한 배추밭에 텐트사이트를 잡다보니 등이 배긴다.
병천은 도저히 못 견디겠는지 차에서 잔다며 나가버리고,
나는 다소 널널하게 묘한 자세를 잡고 잔다.
차안의 잠자리도 만만치 않을텐데.... 영목의 그 천둥소리..

나.강원과 경북의 경계를 넘다.

이번 구간은 비교적 거리가 짧다.
지난 2구간 산행시 매상골로 탈출할 때 남은 2구간의 나머
지 마루금길과, 3구간으로 예정되었던 다소 긴 코스인 석개
재-답운치 코스를 묶은 뒤, 두 구간으로 나누어 답사하려
하였으나 중간 하산코스를 잡기가 여려워 당초 2구간 남은
코스인 매상골-안부(탈출지점 아래)- 석개재까지만 걷기로
의견을 모았다.

어제 취침시간도 너무 늦었던 터이고 짧은 구간이라 기상
시간을 여유를 가지고 07:00로 잡았다. 하지만 겨우 3시간
남짓 잔 셈이다. 그러나 나의 머리는 어느때보다 개운했다.
모처럼 야영하며 숙면을 취한듯하다.
아침에 밥을 두끼분 같이하여 아침식사후, 병천이 준비해온
잔멸치와 소금으로 비벼 김밥용 밥을 만들고 김밥을 말다.
지난번 보다는 준비한 내용물이 훨씬 좋아 보인다.

날씨는 쾌청하다.
출발을 앞두고 마루금쪽의 오늘 갈 길을 둘러보다가,
나는 아! 하고 탄식하듯 놀라는 소리를 나도 모르게 내
뱉는다. 우리가 진행할 길 뒤쪽으로 개스가 희미하게
드리워진 낙엽송 숲이 그림처럼 펼쳐져있다.
정말 아름다운 정경이었다.
원로시인 허만하 선생은 풍경과 경치는 다르다고 했다.
물론 사전적인 의미는 동의어이지만....
그랬다. 나도 '경치가 좋다'는 말 보다는,
'아름다운 풍경이었다'라는 말이 훨씬 가슴에 와 닿음을
느낀다..


09:35 우리는 스틱을 모으고 구호를 외친후 3구간 답사를
나선다. 물길에 물이 많이 줄었다. 물길을 지나 서낭당
에서 우측으로 돌아 지난번 하산했던 지점으로 들어간다.
단 2가구가 있는 외딴 마을의 아랫집에서는 징소리가
나오고 있고, 윗집 옆의 감자밭에는 중년남자 둘이서 지게
로 감자를 나르고 있었다. 인사를 건네려 했지만 애써 외면
하듯 우리쪽으로 눈길 한번 주지 않는다.

개울에서 모자라는 식수를 보충하고 본격적인 산길로 들어
서는데 지난번 하산한 지능선 길을 피하고 그 능선 뒤로
완만하게 나있는 계곡길로 올라 마루금길을 만나기로 한다.
산행로의 초입에는 용담이 반갑게 얼굴을 내밀고 있다.
자연은 참으로 '경이로움' 그 자체이다.
계곡으로 진행하던중 우리는 자그마한 옹달샘을 만났다.
시에라컵으로 목을 축이는데 물을 마시는게 아니라 '씹어
먹는다'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물맛이 좋았다.
나는 3컵을 거푸 들이켰다.

산길은 배추처럼 큰 잎을 가진 풀이 길 주변으로 엄청
자라고 있었고 산자락이 북서방향으로 드리워진 탓인지
습한 산사면에는 1M 가량되는 큰 잎을 가진 양치류의 식물
들이 빽빽이 들어차 있었다.
길은 완만하고 부드러운 흙길로서 걷기가 수월했다.
진행하는 산길 앞쪽으로 하늘이 곧 뚫리려는 듯 훤해지기
시작하는데 너무 돌아가는 듯한 느낌이 들 즈음,
현을이 우려하며 한마디 한다.
'이거 우리 면산으로 바로 오르는 것 아닙니까?'
마루금 방향인 진행방면의 좌측으로 붙어야 하는데 계속
거의 직진에 가깝게 진행하다가, 면산을 거의 다 온듯한
지점에서 좌측으로 능선에 오르는 것이다.
초입에서 얼마 진행하지 않았을 때에 좌측으로 나 있는
길을 찾았어야 했다. 올라온 길이 너무 부드럽고 잘 나
있는 바람에 아무 생각없이 올랐던 것이다.
1구간과 똑 같은 우를 범했다.
면산 바로 밑의 평평한 숲속 습지에 닿았다. 마루금에는
닿았는데 지난번 탈출한 지점에서 너무 지나쳐 와버린
것이다. 11:15

잠시 의논한 뒤 우리는 배낭을 내려 놓고 능선으로해서
탈출지점으로 갔다가 돌아오기로 결정했다.
도상거리 약1.5Km, 실제거리 왕복 약 5Km되는 이 능선길을
생략하고 그대로 진행한다면, 아마 우리는 두고두고 아쉬워
할 것이므로 다녀와야 한다는 생각들이었다.
별 일은 아니지만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세우려함이다.

