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山 情 無 限

금정산 고당봉 철제 계단 안될 일이다

지리산 마실 2008. 2. 14. 10:11

[사설] 금정산 고당봉 철제 계단 안될 일이다

부산의 진산인 금정산 정상 고당봉에 철제 계단이 설치된다니 이게 무슨 소린가 싶다. 관할 부산 금정구청이 등산객들의 편의와 안전을 위한다며 고당봉으로 오르는 북문 방향과 반대편 양산 쪽 등산로 두 곳에 철제 계단을 가설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정산을 자연 그대로 두지 않고 어떻게든 생채기를 내려는 치졸한 발상이 급기야 정상에까지 미쳤다. 꼭대기에 철갑을 두른 금정산을 보게 될 판이라 기가 찬다.

해발 801m인 고당봉은 말 그대로 부산을 대표하는 금정산의 상징이다. 정상부가 암벽으로 이뤄져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고 있다. 산허리에 해당되는 북문에서나 양산 방면에서 바라보면 시원한 자태가 그지없이 좋아 보여 등산객들의 발길을 끈다. 이런 곳에 난데없이 철제 계단을 놓고 있는 것이다. 금정구청은 안전하고 편안한 등반을 위해서라고 말한다. 등산객들이 얼마나 많이, 또 어떤 안전사고를 당하는지 모르겠으나 구청의 이런 주장에 고개를 끄덕일 시민이 과연 얼마나 될지도 의문이다.

금정산은 온갖 구실 아래 수려한 경치를 점차 잃어가고 있다. 아름드리 수목을 베어내 만든 학생수련원에서 북문에 이르는 임도가 우려대로 일반 차량들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 오래다. 북문에서 동문 사이 주등산로 군데군데 목재계단을 설치해 등산객들의 원성을 사고 있는 것도 한 예다. 시민편의를 앞세워 자연을 망가뜨리는 일만 하고 있는 셈이다.

이대로 가다간 금정산에 순환도로가 생기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승용차로 금정산을 둘러보는 것도 시민편의라는 명분으로 용납돼야 하겠는가. 금정산은 보전해야 할 자연이지 개발해야 하는 유원지가 아니다. 금정구청은 철제 계단 설치를 즉각 재고해야 한다.

 

 

                 [국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