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통신

명산마다 케이블카 설치해야만 하나

지리산 마실 2008. 8. 22. 09:55

명산에 봇물 케이블카 저지 본격화
지리산 4곳·얼음골 등 전국 10여곳 추진
환경부 규제완화 검토에 환경단체 반발
부산일보 2008/08/19일자 

사진 설명: 경남 통영시 미륵산 한려수도 케이블카.
올해 들어 지리산과 설악산, 한라산 등 전국 명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려는 지자체들의 추진 의지가 강해 당국의 관련규정 재검토가 진행되자 전국 환경단체들이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반대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환경부는 지역 관광산업 활성화를 이유로 지리산국립공원 등 자연공원 내 케이블카 설치를 허용해달라는 전국지자체들의 요구가 잇따르자 올해부터 학계와 시민단체 인사 등 15명으로 '자연친화적 로프웨이 협의체'를 구성, 운영하고 있다.

환경부는 이 협의체가 지난 2004년 확정된 '자연공원 내 삭도 설치 검토 및 운영지침'에 대한 검토보고서를 오는 11월까지 제출하면 이를 바탕으로 국립공원 내 케이블카 설치규제 완화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케이블카 설치를 추진·검토 중인 곳은 경남 밀양 얼음골을 비롯, 10여곳이 넘는다. 지리산권에만 경남 산청군(지리산 중산리∼장터목), 함양군(청암산∼제석봉), 전남 구례군(지리산 온천∼성삼재), 전북 남원시(고기리∼적령치) 등 4개 지자체가 케이블카 설치사업이 추진 중이다.

이에 반대하는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국시모), 지리산생명연대, 국립공원운동연합회 등 환경단체들은 오는 26일 오후 2시 지리산 인근 남원시 산내면복지회관에서 지역주민과 지자체, 환경단체 관계자 등 1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지리산국립공원 내 관광 케이블카 건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를 주제로 토론회를 갖고 전문가와 각계 의견을 수렴한다.

또 조만간 '전국 자연공원 내 관광용 케이블카 반대 전국대책위원회'(가칭)를 발족해 오는 9월 2일 서울에서 전국 규모의 워크숍을 열고 새 정부 들어 전국에서 추진되고 있는 케이블카 설치 반대운동을 본격적으로 전개할 계획이다.

국시모, 녹색연합 등 환경단체들은 "전국 국립공원 등 자연공원 인근 지자체마다 케이블카 설치를 추진하면 이로 인한 사회적 갈등 심화와 개발 도미노 현상에 따른 환경훼손이 우려된다"며 '환경부 지침' 손질을 반대하고 있다.

한편 밀양 얼음골 케이블카 설치에 반대하는 불교계와 시민·사회단체들은 최근 케이블카사업 추진을 위해 밀양시와 사업자가 경남도에 제출한 가지산도립공원 공원계획변경 신청을 반려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사업설계상 케이블카 선로구간과 중간 지주탑이 세워질 곳은 녹지자연도가 8~9등급으로 대형 케이블카사업을 추진할 곳이 아니다"면서 "케이블카 노선 일부가 천연기념물 제224호인 얼음골에서 500m 이내에 위치해 국가문화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개발사업 허가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선규·김길수 기자

sunq17@busa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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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명산마다 케이블카 설치해야만 하나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등 환경단체들이 전국 명산에서 추진 중인 케이블카 설치에 대한 반대운동을 본격 전개할 계획이라고 한다. 환경부가 오는 11월 국립공원 내 케이블카 설치규제 완화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인 가운데 이뤄진 환경단체의 움직임이다. 환경부는 전국 지자체들이 자연공원 내 케이블카 설치 허용을 요구하자, 2004년에 확정된 '케이블카 지침'을 재검토 중에 있다고 한다. 환경부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하지만 국민이 못 미더워하는 것은 난개발로 인한 환경파괴의 폐해를 절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적으로 케이블카 설치를 검토·추진 중인 곳이 10여곳에 이른다. 지리산 권역에만 4곳이나 된다. 등산객 폭주로 전국 명산들의 식생이 위협받고 있는 터에 난개발 상처마저 입을 지경이다. 명산의 케이블카는 설치 과정에서 환경파괴가 불가피할 뿐만 아니라 설치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환경훼손을 동반하기 때문에 여간 신중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한 예로, 경남 밀양의 얼음골은 케이블카 철주를 박으면 화산암으로 쌓인 돌밭이 무너지게 된다. 이럴 경우 얼음골은 그야말로 '얼음이 없는 얼음골'이 될 가능성마저 없지 않다. 관광객 유치를 위한 '개발 망상'에 얼음골이 망가지는 양상이다.

전국 각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지역 관광산업 활성화 방안 찾기에 나서고 있다. 관광객 유치를 위해 무차별적으로 도로를 개설·확장하면서 천연수림과 바위를 허물고 있다. 거기에다 케이블카까지 설치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눈앞의 수익에 급급, 명산을 파괴해 결과적으로 관광객을 쫓아내겠다는 우둔한 생각이다.

자연환경은 한번 훼손되면 복구가 힘들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환경부의 '케이블카 지침' 재검토는 환경보호가 잣대여야 한다. 개발 도미노 현상으로 '만신창이 명산'이 우려된다. '미래의 환경'을 생각하지 않는 난개발은 막아야 한다.

 

 

   [부산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