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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이야기/충무공 이순신 백의종군로

구비구비 고갯길을 넘다

[양경산 숲길. 하동읍성을 벗어나면 한동안 정갈한 숲길로 길이이어진다] 

 

여덟 번째 이야기 - 지리산권 이순신장군 백의종군로 

하동읍성~북천면 화정리

 

조용섭의 지리산이야기<37>지리산권 이순신 장군 백의종군로(6)하동읍성~북천면 화정리

 

제대로 맞이한 기억도 없는 5월의 날이 어느새 끝자락으로 접어들고 있다. 숨 가쁘게 달리는 시간에 맞추어 계절도 이제 곧 여름의 문턱을 넘을 듯하다. 이순신 장군 백의종군로 답사를 위해 하동읍성(경남 하동군 고전면)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11, 서서히 달구어지는 대기에 오늘 답사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

 

1597년 음력 528일 하동읍성에 도착하여 하동현감(신진申蓁)이 마련해준 현청의 별채에서 하룻밤을 머문 이순신 장군은 몸이 매우 불편하여 이곳에서 하루를 더 머물렀다고 한다. 백의종군 행로에서 몸이 불편하여 이틀을 머문 일은 이례적이다. 이는 경상우수영 관할 고을 수령인 하동현감이 옛 지휘관인 장군을 편안하게 모셨기 때문일 것으로 짐작된다. 장군은 난중일기에 하동현감이 정성을 다해 대접하였고, 정겨운 말을 많이 하였다라며 고마운 마음을 남기고 있다. 또 하동현감은 백의종군길에 나선 장군에게 갖가지 음식과 필요한 물품들을 보내주었고, 장군 역시 백의종군 임지인 합천에서 그에게 편지를 보내는 등, 훗날에도 서로 소통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61일 하동읍성을 출발한 장군은 단성(산청군)에 도착하여, 박호원이라는 사람의 농사짓는 종(農奴)의 집에서 하룻밤을 유숙하게 되는데, 하루 코스로는 꽤 먼 43km를 이동하였다. 따라서 이번 구간 백의종군로 답사는 구간을 나누어 하동읍성에서 하동군 북천면 화정리 1005번 지방도(옥단로)가 만나는 지점까지 진행하기로 하였다. 하동군 고전면(하동읍성)을 출발하여 대체로 북동진하며 양보면-북천면의 마을과 산길로 이어지는 길이다.

 

[하동읍성 터에 세워져 있는 고전역사탐방로 안내판]

 

하동읍성 정비복원사업은 이제 마무리가 되었는지 성의 남문 입구에 이르는 길은 깨끗이 포장되었고, 유적지 안내판도 새롭게 세워져 있다. 성터로 들어서서 정면의 시멘트포장길을 따라 올라 오른쪽으로 향하면, 이내 읍성의 동문이 있었던 언덕에 닿는다. ‘고전역사탐방로안내판이 서있는 방향으로 나있는 계단 길은 하동읍성을 품고 있는 양경산으로 이어지는 듯하다. 동문 터에서 내려서서 농로를 걸으면, 정면 산자락 탐방로 안내판이 있는 곳에서 길은 왼쪽 숲으로 올라선다. 뜻밖에 두툼한 솔가리가 깔린 예쁜 산책로 같은 길을 걷게 된다. 찔레꽃 향기가 은은한 산길에는 하얀 때죽나무 꽃의 낙화가 어지럽다. 모처럼 산 속에 들어와 있음을 느끼게 되는 길이다. 이정표와 시그널을 따라서 가다보면 철탑을 만나는데, 이곳에서는 정면의 잘 나있는 길을 버리고 철탑 오른쪽으로 진행하여야 하니 주의를 요한다. 어느덧 백의종군로는 고전면(고하리)에서 양보면(장암리)으로 접어들며, 주교천을 가로지르는 장암교 앞에 이르게 된다.

 

백의종군로는 1003번 지방도를 건너 오른쪽 주교천 뚝방길로 이어진다. 우성마을을 지나 우복리와 양보면 소재지를 잇는 2차선도로(양보로)로 올라서면, 도로를 따라 왼쪽으로 진행하여 동촌마을과 서촌 섬백이마을을 차례로 지난다. 양보면 우복리의 마을들이다. ‘서촌섬백이길끝에서는 다시 산자락으로 올라서서 북천면 사평리로 이어지는 살티재고갯마루를 넘어야 한다. 산악인들이 섬진기맥혹은 백두대간 우듬지라고 부르는 산줄기 상의 고개이다. 정유년 음력 61일은 양력 7월 중순 장마철 무더위가 한창일 무렵, 장군과 따르는 사람들의 고단함도 상당하였을 것이다. 북쪽으로 옥산, 남쪽으로 금오산으로 이어지는 이 산줄기는 섬진강의 동쪽 울타리를 이루는 분수령(分水嶺)이 된다. 즉 이 산줄기에서 서남쪽 양보면 방향으로 흐르는 물길은 섬진강의 수계를 이루고, 북동쪽 북천면으로 흐르는 물길은 곤양천을 이루며 곧장 남해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것이다. 진행방행 아래로 2번국도와 이명터널이 보이고, 길은 배안골 경로당으로 내려서며 사평마을회관으로 향한다. 백의종군로는 2번국도 아래를 지나 모성마을에서 다시 산길을 오르며 이어진다. 과수원을 지나 능선에 닿으면 북천면 서황리와 화정리의 마을이 내려다보이고, 정면 저 멀리로 다음 구간 지나야 할 배토재(백토재)’ 옆의 시설물들이 보인다. 엉겅퀴가 길을 차지하고 있는 산길을 내려서면 이내 중촌마을에 닿고, ‘곤양천을 가로지르는 화정1교에서 답사를 마친다. 운행거리 약 18km, 점심시간 포함 약 7시간 소요되었다.

 

[서황리 마을 뒤 고개에서 바라본 서황리, 화정리 풍경. 중앙 멀리 보이는 안부가 낙동정맥 상의 고개인 배토재이다]

 

[이번 구간 답사종료지점인 화정마을 입구에 있는 백의종군로 표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