맨 몸으로 크로스칸트리하듯 뛰었다. 짧은 급경사와
계단식 완경사 2군데를 지나 지난번 탈출한 봉우리의
바로 밑 안부에 도착했다. 11:52
좌우(동서)쪽으로 지도에도 나타나 있지 않는 희미한
길이 나있는데, 우리는 서쪽으로 나 있는 이 길로 올라
왔어야 했다. 비교적 빨리 달려와 27분 밖에 걸리지
않았다. 달려 오는 길 우측(동쪽)으로 가끔씩 시야가
트이며 보이는 삼척 가곡면 쪽의 산비탈은 공포감이
느껴질 정도로 급비탈을 이루고 있다.
낙동정맥길의 동서 산자락은 특징적으로 비교되는데,
동쪽은 급하고 서쪽은 유순하다.
그래서 낙동정맥 답사중의 비상탈출은 다소 거리가
멀더라도 서쪽으로 할 것을 대부분의 산행 경험자는
강조하고 있다.


빠른 걸음으로 되 돌아온 대원들 모두 기분이 고양되어
있다. 당초 짧게 계획 된 구간이었지만,
매상골에서 면산으로 바로 오르는 부드러운 골짜기 길을
만나게 되었고, 되돌아 온길은 왕복으로 답사하게 된
것이다.
잠깐의 휴식후 우리는 다시 돌아서서 배낭을 벗어 두었던
면산 방향으로 진행한다. 다소 경사가 심한 오르막을
올라서면 평평해진 마루금은 또 다시 꾸준한 오름길로
이어진다. 이 길을 가다보면 우측으로 수령이 엄청
오래된 듯한 굴참나무가 보이는데 쭈글쭈글한 수피가
이제 세월의 흐름에 지쳐 오히려 펴 지는듯하다.

12:46 매상골에서 올라 배낭을 벗어 놓았던 지점에 도착
한다. 이곳은 활엽수 숲에 쌓여 그늘이 드리워져 있고
습하고 부드러운 넓은 바닥에는 나물류의 풀들이 많이
자라고 있다. 언젠가 '면산'에 대한 코스소개를 본적이
있었는데 면산정상 조금 못 미친 곳에(30-40분소요)
'취밭목'이라고 표시한 것을 보았는데, 시간을 비교하
여 볼때 이 지역은 아닌것 같고 아마도 이 일대를 포함
하는 너른 지역 전체를 말하는 것인것 같다.
그리고 그곳으로 해서 풍곡쪽 가곡자연휴양림으로 나
있는 산길이 있다고 하는데 그 길을 찾지는 못했다.
배낭을 메고 바로 앞의 면산으로 오르다.

이곳 마루금 길 역시 너른 풀밭으로 습하고 부드러운
길이다. 가끔씩 풀밭을 누가 일부러 파헤쳐 놓은것
같은 곳이 보이는데 아마도 멧돼지의 흔적인듯 하다.

12:57
하늘이 트이며 드디어 면산에 오르다. 해발고도 1245.2m.
삼각점은 길에서 약간 서쪽으로 나 있는 곳에 설치되어
있는데, 그 쪽으로도 시그날이 몇개 달려져 있다.
이 서쪽으로 뻗어난 능선으로 강원도와 경북땅이 구분되는
것이다. 정맥길에서 벗어나 들러지 않았던 백병산 다음
으로 높은 이 곳에서 우리는 간단히 '유명을 달리한 악우'
들에 대한 묵념, 대장의 멘트와 구호로서 정상식을 올리다.
그러고보니 울산의 가지산보다 단 5M가 높다.

기념촬영을 한 뒤, 가지고간 김밥으로 점심을 먹는다.
높은 산의 봉우리임에도 불구하고 주위가 숲에 가려져
조망이 좋지 않아 삼척 풍곡쪽의 모습을 전혀 볼 수 없
음이 다소 아쉽다. 서쪽 내륙방향으로는 도(道)의 경계를
지나게 되지만 동쪽으로는 마루금의 봉우리인 삿갓재에서
정맥의 가지자락으로 연결되는 응봉산에 닿아 경북 울진
땅과 구분지어질때까지 삼척 가곡면이 아름다운 비경을
간직한 채, 계속 정맥길과 나란히 가게된다.

