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 가는 길/우리풀.꽃♧나무

봄구슬봉이와의 만남, 아름다움은 슬픔으로

지리산 마실 2008. 4. 22.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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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진주 근교의 야산 산자락에 들었다. 요즈음 조금 게을리했던 봄 풀꽃과의 만남을 위해서이다 

산길을 들어서자마자 양지바른 언덕 너른 사면에 관리가 잘 되어있는 무덤 한 기가 보인다. 무덤 주변은 비록 흔한 풀꽃이라 할 지라도 많은 녀석들을 쉽게 만날 수 있는 곳이니 그냥 지나칠 수가 없는 곳이다. 

역시 그곳은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샛노란 양지꽃들이 무리를 지어 있고, 제비꽃도 몇몇 종류가 피어나 있는데, 봄구슬봉이 이 예쁜 녀석을 만난 것은 참으로 뜻밖이다.

가을꽃의 여왕 용담과로 학명은 [Gentiana thunbergii]이라고 하는데, 석용담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고 한다 

연한 자주색으로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기품 있는 모습을 하고 있는 이 녀석의 꽃말은 기쁜 소식이다.  4~5월 그리 깊지 않은 산자락에서도 만날 수 있는 두해살이풀이다. 습도도 비교적 높고, 햇빛이 잘 드는 밝은 그늘을 좋아한다고 한다 

무심코 들어선 산길에서 이 녀석을 만나 세상살이에 지친 마음을 스스로 다독거리며, 뭔가 기쁜 소식을 기다릴 수 있음은 얼마나 좋은 일이랴. 

그리고 이 작은 꽃으로도 행복해 할 수 있음을 느끼는 일도 결코 작은 기쁨이 아니리라. 

산에 올랐다가 내려오는 길, 카메라의 렌즈를 갈아 끼우고 이 녀석들의 모습을 더 크고 밝게 잡으려고 다시 찾았을 때 나는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많던 봄구슬봉이가 한 녀석도 남지 않고 모두 사라져버린 것이다 

무덤 앞 풀밭, 군데군데 땅이 파져 있는 모습을 보며, 이기적이고 무자비한 인간의 손길에 분노를 넘어 슬픔을 느꼈다.

두류/조용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