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山 情 無 限

먼저 간 산친구를 추억하며

지리산 마실 2007. 7. 9.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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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지지난 주 갑작스럽게 유명을 달리한 산친구을 추모하기 위한 산행, 굳이 이름 붙이자면 '추모산행'을 다녀왔다.

많은 비가 내릴 것이라는 기상예보와는 달리 일요일 오전 안개비가 잠시
내렸을 뿐, 오히려 산길을 걷기에는 더없이 좋은 날씨였다.

추모산행을 하러 찾아간 곳은 고인의 고향 뒷산이자 지리산과 함께
그가 평생을 사랑한 전남 광양시 옥룡면의 백운산 줄기의 또아리봉이다.

세상을 뜨기 얼마 전, 고인은 그와 절친했던 후배에게 만약 자신이 이승의
끈을 놓치게 되면 그의 육신의 일부를 또아리봉에 뿌려달라고 부탁을 했었다고 한다.

 

6월 30일, 고인의 주검이 잿빛의 가루로 남겨진 날, 
가족들과 의논한 끝에 산친구들과 고인의 선후배 산악인들 30여명은 고인의 육신 한 줌을 들고 또아리봉 정상에 올랐다. 가지고 간 음식으로 제를 지내고는 또아리봉 정상에 있는 소나무에 그를 머물게 하였고, 정상 뒤 북사면 그가 즐겨 찾던 바위 지대에도 그렇게 했었다.

이번 산행에서는 고인을 추모하는 표식을 두자는 뜻이 모아져 사람은 물론 햇빛마저 잘 들지 않는 바위지대의 그 어두운 공간에 표식을 두고 추모의 의식을 지내고 왔다.

지천명의 나이, 큰 기업의 중견사원, 남편과 장성한 두 남매의 아버지, 아직은 한참을 굳건하게 잡고 있어야 할 끈들을 너무도 쉽게 놓아버린 그가 야속하다. 

나로서는 30여년간 현재진행형이지만, 역시 지리산에 경도된 그를 7년 전 무렵에 만나 함께 걷게되던 일, 그 이의 전매특허인 송화주 잔을 나누며 밤을 새워 들이키던 시간들, 그리고 산사랑에 대한 깊은 열정이 별 것도 아닌 의견 충돌을 일으키고 급기야는 다툼에 이르게 하던 일 등등, 슬금슬금 비집고 나오는 그 와의 기억 조각들이 새삼스럽게 나를 슬프고 안타깝게 한다. 투박한 그의 손, 걸죽한 그의 남도 사투리가 벌써 그립다. 

하지만 이제 나는 그를 떠나 보내려 한다. 아니 내가 그를 떠나려 한다. 보름간에 걸쳐 나를 둘러싸고 있던 허망한 슬픔을 털며 나는 이제 그를 보내려 한다. 

故 취운/이영재 아우의 명복을 빈다.


두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