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통신

멸종 야생동물 복원 사업 이대로 좋은가?

지리산 마실 2007. 10. 16. 10:34
[멸종 야생동물 복원 이대로 좋은가] 곰 개체수 늘리겠다면서 서식 여건에는 나몰라라
활동영역 확보 안돼 인근 피해 작년 584건
"사유지 매입 등 복원 운동 관심 기울여야"

[부산일보 특별취재반]
 

정부가 지리산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의 차질 원인에 대한 해결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대적인 곰 추가 방사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멸종야생동물 복원의 시초이자 대표적 사업인 지리산 반달가슴곰 사업이 이같이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될 경우 각 지자체들이 추진 중인 다른 야생동물 복원사업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조성래 국회의원이 최근 환경부에 국정감사자료로 요청한 '멸종위기종 증식·복원과 곰 복원사업'에 따르면 환경부는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을 위해 2004년 러시아 연해주 곰 6마리, 2005년 7월 북한 곰 8마리, 2005년 10월 연해주 곰 6마리 등 20마리를 지리산 국립공원에 방사했다. 그러나 이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9마리가 야생성 부족, 밀렵꾼 피해 등으로 회수되거나 폐사·실종되었다. 방사된 후 야생성 부족으로 독립적인 생활을 못해 회수된 곰은 총 4마리이다. 또 폐사된 4마리 중 라나를 제외한 3마리는 2005년(2마리), 2006년(1마리)에 불법 밀렵꾼이 설치한 것으로 보이는 올무 등 덫에 걸려 탈진·외상으로 사망했다. 이밖에 연해주 수컷 곰 1마리가 2005년에 실종됐다.

환경부는 방사 곰 가운데 절반가량이 자연에서 정상생활을 못한 상황에서 오는 2012년까지 지리산 곰 개체 수를 현재 11마리에 50마리로 늘리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환경부는 이번 복원계획의 일환으로 이달 중 연해주산 반달가슴곰 6마리를 도입해 추가로 지리산에 방사한다.

이에 대해 환경 전문가들은 곰들이 지리산에 생존할 수 있는 서식 여건이 갖춰지지 않으면 앞으로 곰 회수나 폐사, 인간과의 충돌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환경부는 반달가슴곰 방사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됨에도 지리산국립공원 구역 내 49%에 해당되는 개인 사유지에 대한 매입 계획이 전혀 없어 '곰과 사람 간 충돌'을 최소화하는 대책 마련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같은 지적은 10마리 내외의 지리산 곰에 의한 인근 지역 농민들의 피해가 매년 급증하고 있는 데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곰들이 산을 내려와 농민들에게 피해를 준 건수와 액수는 2005년에 128건(벌통 피해 127건, 감나무 피해 1건)에 3천614만원이었으나 2006년에는 584건(벌통 피해 578건과 장독·배낭 파손 6건)에 2억4천651만원으로 급증했다. 또 올해는 지난 8월 말까지 벌통 피해 53건이 발생했다. 이밖에 전문가들은 등산로 추가 통제, 전기펜스 나무울타리 등 보호막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주문하고 있다.

서울대 수의과대학 이항 교수는 이에 대해 "개체 수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복원된 동물의 먹이와 활동공간 등 서식 여건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며 "서식지 확보를 위한 국립공원 내 사유지 매입과 내셔널트러스트 개념의 복원운동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지리산 곰 방사 성공여부는 향후 경남 창녕 우포늪 따오기, 경북 야생늑대, 강원도 사슴 복원 등 다른 야생동물 복원사업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서식지 여건 마련을 위해 대책이 조속히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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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반
kks66@busanilbo.com
단순 복원·증식은 생태계 교란만 불러와
멸종야생동물복원 이대로 좋은가
지리산 반달곰 적응 실패·민원 야기 등 부작용
늑대 돌아온 미국 옐로우스톤 나무 생육 양호
"먹이사슬 고려 동식물 건강성 회복에 초점을" 


[
2004년 러시아에서 들여와 지리산에 방사된 반달가슴곰이
나무 위에서 재롱을 부리고 있다.]


