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지리산 산길따라/지리산♧[역사]

지리산 산신체계 밝혔다

by 지리산 마실 2008. 7. 23.

지리산 산신체계 밝혀졌다
경상大 신경득 교수 논문 발표
김성수 기자  

 경상대학교의 한 교수가 지리산의 산신체계를 밝힌 논문을 발표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경상대 국어국문학과의 신경득(辛卿得) 교수가 그 주인공. 신 교수는 ‘배달말’(제42집)에 실은 ‘웅녀의 산신격 연구’라는 논문에서 “지리산의 산신체계는 웅석봉에 좌정한 웅녀를 천왕봉에 좌정한 천왕신모가 이어받고, 다시 쌍계신모가 이어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신 교수는 또 “노고단 남악사에 서낭신으로 좌정한 노고할미는 천왕신모의 다른 이름인 마야고·마고인데 이는 천왕신모를 내리받은 경우라 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신 교수의 이같은 주장은 단군신화에서부터 시작된 의문을 풀어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단군신화에서 환인·환웅·단군은 삼신인데 반해 웅녀는 삼신격에 올라가지 못했고, 행방도 묘연하다’는 의문에 대해 신 교수가 “단군이 아사달에 돌아와 산신이 되었던 것처럼 웅녀도 단군을 분만한 성모로, 신모인 단골로, 민중을 돌보는 서낭산신으로 좌정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신 교수는 이번 연구를 위해 우리나라의 신화·민속·무속·전설·설화·상고사 등의 방대한 자료를 모아왔다. 웅녀의 행방을 두루 찾아 체계화한 신 교수는 ‘웅녀신화를 이어받은 신모신화, 곰설화, 서낭설화’ 등으로 이를 정리했다. 이러한 과정이야말로 단군신화에 나오는 웅녀가 우리 겨레의 의식 속에 어떻게 체화했는지를 찾는 여행이었던 셈이다.


 신 교수는 이번 논문을 통해 ▲웅녀신화의 기본화소는 살아서는 단골이고 죽어서는 산신이 되어 서낭신으로 좌정했다는 것 ▲정백동 92호 무덤에서 발견된 장식 띠고리에서 웅녀신화를 신비롭고도 환상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는데 이를 찢겨짐과 버려짐이라는 입문의례를 통해 가려받은 것이 곰설화라는 사실 ▲웅녀신화를 내리받은 서낭설화의 근거로서의 지리산 산신체계를 설명했다.


 신 교수는 또 “쌍계사 삼성각에 천왕신모 셋째 딸 신상이 봉안돼 있는데 이 ‘쌍계신모’가 두 손에 잡고 있는 대나무 신목으로 볼 때 이는 산신이고 무당이라는 게 확실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쌍계신모는 법우스님과 천왕할매 사이에서 난 셋째 딸인데, 천왕할매와 법우스님의 혼인은 전통적인 무업과 외래종교인 불교가 어떻게 뒤섞이는가를 보여주는 보기다. 천왕할매는 산청군 시천면 중산리 천왕사에 모셔져 있는데 쌍계사에 좌정한 셋째 딸 쌍계신모와 닮아 무던한 얼굴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웅녀신화를 이어받은 신모신화는 곰설화로 변형을 거듭한다. 신모신화의 신모는 산신으로 좌정하면서 단골이나 서낭신으로 변형과 위축을 거듭한다. ‘곰’ 화소는 서낭신 뒤에 숨어 ‘곰’자 들어간 마을로 자취를 남길 뿐이다. 서낭신은 마야고·마고·노고 할미로 하락한다. 마고할미는 탁월한 능력과 거대한 몸집에도 불구하고 신성성을 잃어버린 채 실패와 좌절을 거듭하며 때로는 희화화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