면산은 '화전을 일궈가며 난을 면했다'하여 免山이라고
했다는데 국립지리원에서 발행하는 지도에는 綿山이라
표시되어 있고, 주민들은 정상부분이 평평하다 해서
두리봉이라 부른다고도 한다.('山','사람과 산'지에서)

13:25분에 우리는 면산을 출발하여 오늘의 산행종료
지점인 석개재로 향한다. 마루금길은 약간 좌측으로 틀
며 내리막길로 이어지는데, 여태까지의 서걱거리던 키큰
산죽과는 달리, 아주 낮은키의 산죽밭이 윤기나는 초록
빛깔로 너르게 자리하고 있다.
계속되는 내리막길로 고도를 낮추어 900M대의 봉우리
두 개를 지난다.

905M 봉우리를 지나는 산죽밭에서 저 멀리 풍곡 삼방
에서 경북 봉화 석개재로 연결되는 도로가 산의 사면을
허옇게 도려낸 흉한 모습으로 시야에 들어온다.
상당히 멀어 보인다.
마루금 동쪽사면으로 거대한 바위가 위압적으로 직립하여
있는 것이 보인다. 936봉을 앞두고 대장이 갑자기 걸음
을 멈춘다. 더덕이 심심찮게 길가에 나타난다.
그러다가 결국 936봉을 지나서는 더덕밭을 만나게 되는데
현을아우까지 합세하여 더덕을 캔다.
검지손가락 만한 더덕을 10개 정도 캐었다.
오늘 구간이 다소 짧은 덕분에 여유를 부려 더덕캐기
이벤트를 벌인 시간이 20여분 남짓 된다.

더덕에 정신이 팔렸는지 936봉 지나 광평마을을 보지
못하고 지나왔는데 앞서 가던 대원들은 확인하였다고
한다. 이길을 진행하다 현을은 낫으로 베어져 날카롭게
세워진 철쭉의 가지에 무릎을 찔렸다. 아니 찍혔다.
비상응급 조치로 약을 바르며 현을이 하는 말
"아! 낙동이 나를 거부하는가 보다!"
2구간의 힘든 산행으로 체력이 아직도 회복되지 않았
는데 부상까지 당하다보니 튀어 나온 말이다.
"우리 종주길 액땜 한 것 아니겠느냐."라는 말을 위로
삼아 누군가 한마디 한다.

15:25 삼각점이 있는 석개재 바로 위의 1008M봉우리에
도착한다. 저 아래 석개재가 보이고 급경사 내리막을
약 5분 내려오면 블록과 스레트로 지은 심마니 신당이
나온다. 급경사 길이지만 길은 흙길로 유순하다.

마루금 길이 숲에 둘러 쌓여있고 또 급히 진행하다
보니 아쉽게도 진행방향 좌측, 즉 동쪽사면 아래에
있는, 삼척 가곡면의 풍곡,덕풍,삼방마을의 모습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서쪽으로 낙동정맥 마루금을 병풍처럼 세워두고
남쪽으로는 정맥의 삿갓재에서 가지능선을 북쪽으로
올려 놓으며 응봉산을 둠으로서 또한 병풍을 세우고,
동쪽으로는 벼락바위봉,범바위봉으로 하여금 또한
산자락을 일구어 놓으며 길을 막고,
북쪽으로는 육백산 자락으로 길을 막은 뒤 유일하게
드나들 수 있도록 병 주둥이처럼 통로를 만들어 놓은
곳이 풍곡인데, 그 사방의 바위병풍안 마치 분화구
처럼 들어 앉아 있는 공간 가운데를 길게
가로 지르며 솟아오른 곳이 중봉산(740M)이다.
그리고 이 산자락으로 마을들의 이름이 구분되게 된다.

중봉산의 동쪽자락으로는 최근 단풍트레킹의 명소로
각광받고 있는 덕풍계곡이 있고, 서쪽으로 가곡천이
있는데 덕풍계곡의 안쪽을 내삼방, 가곡천쪽을
외삼방이라 한다.
풍곡,덕풍,삼방(내.외삼방)을 통칭하여 삼풍(三豊)이라
부르는데, 예날 토정 이지함 선생은 이들 삼풍을 두고
예언의 땅이라고 해서, 구년지겸 구곡종어삼풍(九年
之謙 求穀種於三豊), 십이년병화 구인종어양백(十二年
兵火 求人種於兩白)이라 했다고 하는데 풀이하면,
'구년 흉년뒤에 곡식종자는 삼풍에서 구하고,
십이년 난리뒤의 사람종자는 양백에서 구하라.'는
뜻이라 한다.(월간 '산'지 에서 인용)

이곳 삼풍은 天災에도 곡식종자가 온전히 보전될 수
있는 그런 환경을 지니고 있다는 말이 될 것이다.