환경부가 지난 2001년 멸종 위기인 반달가슴곰 복원을 위해 지리산국립공원에 4마리를 실험 방사한지 올해로 6년 째다. 이같은 야생동물복원사업이 전국적으로 유행병처럼 번지고 있다. 그러나 일부 복원사업이 먹이사슬이나 생태환경을 감안하지 않고 이벤트성 행사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을 사고 있다. 이에따라 정부와 지자체들이 수행하는 야생동물복원사업 현황과 외국 사례, 문제점, 대책 등을 10회에 걸쳐 진단해 본다.

지난 70년 간 번식이 중단됐던 미국 국립공원 1호 옐로우스톤의 희귀종 나무 숲이 늑대가 돌아오면서 되살아나고 있다.

이는 늑대 복원이 단순히 늑대 개체수만 늘리는 효과만 낳은 게 아니라는 뜻이다. 늑대가 숲에 나타나면서 생태계가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생태계 건강성 회복'의 사례는 야생동물 복원에 관심을 쏟고 있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는 대목이다.

옐로우스톤 국립공원에 서식했던 늑대들은 무분별한 사냥으로 1920년대부터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처럼 초식동물 포식자가 없어지면서 늘어난 붉은 사슴 떼는 버드나무, 미루나무, 사시나무를 마구 먹어 치우기 시작했다. 특히 사슴 떼들은 어린 나무까지 가리지 않고 훼손해 많은 나무들이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하지만 최근 늑대들이 이 숲에 살기 시작하면서 나무들의 생육 상태가 양호해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먹이사슬의 상위층에 속하는 늑대가 식물생태계 회복에 기여한 결과이다. 오리건주립대 연구진도 1995년부터 시작된 야생 늑대 보호운동 덕분에 사슴 번식에 제동이 걸리면서 버드나무, 미루나무가 되살아난 것으로 진단했다.

옐로우스톤에서는 지난 10년 간 상당수 사시나무가 2m이상이나 자라났다. 사시 나무는 이만큼 자라면 붉은사슴 먹이에서 벗어나는 높이가 되기 때문에 장기 생존의 결정적 관문을 통과한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옐로우스톤에 늑대가 돌아오기 시작한 이래 붉은 사슴 개체 수가 서서히 줄고 있다. 연구진은 이같은 현상을 사슴이 느끼는 공포가 사시나무 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공포 생태학'이라고 명명했다.

이처럼 야생동물 복원은 그 동물 한 종만의 복원이나 증식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먹이사슬 관계를 감안한 '생태계 건강성 회복'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지난 1974년부터 늑대 복원이 시작된 이후 1천770권의 보고서가 나왔고 75만건에 달하는 자료가 만들어졌다. 연구내용 대부분도 서식지와 먹이사슬 등에 관한 것들이다. 특히 늑대의 야생성 등을 우려해 육식동물의 복원을 반대하는 주민들을 설득하기 위한 공청회도 130차례나 열렸다.

옐로우 스톤의 생태계를 고려한 복원 작업은 우리나라 복원 사업이 앞으로 어떤 길을 가야할지 잘 보여준다.

환경부는 2015년까지 10년 간 424억원을 들여 멸종위기 야생동물과 식물 54종을 복원하고 증식하는 종합계획을 지난해 7월 발표했다. 복원 대상 가운데 포유류는 설악산 대륙사슴을 비롯해 반달가슴곰, 스라소니, 사향노루, 산양, 여우, 바다사자 등 7종이다. 호랑이와 표범, 늑대, 수달 등은 빠졌다.

이같은 정부의 장밋빛 발표와는 달리 지난 2001년부터 시작된 지리산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은 많은 부작용을 빚고 있다.

환경부는 지리산에 반달 가슴곰 20마리를 방사했으나 올무 등에 의해 4마리가 죽고 1마리가 실종됐다. 또 4마리는 자연적응에 실패해 인공 사육장으로 다시 데려와야 했다. 주민들과의 마찰도 커지고 있다. 반달곰이 먹잇감을 찾기 위해 산을 내려와 농작물을 훼손한 것이 지난 한햇동안 120여건이었고, 피해액도 1억원이 넘었다. 사업 명칭도 맞지않다. 지리산에 야생 곰이 이미 5마리 정도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엄밀히 따지자면 '복원'이 아니라 '보충'이다.

