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만난 불두화
가을에 만난 불두화
“아니 지금 이렇게 피어나서 어쩌려고?”
그저께 아침산책을 나갔다가 서서히 말라가는 이파리들 사이에서 꽃을 피운 ‘불두화’를 만나자, 나도 모르게 떠올랐던 생각이다.
가을이 깊어가는 이즈음, 이제 아침저녁으로는 긴팔 옷을 입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대기는 싸늘한데, 한여름을 수놓던 희고 고운 꽃이 핀 이유는 무엇일까.
문득 가을을 노래하며 ‘위대한 여름’을 찬양하는 시인의 글과, 세상은 그저 흘러가는 게 아니라며 시절인연을 이야기하던 어떤 이의 외침이 귓가에 맴돈다.
이 나무는 배롱나무와 더불어, 내가 살고 있는 남원 주생면의 국도변 가로수로 심어져 있어 언제나 흔하게 만날 수 있었을 건만, 올 초여름 만개하였을 때 만난 기억이 도무지 나지 않는다.
아직 길은 많이 남았지만, 캄캄한 터널을 지나오며 마주하지 못한 풍경들을 이제라도 만날 수 있음이 고맙다.
불두화(佛頭花)라는 이름 때문인지, 내가 풀나무를 만날 때 흔히 쓰던 ‘이 녀석’이라는 표현도 부담스럽다.
불두화는 인동과(忍冬科)에 속하는 낙엽관목으로 원예종으로 육성된 백당나무의 개량종이라고 한다.
꽃모습이 수국과 같아 백당수국이라 부르기도 하나 수국과는 전혀 다른 식물이다. 수국은 잎이 길쭉한 원을 이루는 타원형이지만, 불두화의 잎은 백당나무와 같이 삼지창처럼 세 갈래로 갈라진다.
백당나무 종류 중 모든 꽃이 중성화로만 이루어진 품종을 불두화라고 하며, 절에서 흔히 심고 있고, 정원, 가로수용으로도 많이 식재되고 있다.
2015. 10.7
[글그림/두류/조용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