이 오지 마을도 일제의 눈에는 벗어나지 못해서,
이곳에 석탄과 금을 캐는 광산들이 처음 들어선
때가 일제 시대때였다 한다. 지금 7.8부 능선으로
산자락을 그어내며 길이 나 있고, 확장공사를 하고
있는 풍곡-삼방-석개재-석포의 산간도로도 그 캐어낸
광산물을 수송하기 위하여 일제때 만들어진 도로라고
하는데, 이 오지 산간지역에 들어와서, 또 길을 만든
일본인들의 그 집요함에 놀라울 뿐이다.
하지만 현재의 우리사람들은 그 길을 확장시켜,
천혜의 비경인 이곳을 관광지화 하는 주 루트로 만드려
하고 있다.
자연의 입장에서보면 '일제'와 '현재의 우리'가
다른점이 뭐가 있을까?

이 3지역의 골안에서 발원하는 모든 물길은 가곡천을
이루어 삼척으로 해서 동해로 빠져 나가는데 416번
지방도는 이 가곡천가로 길이 나 있다.
용소골, 괭이골,문지골, 버릿골 수 많은 물길을 모아
흐르는 이 하천은 사시사철 마를날 없이 항상 수량이
풍부하다고 한다.


15:34 오늘 마루금답사의 종료점인 석개재에 닿다.
삼방으로 넘어가는 길은 강원도 쪽에서 확장공사를
하고 있는데 아직 차량통행은 되지 않는다.
석개재에서 석포로 난 길은 포장이 말끔히 잘 되어
있다. 옆으로 차단기 쪽으로 난 길은 다시 석포로
내려가는 임도인데 오지마을인 반야마을로 해서
석포로 들어가게 된다고 한다.
도로로 절개된 산사면 옆으로 정맥길의 시그날이
여러개 달려져 있는것이 보인다.

16:00 석개재를 출발하여 경북 봉화 석포면 쪽으로
난 길을 차량으로 이동한다. 이 석포의 옛 이름은
석개라고 했다는데, 사방이 돌로 쌓인 명당이 있어
이 곳 돌문이 열리면 1만 가구 이상 살게 될 것이
라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온다고 한다.

내려 오는 도로가의 산 비탈에는 여느 산간지방과
같이 옥수수밭,배추밭등이 넓게 조성되어 있다.
우리는 폐가인 듯한 집이 있는 옥수수밭 옆 석개천
옆에 잠시 차를 세우고, 아까 캔 더덕을 씻어 하나씩
들고 씹어본다. 알싸한게 뭐 맛이 있으랴마는
몸에 좋다하면 우리네 사람들은...

남은 뿌리는 병천이 가지고온 안동소주에 담궈
더덕안동소주로 해서, 오는 귀가길 내내 마시는데
더덕의 향이 워낙 강하다보니 고량주같은 안동소주의
술맛을 전혀 느낄수가 없다.

차량 이동은 당초 접근할때와 마찬가지로 현동-
영양으로 해서 영해를 거쳐 7번 국도로 귀가하다.
내려오는 길 포항의 한 식당에 들러 저녁을 먹다.
돌아가신 외숙부 문상을 가려면 진주까지 가야
하는 정주의 마음은 급하다.

22:00 양산도착.
22:20 부산도착


다. 참으로 먼길을 돌아온 것 같은...

자연을 대함에 있어 느끼는 감정이 예전과는 조금
달라져 있음을 느낀다.
시인의 말에 동조함이다. 아니 내가 다소 건방을
떠는 듯하지만, 시인과 나의 생각이 같음을 알았다.

'내게는 한가지 잊을 수 없는 사실이 있다.
그것은 바로 풍경은 발걸음의 소산이란 사실이다.
(略).. 그러한 의미에서 풍경은 체험과 무관하지
않다. 하나의 풍경을 만나기 위하여 나는 길을
떠나지 않으면 안 된다."
-시인 허만하 선생의 '낙타는 십리밖... 에서-

아주 작은 움직임이나마 자연을 느끼는 감성의
문을 찾는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고, 참으로
먼 길을 돌아 온듯한 다소 고양된 느낌을 갖다.

이번 역시 1구간 답사시와 똑 같은 우를 범했다.
아무리 구간이 짧고, 쉬운 코스라 하더라도 우리는
항상 긴장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눈을 크게 뜨고 있어야한다.

내가 보는 경치가 아닌,
나의 눈에 들어와 맺히는 풍경을 인연으로 맞이
해야 하므로.......

-끝-


(기록/정리 두 류 조 용 섭)











출처 : 지리산 산길따라
글쓴이 : 두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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