이 사업은 시작 전부터 많은 문제점들이 예견됐다. 지리산을 둘러싼 도로와 등산로가 동물들의 이동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야생 동물은 도로나 등산로가 있을 경우 1㎞까지는 접근하지 않는 특성이 있다. 이에 따라 반달가슴곰들은 지리산에 그물망처럼 나 있는 도로와 등산로에 갇혀 '섬'에 살고 있는 것과 같은 생활을 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등산객이 마구 버린 쓰레기들은 호기심 많은 반달가슴곰의 자연적응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 되고 있다. 또 곰이 단군 신화의 주인공이라는 이유로 서식지 확보나 기술력 축적없이 성급하게 복원사업이 추진된 점이 있다.

곰 복원사업의 문제점 지적에도 불구하고 야생동물 복원은 당분간 유행병처럼 번질 전망이다. 언론과 대중의 관심도가 높은데다 지자체나 동물원 입장에서 보면 관광객 유인과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측면에서 매력적인 사업이기 때문이다.

경북도는 1980년대 초반 국내에서 멸종된 것으로 알려진 야생 늑대를 복원하는 운동을 지난해부터 실시하고 있다. 우선 내년에 러시아 몽골 등지에서 늑대 2~3쌍을 들여와 안동의 야생동물관찰원에서 증식한 뒤 5년 정도 야생 적응훈련을 거쳐 소백산 등 산림에 방사한다는 계획이다.

강원도 인제군도 ㈔사슴생태복원운동본부와 함께 일제시대 때 사라진 설악산 사슴 복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경남 창녕군도 2008년 경남에서 개최되는 람사르총회 이전까지 중국 따오기를 우포늪으로 들여온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이에대해 "충분한 연구 없이 국민 감성에 부응해 복원 대상을 정할 경우 또 다른 생태계 훼손과 교란을 초래할 수 있다"며 "복원대상 야생동물의 서식지 확보와 인간과의 충돌 및 피해발생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별취재팀=김태권·김길수·김진성기자

ktg660 busanilbo.com

이 기사는 한국언론재단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1

생태계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2

야생동물의 천국, 옐로우스톤

3

인간과의 충돌 해법은?

4

일본 시레토코 공원

5

지리산 곰복원, 성공인가 실패인가

6

도요카,방사단계 돌입

7

교원대황새복원센터

8

'청정조류=따오기'

9

일본의 따오기복원사업

10

산양, 늑대 등 야생동물복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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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견해는 타당성·실행·검토 3단계 과정 지켜야

"인공적으로 사육·증식된 야생동물을 자연에 함부로 풀어놓으면 심각한 생태계 교란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서울대 이 항교수는 야생동물 방사에 있어 반드시 따라야 할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3단계 지침을 거듭 강조했다. 3단계 지침은 타당성 검토단계, 실행단계, 모니터링과 보고단계 순이다.

"타당성 검토 단계는 복원지가 야생동물이 살아갈 여건을 갖추고 있는지 파악하는 작업입니다.

또 방사할 개체와 해당 지역 원래의 종 또는 아종 간 유전적 혈통 일치 여부도 확인되어야 합니다." 이 교수는 이에대해 외래종 도입으로 오히려 원래 개체군이 유전적으로 '오염'돼 멸종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두번째 실행 단계에서는 야생 동물들의 병원체 감염에 특히 주의를 해야 합니다. 야생 동물을 인공적으로 집중 사육·증식시키는 과정에서 외래성 병원체에 감염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단 야생 생태계로 전파된 전염성 질병은 통제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도 유의해야 합니다."

이 교수는 이런 야생동물 질병들이 사람에게 전염될 수 있다고 했다. 야생동물 질병 가운데 상당수가 사람과 동물, 가축 사이에 전파될 수 있는 인수 공통 전염병이기 때문이다.

"세번째 모니터링과 보고 단계에서는 방사한 동물들이 잘 살아가고 있는지, 죽었다면 왜 죽었는지, 언제 얼마나 죽었는지, 또 생태계에는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등에 대한 사후조사와 보고를 합니다." 그는 이 단계가 앞으로 실행될 다른 복원사업을 위한 매우 중요한 정보라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야생동물 복원사업이 지자체나 동물원의 홍보나 단기적 업적과시 또는 잉여동물 처분 수단으로 전락되지 않도록 야생동물 방사행위를 통제할 수 있는 국가적 지침이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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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 및 지방자치단체 복원동물 



[부산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