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로운 글방/숲속의 글마당
[시]연애질/정진규
지리산 마실
2007. 10. 11. 11:13
[시가있는아침] ‘연애질’ /중앙일보
연애질’-정진규(1939~ )
새로 연애질이나 한번 시작해 볼까 대패질이 잘 될까
결이 잘 나갈까 시가 잘 나올까 그게 잘 들을까 약발이
잘 설까 지금 빈 뜨락에 꽃잎은 제혼자 지고 빈방에
거문고 한 채 혼자서 걸려있네 그대 동하시거들랑
길 떠나 보시게나 이번엔 마름질 한번 제대로 해 보세나
입성 한 벌 진솔로 지어 보세나
연애질이라는 말이 왜 이리 정감이 가나. 유정하고 따스하다.
옛날의 그 구수하고 가슴에 쌩 감기는 그 말 연애질에는 지금도
어릴 적 입 안에 녹는 엿 냄새가 난다. 혼자 걸려 있는 거문고여
가자 시인의 새 작심이 어디까지 가려는지 그 길 동행할 사람이
어디까지 줄을 잇게 될지 이 가을 그 줄 참 수상쩍고 예뻤겠다.
글쎄 그거? 그게 말이지 설령 몰라도 그저 단맛 도는 생각이지.
<신달자·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